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만큼은 노력동원 잊고 즐겁게 보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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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상명대에 다니는 권민선이라고 해요. 우연한 기회에 북한 관련 대학생 세미나에서 OOO이라는 탈북자 언니를 만나 2박3일간 함께 지내다보니 친해졌어요. 그 이후 북한인권 관련 대학생단체 활동을 하면서 북한 소식도 많이 접하게 됐지요. '김일성종합대학'에 다니는 친척 오빠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누는 사이가 됐죠. 그러던 중 데일리NK에서 북한 대학생에게 추석을 맞아 편지를 쓰는 기회가 생겨서 오빠에게 편지를 쓰네요. 어릴 때 군인들에게 썼던 위문편지 생각도 나고, 첫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많았어요. 뉴스를 통해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2012년을 앞두고 북한 전역의 대학생들이 공사판에 동원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모습을 상상하니 답답하기도 했죠. 중장비도 연료가 없어 가동을 못해 직접 땅을 파고 벽돌을 나르고 있을 오빠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또 아파오네요. 무리한 공사 진행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는 뉴스에 오빠 걱정에 우는 OOO 언니를 붙잡고 얼마나 울었던지.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1년간 강제 휴업 조치가 취해져 공부할 자유마저 빼앗긴 오빠를 생각하니 계절마다 유행에 맞춰 옷을 사기 위해 부모를 졸랐던 철없는 내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어요. 끼니마다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노동할 생각을 하니 가슴은 더 답답해집니다. 폭우와 태풍으로 곡창지대인 황해도를 비롯해 많은 지역의 농경지들이 물에 잠기고, 탄광, 광산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심지어 도시기능마저 마비된 지역도 발생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평양은 좀 낫겠죠?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빠가 살고 있는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탈북자 언니를 만나게 되면서 너무나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됐죠. 처음엔 초·중·고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상상한 것보다 북한이라는 곳은 동포들에게 너무나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주고 있더군요. 특히 평양에서는 장애인과 거지는 범죄인으로 취급해 감옥에 보내거나 추방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충격을 감출수가 없었어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때 봤던 평양, TV를 통해 보였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뉴스에서는 평양은 평화롭고, 사람들의 얼굴엔 항상 웃음이 가득한 행복한 모습이었거든요. 연출된 모습에 속은 거겠죠. 어두운 이야기만 했네요. 참! 추석인데 어떻게 보내시나요. 올해 추석은 간소하게 치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하던데. 추석 상차림을 간소하게 하는 것이 강성대국으로 향하기 위한 인민들의 도리라는 방송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이번에도 장군님(김정일)께서는 줴기밥(주먹밥)으로 끼니를 에우시며 현지지도를 다니신다는 내용이 함께 방영됐다고 하더군요. 몇 천만 달러를 들여 자신의 생일에 축포를 쏘아대고, 아버지(김일성) 무덤에도 매년 수천만 달러를 쏟아 붓는 장군님이 추석 상차림조차 맘대로 하지 못하게 하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네요. 저는 이번 추석만큼은 천정부지의 등록금,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등 머리를 짓누르는 것과는 잠시 이별을 고하려고요. 친척들을 맞이하기 위해 한 손 거들어야죠. 일단 10인분 이상의 송편 빚기를 비롯해 갖은 나물과 전 등 음식 장만을 도와야 해요. 아직 결혼한 사람이 없어서 모두 엄마와 제몫이죠. 물론 제가 만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가족과 친척들이 즐겁게 명절을 보낸다는 생각에 뿌듯함도 있어요. 오빠도 추석날만큼은 오랜만에 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지금은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안에 지금의 거리감이 많이 좁혀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오빠가 남한에 대해서 잘 모르면 거리감이 좁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빠도 그렇게 생각 하시죠? 서로 알아가기 힘들지만, 저는 탈북자들을 통해, 오빠는 남한 등의 방송을 접한다면 어려운 일도 아닐 거예요. 한 탈북자분이 북한 사람들은 타지의 방송을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 말이 와 닿았어요. 다양한 문화를 접하다 보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추석에는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덕담을 주고받는데, 저도 오빠에게 이 말을 전하면서 이만 줄일게요. 권민선 독자/상명대학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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