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거간꾼(중개인), 장마당을 대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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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마당이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로 장마당에 새로운 풍경이 등장하고 신종 직종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당국의 단속으로 장마당에서 살 수 없는 제품들이 거간꾼(중개인)들에 의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가 거간꾼에 의해 충족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북한에서 휴대폰이 사용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와 관련 신종 돈벌이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휴대폰 등록 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이른바 '대포폰'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대포폰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거간꾼이 존재한다. 또한 건설 자재와 관련 거간꾼들이 조직화돼 장마당에 버금가는 '암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들은 장마당에 없는 것은 거간꾼을 통하면 살 수 있다며 애초에 장마당에 가기보다는 거간꾼을 통해 자재 등을 구입한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거간꾼들이 장마당을 대신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데일리NK가 지난 4일 2013년 북한의 '신종 돈벌이, 뜨는 돈벌이' 10가지를 선정한 것 중 나머지 6가지를 소개한다. ⑤北 휴대폰 사용자 150만 명…'대포폰' 공급 거간꾼 증가 소식통은 "휴대폰을 구입하려면 담당 보안원을 비롯해 보위지도원, 인민반장에게까지 수표(사인)를 받은 신청서를 해당 도(道) 체신관리국에 제출하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이를 대신 해주는 거간꾼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특히 제출된 신청서가 체신국에서 평양의 체신성을 거쳐 해당 지역 휴대폰 판매소에서 구입하기까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 정도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거간꾼들은 휴대폰 가격의 20%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고 있으며, 거간꾼들은 평양 체신성 간부들에게 수수료의 50%를 뇌물로 제공하고 수십 대의 타인 명의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다. 휴대폰 구입을 원하는 주민들이 거간꾼을 통하면 일주일에서 늦어도 보름이면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 소식통은 "현재 휴대폰을 사용하는 주민 20~30%가 대포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⑥장마당에 휴대폰 수리 매대 등장…신형·중고 휴대폰 판매 북한 주민들의 휴대폰 사용이 급증하면서 장마당에서 휴대폰 관련 매대도 등장하고 있다. 매대에서는 휴대폰 수리와 판매를 비롯해 중고폰 구매에서 음원(MP3) 제공 등 휴대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의 휴대폰 매장과 서비스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장마당에서 휴대폰 수리 매대는 합법이지만 판매는 불법이기 때문에 거간꾼들과 이들 매대 상인 간 암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거간꾼들은 대포폰 판매처럼 일정한 웃돈을 받고 이들 상인에게 중고폰과 신형폰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휴대폰 사용자들은 판매소까지 가지 않고 휴대폰 카드를 충전하고 있다. 이는 불법 대포폰을 사용하고 있는 주민들은 판매소까지 가서 휴대폰 사용 카드를 구입하기 보다는 장마당 매대에서의 구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거간꾼들은 카드를 미리 구입해 매대에 공급하고 있다. ⑦연초 퇴비 생산 대행 거간꾼, '쏠쏠한 돈벌이' 북한은 해마다 각종 매체를 통해 새해 공동사설에서 제시된 과업 관철을 독려하고 북한 각 지역 단위는 대대적인 관철 모임을 진행한다.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경제 발전이나 인민생활 개선 등을 선전하지만 정작 일반 주민들에게 퇴비를 바칠 것을 강요한다. 제시된 퇴비를 바치지 못할 경우 각종 모임에서 사상비판과 과업 실천을 강요당한다. 보통 북한 주민들은 해마다 1인당 퇴비 1톤씩을 바쳐야 한다. 결국 세대별(로) 4, 5톤을 바쳐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대부분 인민반장에게 퇴비 대신 돈을 상납한다. 인민반장은 퇴비 거간꾼을 통해 해당 양의 퇴비를 구입한다. 인민반장은 주민들에게 받은 돈보다 퇴비를 싸게 구입해 중간 이익을 남긴다. 소식통은 "퇴비 거간꾼들은 도시와 농촌지역을 다니면서 공동화장실의 인분을 독점해 일정한 장소에 모아 놓고 새해 첫날부터 인분장사로 돈을 벌어들인다"면서 "공장기업소는 새해 벽두부터 직장, 작업반 단위로 강바닥 하수구의 퇴적물을 퍼내 퇴비 수량을 채우지만, 일반 가정들은 인민반장에게 돈으로 수만원씩 바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⑧"北공장도 거간꾼 없으면 자재 구입 힘들어"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집데꼬'(주택거래중개인)에 이어 건설자재를 공급하는 거간꾼들이 2006년경 등장했다. 최근에는 건설자재를 공급하는 거간꾼들이 조직화돼 상당한 규모의 '암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개인뿐 아니라 북한의 공장들도 필요한 자재들을 거간꾼들을 통해 구입한다. 소식통은 "거간꾼은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공장들이 거간꾼을 통하지 않으면 자재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이들의 존재를 공공연하게 인정하고 있다"면서 "이들 거간꾼들은 '00공장 자재 구입원'이라는 직분을 갖고 중개 활동을 벌인다"고 설명했다. 평양시 거간꾼들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동강 다리 아래나 대동문 유원지 공원에 매일 모여, 암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⑨김일성·김정일 추모일이 되면 등장하는 장사꾼은? 김정일이 재작년 사망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의무적으로 추모행사에 참여해야 했다. 추모 행사에 참석하려면 꽃이나 화환을 준비해야 한다. 때문에 김정일 추모·애도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화초 장사꾼들이 등장한다. 소식통은 "김일성이나 김정일 추모일이 되면 각종 충성행사가 열린다"면서 "김씨 일가의 동상과 모자이크 벽화, 영생탑에 화환과 꽃송이를 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꽃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행사장 주변에서 꽃을 파는 장사꾼에게서 품종에 따라 200원에서 500원의 돈을 주고 꽃을 구입해 헌화한다"고 덧붙였다. 화초 장사꾼들은 화려한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입고 행사장 입구에서 꽃을 판매하며 마치 국가기업에서 행사를 위해 봉사하는 듯 한 인상을 줘 꽃 구입을 유도한다고 한다. 이외 양력설과 김정일 생일(2월 16일), 김일성 생일(4월 15일), 김정숙 생일(12월 24일)에도 북한 주민들은 꽃 한 송이씩을 구해 관련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이때 꽃 장사꾼들은 수 십만원에서 수 백만원의 돈을 버는 것으로 전해진다. ⑩北도 파출부 인기…북한판 민박 '숙박집'도 성행 북한에도 한국의 파출부처럼 집안일을 해주며 생계를 유지해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삯꾼' 혹은 '일꾼'이라고 부른다. 북한에서 파출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생겨난 직종이며, 당시 식량난 타격을 받은 도시 주민들은 식량이 있는 농촌으로 가 일을 해주고 삯을 받았다. 그러나 도시 주민들이 차츰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된 2000년대부터는 농촌에서 일하던 삯꾼들이 도시로 이동해 파출부 일을 하고 있다. 이들 파출부들은 봄에는 보통 일당 보리쌀 1~1.5kg을 받고 가을에는 대부분 감자(10~15kg)를 받는다. 파출부들이 품삯으로 받은 감자나 보리는 다시 팔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도시는 일당으로 현금 오천 원~만 원 가량 받는다. 때문에 농촌 파출부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국가가 운영하는 여관시설이 지역 곳곳에 있지만 농촌과 어촌 같은 구석진 곳에는 숙박시설이 거의 없다. 설사 여관이 있다고 해도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찬 방이 대부분이고 밥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주민들이 운영하는 '숙박집'이 늘고 나고 있다. 개인집을 활용해 운영되는 숙박집의 숙박료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도시는 5천 원, 농촌은 2천 원~3천 원 가량이다. 식사를 제공하거나 독방일 경우 숙박료가 비싸진다. 특별한 기술이나 시설이 필요하지 않고 개인 집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 같은 숙박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송민 기자,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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