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패전이 두렵다"…백선엽의 리더십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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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남침을 감행했다. 소련의 막대한 지원과 치밀한 전쟁 준비를 한 김일성의 군대는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왔다. 북한군이 앞세운 소련제 T-34 탱크는 국군에게 공포 자체였다.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던 국군은 제대로 된 저항한번 못하고 낙동강까지 밀렸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적을 만난 대한민국은 적화의 문턱까지 가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군에게는 젊은 패기와 노련함을 갖춘 싸움꾼, 백선엽(91)이 있었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 육군 대장이다. 백선엽은 사선을 넘는 수많은 전투속에서 대한민국을 수호했다. 전쟁 중 30대의 젊은 나이에 육군 대장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6.25전쟁 당시 전세를 바꿀 수 있는 주요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그에 대해선 미군도 인정한다. 백선엽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예비역 미군들이 가장 신뢰하며 존경하는 인물중 한명으로 꼽힌다. 백선엽은 잘 알려진 대구 다부동 전투와 전쟁 중후반기 금성돌출부 전투, 북진과 평양 입성, 중공군과의 조우전, 서부전선의 1·4 후퇴 주요 전투를 진두 지휘했다. 또한 동해안 휴전선 북상, 휴전회담 첫 한국대표, 한국군 포병 양성, 국군 전력증강 등 6.25전쟁의 큰 줄기에 그가 존재했다. 6.25전쟁의 산증인인 백선엽 전 장군의 리더십을 파헤친 책이 나왔다. '삶과 죽음속의 리더십, 『General Paik』(유광종 저)'은 제목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수많은 전투에서 보여준 백선엽의 리더십을 조명했다. 책에서는 '식민지 조선에 처한 상황에서 이상보다는 현실을 보는 냉철한 청년 백선엽', '한쪽에 기울지 않고 정확한 형세(形勢)를 파악해 실력을 기르는 백선엽', 나아가 '극기의 역량을 키워 최악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을 소유한 백선엽'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유년시절 백선엽을 조숙하고 원숙한 소년으로 묘사했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은 말수가 적고 속깊은 백선엽을 대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했다고 한다. 특히 백선엽은 유년시절 '노는 것'보다는 실력 향상에 매진했다. 그가 즐겨 찾던 곳은 평양부립도서관. 그곳에서 아사히신문 사설까지 뒤져 읽었다. 평양사범학교와 만주군관학교 때도 주말이면 외박과 술타령에 바쁜 동료와 달리 시사잡지와 병서(兵書)를 읽었다고 한다. 백선엽이 전투에서 승리를 일궈낼 수 있었던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쟁의 중요한 흐름, 국면이 바뀌는 전투에서 그는 항상 중심에 우뚝 서서 승리를 일궈냈다. 철저했던 극기의 노력으로 배움과 익힘의 능력을 갖추면서 때와 흐름을 제대로 읽은 덕분이다." 젊은 시절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른 백선엽이었기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특히 백선엽이 치열한 전투 속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부동심'에 대해 주목했다. "백선엽이 가꿨던 극기의 역량은 적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 나아가 끊임없는 배움과 익힘으로 펼쳐져 싸움판에서의 실력으로 이어졌다. 늘 주위의 큰 흐름을 살폈고 지혜의 심안(心眼)은 하찮은 싸움을 버리고 큰 싸움으로 나서는 능력을 나타났다." 이러한 백선엽의 리더십은 대한민국이 최대 위기에 처해있던 낙동강 전투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백선엽은 낙동강 전선이 적에게 점령되면 대한민국은 끝이라는 판단에 따라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인다. 당시 권총을 뽑아 들고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며 '사단장 돌격'을 감행했을 정도다. '죽음보다 패전이 두렵다'는 백선엽의 각오가 대한민국을 구한 것이다. 저자는 또 백선엽이 6.25전쟁 이후에도 이어진 김일성의 한반도 적화야욕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인물이라는 데 주목했다. "한반도를 동족상잔의 피바람으로 몰아넣었던 김일성과는 전선의 숙적으로 만나, 마침내 그의 예봉을 꺾었다. 김일성의 이어지는 적화야욕은 백선엽이 발 빠르게 펼친 국군의 전력 증강사업으로 길이 막혔다." 김일성의 적화 야욕에서 대한민국을 지킨 백선엽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저자의 지적은 타당하다. 한국사에서 이룬 그의 업적과 리더십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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