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 상징물은 '철쭉'…北영화기법, 이렇게 한심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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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북인권단체 RENK가 데일리NK에 제공한 고영희 기록영화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우상화 선전물 제작 현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모든 영화는 김일성의 교시에 기초해 형성된 '주체의 문예이론', 그 중에서도 '종자(種子)론'에 기초해 제작되어야 한다. 사실 '주체의 문예이론'이 담고 있는 이론적 논거는 특별할 것이 없다. 우리 민족의 정서와 감정에 맞는 형식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종자론'은 1973년 김정일이 '영화예술론'에서 제시한 것으로 모든 예술작품에는 사상적 알맹이(종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종자는 사실상 수령이나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실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번 기록영화 역시 '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실성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기록영화는 고영희에 대해 '김정일의 선군노선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며, 최선을 다해 김정일을 보위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 전개도 북한식 문화예술의 '기승전결'에 충실하다. 도입부분에서는 김정일의 '선군노선'에 대한 고영희의 절대적인 지지를, 전개부분에서는 고영희가 '조선의 어머니'로 불리는 강반석과 김정숙을 닮기 위해 노력했음을 강조한다. 강반석은 김일성을 낳았고, 김정숙은 김정은을 낳았으며, 고영희는 김정은을 낳았다는 논리가 전개되는 것이다. 고영희가 김정숙처럼 '명사수'라는 대목에서는 고영희가 '김정숙의 재림(再臨)' 수준으로 격상되기도 한다. 김일성 사망 이후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에 고영희가 김정일의 시련을 함께 했다는 대목은 '위기'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고영희가 김정은을 혁명의 후계자로 잘키워 모든 군인과 인민들로 부터 "감사합니다"라는 칭송을 받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북한 특유의 '형상화' 화법도 눈에 띈다. 영화는 강반석과 김정숙을 모두 '조국의 어머니'라고 칭송하며, 김정은을 낳은 고영희 역시 '조국의 어머니' 로써 자격이 충분하다고 강변한다. 특히 이 대목에서 김정숙을 '진달래'로, 고영희를 '철쭉'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진달래와 철쭉은 한반도를 대표할 만한 꽃이다. 진달래가 지고 나면 철쭉이 핀다는 계절의 순리를 김정숙에서 고영희로 이어지는 '조국의 어머니' 지위를 암시하는데 이용한 것이다. 북한의 혁명영화에는 혁명가요가 빠질 수 없다. 이 영화에는 총 3개의 혁명가요가 소개되는데, 우선 "친근한 어머니, 우리 어머니, 장군님 사랑을 전해주시네. 우리의 어머니 제일이시고, 우리의 어머니 제일 좋네"라며 영화 서두를 장식한다. 두 번째 혁명가요는 고영희가 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 김정일의 선군정치와 함께 했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잊지 않으리"라는 가사와 함께 "장군님 그 품이 태양이라면 어머님 사람은 햇빛, 전사들 따뜻이 보살필 때 선군 꽃 펴납니다"라고 울려펴진다. 마지막은 죽은 고영희에 대한 추모 의미가 담긴 '감사의 노래'로 마무리된다. "아버지 장군님 건강을 위해 노래로 꽃을 피웠네. 태양을 영원히 모시고 싶은 그 소원 빛내주셨네. 어머니 우리 어머니 조선의 어머니. 감사의 노래 삼가드리옵니다"라며 고영희를 회고하고 있다. 다만 이번 영화가 김정일 현지지도 촬영 분에서 고영희 부분만 편집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기존 북한 혁명영화에서 보여지는 팽팽한 전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기록영화라는 장르를 빌리고 있으면서도, 고영희 자체가 우상화 요인이 부족한 탓에 영화는 전반적으로 억지 강변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고영희가 인민경제를 걱정하며 여러가지 대책을 세웠다는 대목에서는 관련 영상 부족으로 인해 '사진'이나 '관련자료'로 메꿔진다. 고영희가 남긴 어록이랍시고 소개되는 내용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치솔질을 쎄게 하면 치솔모가 금방 상합니다" "찬물로 목욕하면 추울 것 같습니다" "식초병 뚜껑은 위로 향하는 것 보다 옆으로 향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자가루로 꽈배기를 만들면 맛있습니다" 등은 퍼스트 레이디의 어록으로는 수준미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같은 시점에서도 젊은 김정일과 늙은 고영희가 겹치는 등,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급조한 흔적도 눈을 거슬리게 한다. 조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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