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발사 연기 암시…실패 두려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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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다가 돌연 발사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그 배경이 주목된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은 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 형식을 통해 "일련의 사정이 제기되어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은 '광명성-3'호 2호기 발사 시기를 조절하는 문제를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발사 시기 조정을 검토하는 '속사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술적 결함 ▲내부 정치적 변수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 등을 고려한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아직까지 외부에 알리지 않은 북한의 기술적 한계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자국개발 로켓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구 소련),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인도 등 뿐이다. 따라서 북한이 발사 성공을 완전히 자신할 만한 독자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언제나 본질적인 미지수로 남아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세 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실시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김정일 시대 2회 발사됐던 장거리 미사일은 모두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처음으로 진행된 지난 4월 3차 발사 땐 1단 분리도 성공하지 못한 채, 135초 만에 공중 폭발로 끝났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발사에 성공한 이란에 원천 기술을 제공한 만큼, 기술적 결함보다는 때 이른 한파 등 기상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겨울철 시베리아 강풍이 몰아치는 북한 지방에서는 장거리로켓의 궤도를 유지하는 것이 여름보다 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 4월 발사 당시 발사 예고기간을 '5일간'으로 발표했으나, 이번엔 '13일간'으로 대폭 늘린 것도 겨울철의 기상조건과 기기의 고장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조건에서 발사 강행을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미 4월 발사에서 실패를 맛본 북한이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 1년간 '김정일의 유훈(遺訓) 관철'을 3대 부자세습의 정당성으로 강조해 온 김정은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발사 실패로 북한 내부에서 '김일성 탄생 100주년' 분위기가 살아나지 못했던 것을 상기해보면, 이번 발사마저 실패할 경우 '유훈 관철 실패'라는 현실이 김정일의 사망 1주기 추모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태양절(4.15) 축포도 불발로 끝난 마당에 아버지(김정일) 제사상(12.17)에 불량 제수품을 올리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군부 등 북한 핵심 권력 등의 반발이나 일반 주민들의 불신이 발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등 국제사회의 반발 및 제재 위협 역시 북한이 쉽게 무시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 제기된다. 김정은이 김정일 유훈을 대외전략의 핵심 기조로 활용한다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추가 핵실험 등 일련의 대외도발 이후 관련국들과 대화에 나서는 '선(先)도발 후(後) 협상' 방법이 유력한 수단이 된다. 따라서 기술적 확인이 서지 않는 한,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일본의 차기 정부나 대북 실무라인이 완성되는 내년 봄까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늦추는 것도 손해보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발사 '시도'만으로도 국제사회에 김정은의 존재감을 충분히 과시한 만큼, 당장 주변국의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는 것이 향후 보다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전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무리를 하더라도 김정일 사망 1주기에 맞춰 쏘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기술적 결함을 발견한 이후 '시기적으로 늦추는 것이 기술적, 전략적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 교수는 또 "주변국의 정권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각국의 새로운 대북실무 책임자들을 상대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테스트를 시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주변국의 전략적 환경을 감안해보면 발사 자체가 (북한에게) 꼭 불리한 것 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에게 계륵(鷄肋) 같은 존재다. 발사 성공이냐, 실패냐에 따라 향후 권력의 공고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성공 후 돌아올 부메랑(국제사회의 제재)과 실패 때 돌아올 후과(내부 지지 약화) 역시 너무나 분명하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조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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