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對美 협상용 '인질' 카드 꺼내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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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1월부터 억류해온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에게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 혐의로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핵공격 등 '말폭탄'→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이어 대미협상용 '인질'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다. 북한이 억류자 문제를 대미협상 기회로 활용해 온 것은 그동안의 패턴이다. 북한이 미국과 양자대화를 통해 큰 틀의 협상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억류자 석방 문제가 어떤 기재로 작용할지 관심이다. 2009년 3월 북·중 국경에서 취재 도중 억류당한 미 여기자 2명은 북한에 체포돼 노동교화형 12년을 선고받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석방된 바 있다. 2011년 캘리포니아 사업가로 기독교 선교활동을 펼쳐왔던 전용수 씨는 6개월간 억류됐다가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으로 석방됐고, 2010년엔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가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방북으로 풀려났다. 북한이 배 씨에게 '노동교화형 1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은 그만큼 미북대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앞선 억류자들보다 형량을 높게 선고해 사태가 엄중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동시에 석방을 위해서는 영향력있는 미 고위층의 방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하고 있는 미 행정부 역시 어떤 행태로든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미 영사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3, 4차례 면담을 진행했지만, 석방을 위해선 고위급 인사 방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카터 전 대통령은 최근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방북을 희망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북이 성사되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하는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된다. 카터는 곰즈 석방 외에도 1994년 6월 1차 핵위기 당시 처음 방북해 김일성과 면담했고, 지난 2011년 4월에도 전직 국가수반 모임인 '엘더스 그룹'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등 지금까지 세 차례 방북한 바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을 초청했다는 설도 있지만, 이와 반대로 카터는 북한이 원하는 인사가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카터 방북 가능성이 전해지자 중형 선고를 내려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다른 인사를 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카터의 두 차례 방북 때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는데 그쳤다. 특히 2010년 방북 당시에 카터가 평양에 도착한 다음날 김정일이 급히 중국 방문길에 올랐고, 체류 일정을 연장했지만 끝내 김정일을 만나진 못했다. 억류자 석방이라는 같은 목적이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3시간 동안 면담했다. 북한도 카터가 미 행정부에 미칠 영향력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카터는 2011년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북한을 찾았지만, 북한 외무성 부상으로부터 "언제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는 김정일의 메시지를 받아 전달, 북한 당국에 이용당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또 카터의 방북 메시지는 오바마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카터 전 대통령 외에 다른 인사의 방북 추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북한 역시 카터 방북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북한의 진정성있는 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비행정부 인사인 카터가 대안일 수 있다.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려면 언사와 긴장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국제 의무를 준수할 준비가 돼 있다는 확실한 신호나 조처, 그리고 의도의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혀, 미북대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최근 미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 역할을 중시하는 분위기인 점을 감안할 때도 억류자 석방문제를 매개로 양국 간 대화를 타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중국 고위인사를 활용해 억류자 문제의 인도적 처리를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데일리NK에 "노동교화형 15년 선고는 북미대화 대화채널이 작동되지 않은 조건에서 대미 대화 필요성을 피력한 것이지만, 과거 형태를 답습한 것으로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현재 미 행정부의 특사가 파견될 가능성은 없는 상황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 가운데 선택할 것이다. 카터 카드는 차선책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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