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원화가치 또 1년새 반토막…외화 품귀현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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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폐 가치 하락 추세가 가파르다. 6월 하순 들어 함경북도 무산에서 중국 인민폐 100위안(元)이 북한 원화 8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초 6만 원 전후에서 2만 원 가량(25%) 상승했다. 무산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게 환율이지만, 어제 환율은 800대(1위안 당 800원)까지 올랐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우리 돈(북한 화폐)은 이제 씀씀이가 종이가 돼간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 때문에 장마당(시장)에서 물건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면서 "하지만 날이 갈수록 (판)매대에 물건이 확 줄어든 게 보일만큼 공급은 달린다"고 전했다. 데일리NK가 게시해온 환율 변동 자료에 따르면 작년 이맘때쯤(2011년 6월) 환율은 100위안이 4만3천 원~4만5천 원이었다.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대신 북한 화폐 가치는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10월 5만 원이었던 환율은 11월 중순에는 5만8천 원, 12월 중순에는 6만 원을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쭉 지속되다가 올해 4월 하순 경에는 6만7천 원, 5월 중순에는 7만4천 원으로 오르는 등 환율 상승은 일종의 추세가 됐다. 최근 환율 상승은 비료 구입 확대와 밀무역 감소가 미친 영향이 크다. 북한이 올해 농업생산을 강조하면서 외화벌이 기업소에 비료 구입을 강도 높게 요구해 외화 부족 현상이 빚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대방(무역상인)들이 인민폐를 받지 않고는 물건을 건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몇 해전부터 외화벌이 기업소에는 비료과제를 달성하지 못할시 문을 닫게 될 것이라 엄포를 놓았는데, 특히 올해는 과제를 늘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에서 비료 수요는 영양단지(모종) 만들때부터 수확이전까지 계속된다. 기업소나 개인들의 중국과의 무역이 약화된 점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소식통의 전언처럼 북한 시장에 물건이 없다는 것도 이를 증명하는 현상이다. 또 김정은 체제에서 강화된 국경봉쇄로 밀무역이 극도로 위축된 상태다. 사실상 외화 거래소 역할을 하는 대중(對中) 무역사업소가 각종 검열 때문에 수출용 수산물 구입 시기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요인과 별도로 북한 원화에 대한 불신이 근본 배경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2009년 11월 30일 화폐개혁을 단행해 화폐 가치를 1/100로 낮춘 바 있다. 하지만, 화폐개혁 2년만인 지난해 10월, 신화폐의 가치는 화폐개혁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상황이 됐다. 여기에 환율 정책의 일관성 결여와 정세 불안정 등도 환율을 널뛰게 하고 있다. 북한에서 외화 선호 현상, 즉 내화(북한 화폐) 기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민들은 90년대 중반 경제난 이후 환율 현실을 직감하자 내화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 화폐 중 가장 큰 단위였던 500원짜리 지폐 수백 장과 미화 100달러 한 장이 교환될 만큼 북한 돈 가치가 하락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500원 지폐에 김일성 초상이 그려져 있는 것을 빚대어 "우리 수령님 값이 없어도 한참 없다"는 말을 했다. 이런 현상은 화폐개혁으로 가중됐다. 당시 1인당 구화폐를 10만원 한도로 교환을 제한하자 나머지 돈은 공중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후 시장에서는 식량 등 식료품만 내화로 거래될 뿐 어류, 전자제품 등 중요 품목은 외화로 거래됐다. 이런 현실 탓에 외화를 가진 사람은 물건값을 흥정할 수 있지만, 내화는 원래 가격보다 윗돈을 줘야만 거래가 성사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또 다시 화폐개혁이 언제 단행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인민폐나 달러를 보유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김소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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