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엔 수많은 '이숙정'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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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소속 이숙정(36) 경기도 성남시 의원이 화제다. 지방권력의 횡포를 감시·견제하고, 주민에 봉사해야 할 시의원이 도리어 주민센터 여직원 등을 상대로 폭언과 폭행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숙정 의원과 관련한 사실을 접하고 북한을 떠올렸다. 북한에도 도, 시·군, 구역(평양, 함흥, 청진, 남포) 대의원이 있다. 하지만 남한의 국회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권한과 역할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남한의 시의원과 북한의 시·군 대의원의 권한과 역할 차이는 분명하다. 북한의 시·군 대의원은 4년마다 선거를 통해 뽑는다. 선거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선출된 후 특별한 사회·정치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대의원 직을 평생 유지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당 정책 관철에 있어서 도·시당 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을 결정하거나 시의 예산을 심의하는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 '방청객'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방권력을 감시하는 역할로 한정할 때 시에 소속된 각 동의 동당비서들이 '시의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서는 중앙당의 정책이 도당 책임비서에게 전달되면 시당 책임비서를 거쳐 동당비서에게 전달된다. 이를 동당비서는 각 인민반장과 여맹위원장에게 정책을 전달하고, 수행을 감시·통제한다. 따라서 동당비서의 권한은 막강하다. 이들은 권한을 이용, 주민들로부터 뇌물을 받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의 말을 건성으로 듣거나 심지어 인사를 하지 않으면 "건방지다, 동당비서를 보고도 머리를 빳빳이 쳐들고 다니는 당신들은 하늘에 다리를 걸었나? 뭘 믿고 동당비서를 무시하나?"며 횡포를 부린다. 동당비서는 조선노동당에 입당한 당원들로, 간부들의 아내들이거나 항일투사 자녀, '강반석정치학교'를 졸업한 여성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동 인민반장이나 여맹위원장들 앞에선 도당책임비서보다 높은 사람처럼 행동한다. 자신에게 밉보인 주민세대엔 갖은 트집을 잡고 압력을 가해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게 할 정도로 횡포가 심하다. 정부에서 주어지는 공사나 국가행사 준비가 맡겨지면 이를 각 주민에 역할을 배당하는 것도 동당비서가 맡고 있다. 때문에 자신에 맞지 않는 주민들에겐 어려운 작업을 주어 고통을 주기도 한다. 주민들 사이에선 "동당비서 눈에 나면 이사를 가야지 밑에서 견디기 힘들다"는 말이 돈다. 북한 내부소식통은 "동당비서들은 '당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정치적 감투를 씌워 주민들을 못살게 군다"면서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이들(동당비서)의 눈치까지 봐야 해 곤욕이다"고 전했다. 물론 주민들에 친절하고 겸손한 동당비서들도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제난에 동당비서라는 직책을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이들이 대다수라는 것이 탈북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탈북자는 "열명 중 아홉은 '이숙정' 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는다"며 "동당비서를 맡기 위해 경쟁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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