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빈민굴 왕초 노릇에 만족하고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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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 정권 출범 이후 내부 동향을 주민들에게 직접 듣기 위해 이달 초 북-중 국경지대를 찾았다. 랴오닝성 옌지(延吉)와 지안(集安)에서 직업이 무역기관 종사자, 상인, 노동자 등인 북한 주민 6명을 만났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정권 승계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이들에게 정치는 배부른 자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정치에서 파생되는 문제에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종반에는 자연스레 자신들이 희망하는 변화를 열거했다. 북한은 김정일 사후 애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민들에게 상주(喪主) 역할을 강요했다. 생계 수단인 장사나 모임, 지역 간 이동을 제안했다. 금주령도 내렸다. 대신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고취를 위한 내부 강연회와 학습회를 자주 열었다. 주민들은 장사를 금지하자 밤에 몰래 식량을 구하러 다녔다. 모아뒀던 양식을 축내고 이 마저 떨어지면 주변 이웃에 손을 내밀었다. 사정이 이러니 주민들의 원성은 생각 이상이었다. 한 여성은 '굶어 죽고 나면 누가 애도하나'라며 당국의 조치를 비웃었다. 애도기간 장사금지 여파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시장이 위축되면 화폐순환 속도가 떨어지고 결국 주민 자산감소로 이어진다. 2월 16일(광명성절)부터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장통제가 풀렸지만 쌀 등 곡물 이외 상품은 거래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구매력이 바닥이기 때문이다. 청진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40대 여성은 "예전에는 공산품 장사를 해서 하루 쌀 1kg은 살 수 있는 돈을 벌었지만 요즘엔 쌀 빼고는 전혀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설시장이 아닌 골목길 장사(골목장)는 여전히 통제 대상이다. 북한에서 골목장은 영세민들의 몫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이들에게 골목장이 금지 되면 생존권 위기를 불러온다. 장사를 못하는 동안 이들의 빌어 먹는 양식은 곱절의 빛으로 누적되고 있다. 장사를 통제하면 이를 통제하는 기관의 수입은 늘어난다. 각종 명목으로 장사 물건을 빼앗고, 뇌물을 주면 돌려주고 있다. 벌금은 사실상의 뇌물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일부 주민들은 거리를 유랑하는 꽃제비로 전락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일부는 중국에 있는 친척들에게 방조(傍助)를 받기 위해 여행증을 발급 받아 중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중국을 방문기 위해서도 뇌물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여권이나 도강증 발급 비용이 뇌물을 합해 800달러 이상 든다고 한다. 이러한 뇌물은 북한 보위부 외사과 직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김정일 애도기간 전후 주민 통제는 간부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들은 김정은에 대한 관심은 작지만 체제 변화에 대한 요구는 강렬했다. 1990년대 식량난 이후 북한 주민들의 입에서 숱하게 나온 ‘전쟁이라도 나서 바꿨으면 한다’는 말은 이제 습관으로 입에 붙었다. 구체적인 변화상에 대해서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꼽았다. 강계서 무역업을 하는 40대 여성은 "죽어도 상관없으니 차라리 전쟁이 나서라도 개혁개방 됐으면 한다는 게 주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통제를 통해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있지만 이것도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이미지를 흉내 내며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려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겉모습이 아닌 잘 살지는 못해도 배급을 해주던 김일성을 기억하고 있다. 시장에서 먹고 사는 개화된 인민에게 김일성의 향수만으로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어렵다. 결국 그 해답은 개혁개방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 주민은 인민의 90%가 개방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김정은도 거지왕국의 왕초 노릇으로 양이 차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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