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잇따른 대외정책 파행을 주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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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태도 변화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한두 달 전까지 당장이라도 한반도에서 핵참화를 일으킬 것처럼 날뛰더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섰다가 돌연 판을 깨고 물러갔다. 당국 간 회담 제의와 판문점 연락채널 복구, 실무회담까지 관계복원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할 때만 해도 대화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남북 간 회담을 하루 앞두고 대표단의 급(級)문제를 제기해 무기한 보류를 선언하면서 회담 낙관론자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말았다. 13일에는 당국회담 대표단을 구성한 당사자인 조평통이 박근혜 정부를 거칠게 비난하고 나섰다. 고약하고 사나운 용어들이 다시 등장했다. 조평통은 13일 "북남 당국회담이 괴뢰패당의 오만무례한 방해와 고의적인 파탄책동으로 시작도 못해보고 무산되고 말았다"며 "남조선기업가들을 비롯한 각 계층을 죽음과 비탄 속에 몰아넣은 죄행에서 결코 벗어날수 없으며, 이번 사태가 북남관계에 미칠 엄중한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북한의 회담 보류는 미리 계획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무회담 종료까지 북한이 보여준 전격적이고 신속한 행동, 의제의 다양화, 금강산 관광 재개를 포함시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지까지 보인 점은 회담 성과에 나름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전격적인 철수 결정에 기선을 제압당했던 북한이 회담 준비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악습 개선의지라는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북한의 회담 제기 목적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가장 설득력있는 해석은 중국 역할론이었다. 돌이켜 보면 김정은 정권의 한반도 위기 고조 전술에 중국이 제동을 걸고 나와 경제제재 위협을 가하자 북한은 뒤로 물러섰고, 결국 최룡해를 특사로 보내 정중히 사과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에 대화 손짓을 보내 중국의 '남북대화 재개' 훈계를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의 기대에 어긋난 미중 정상회담 결과였지만, 중국의 완고함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남측이 더 이상 '을' 입장에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북한은 회담 보이콧으로 남북대화에서 '갑' 위치를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담 중단 후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잘못된 관행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회담 재개가 당분간 어려운 조건이다.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의 대외정책은 실패의 연속이다. 지난해 미국 오바마 정부와 베이징 2·29합의를 만들었지만 바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합의를 깨버렸다.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더욱 강경해졌다. 지난 2월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을 크게 고조시키면서 그 피해자가 중국이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강한 지지와 지원을 위해 중국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고조 전략은 오히려 화를 좌초했다. 중국의 엄포에 꼬리를 내리면서 김정은의 담이 작다는 약점만 노출하고 말았다. 이번 남북대화 중단 사태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더욱 원칙적으로 몰아가 경제지원의 여지를 차단해버렸다. 김정은의 잇따른 대외정책 실패는 준비 안된 지도자가 지나친 욕심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마인드가 부족한데도 자신의 즉흥적 판단만 믿고 밀어 붙이다 보니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 김정은이 좀 더 진지한 사람이었다면 실수에서 배우려 하겠지만 그런 모습은 찾기 어렵다. 노 간부들 앞에서 권위적으로 군림하기도 하고, 잦은 인사실패는 지도자로서 자질 부족만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태도를 바꿔 남북대화에 다시 나서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남북대화 중단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면서 중국의 명을 거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난국을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김정은 자신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북한 간부들의 한숨 짓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장성택이 나서 김정은에 대해 제 아무리 뛰어난 전략전술을 소유하고 있다고 감싸고 선전해도 북한 간부들이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리 없다. 젊은 지도자의 등장에 우려했던 부분들이 한반도에서 그대로 벌이지고 있는 느낌이다. 신주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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