"北인권 '왜곡된 시선' 바로잡겠다는 마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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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내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진 2000년대 이후 대학가에서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했다. 각 대학별로 연합동아리를 만들어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개최하거나 대학생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사 등을 개최해 대학가에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화여대, 명지대, 경희대, 서강대, 한양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 만들어졌던 북한인권 동아리 대부분이 활동을 중단하는 등 움추려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 대학 내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동아리는 숙명여자대학교의 '하나(H.A.N.A:Humanitarian Action for North koreA)'가 유일하다. 지난 2006년 창립된 '하나'는 북한인권사진전, 세미나 등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북한인권 문제를 꾸준히 알려오고 있다. 지난 21일 '하나'에서 활동중인 회원들을 만나 대학가 북한인권 운동의 현실을 짚어봤다.
'하나'의 회장을 맡고 있는 유소희(경영학·정치외교 4년) 씨는 "북한 인권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1차적인 목표"라며 "올해에도 주먹밥 행사, 사진전, 길거리캠페인, 북한 인권 발표회 등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한발 더 다가설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교육팀을 맡고 있는 고은수(정치외교 2년)씨는 "북한인권 운동은 전세계 아동을 돕기 위한 유니세프 활동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인권문제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사안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이 대학생들의 북한인권 운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지난해 9월 학교에서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기 위해 정치범수용소 사진전을 열었는데 지나가시던 분이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며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오히려 북한인권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 잡아겠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양혜민(정치외교 2년)씨도 "부모님과 친구들,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북한인권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말하면 특이하게 바라본다.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들을 따로 생각하는 것을 낮설게 느끼는 것 같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 '하나' 회원들은 북한인권 문제를 대학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 하다 결국 북한의 현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한다. 양 씨는 "고민 결과 '북한과 북한 인권에 대해 보다 깊이 공부를 해서 알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지금은 매 주 모여 데일리NK 등 북한 전문 언론사의 기사들을 브리핑하고, 각 주제에 따라 '수용소의 노래'(강철환著) 등의 책을 읽고 토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인권운동에 대한 열의는 한 마음으로 같은 '하나'의 회원들이지만 처음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저마다 달랐다. 임혜균(역사문화학과 3년) 씨는 "지난해 여름 9박 10일간 중국의 단동, 연길, 해림, 하얼빈 등 동북 3성 일대를 탐방하는 청산리 역사대장정에 참여했었다"며 "그 때 압록강 너머 북한 땅에 '친애하는 김정일 수령 만세'라는 선전 간판과 북한 군인들의 모습을 직접 봤다. 압록강을 경계로 발달된 중국 국경 도시와 1950년대와 다름없는 북한 땅을 비교해 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소희 씨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북한에 대한 교육을 받았던 것이 자연스럽게 관심으로 연결된 계기가 됐다. "초등학생 때 학교가 '통일대비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돼서 (북한 사람들이 먹는) 옥수수 죽 시식 체험도 해보는 등 어렸을 때부터 북한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인으로써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 북한 인권 동아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 씨는 대북단파라디오 열린북한방송의 '라디오 남북친구'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남한 대학생의 여가시간 활용방법'이란 대북방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듣고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변화되서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아직 북한 문제를 알아가기 시작한 대학생들이지만 대북지원이나 통일정책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었다. 유소희 씨는 "북한에 있는 동안 한 번도 대북지원을 통한 혜택을 받아 본 없다는 탈북자의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또한 "'어둠의 편이 된 햇볕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라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책을 읽고 햇볕정책의 허구성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대부분의 대학생 세대는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은수), "통일 과정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민족'이라는 방패 하나로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양혜민)고 말하는 등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소희 씨는 "통일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조차 통일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겪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혼란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대학생들의 경우 더욱 통일의 주축이 되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혜민 씨는 "앞으로 통일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면서 "북한을 남한 또는 중국이 흡수한다는 극단적 논리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실제 자유 의사에 따라 모든 것이 진행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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