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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I 조사에 국내 NGO·탈북자 적극 협력해야
데일리NK 2013-08-16 16:53:07 원문보기 관리자 528 2013-08-21 06:54:43

젖줄이 말라 한 살배기 꺼져가는 생명을 마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던 나이 어린 엄마, 몇 달 사이에 할머니부터, 언니, 동생, 부모님마저 다 굶어 죽어가는 것을 뜬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던 10대 소녀, 파철(破鐵)을 주워 중국에 팔았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충성심 높은 제대군인, 교화소 수감 중에 인분 속 옥수수 알갱이를 주워 먹어야 했던 16세 소년.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떠올리기 힘든 모습들이다. 이러한 증언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면서 탈북자들로부터 듣고 있는 증언들이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7월 말부터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ICNK(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와 회원단체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등 몇몇 인권단체들은 탈북자들과의 면담을 주선하고 통역 등을 제공하며 조사위원회 활동에 협조하고 있다. 조사원들은 지난 2, 3주간 50여 명의 인권유린 희생자들과 만나 북한 당국이 밀실에서 자행해온 범죄 행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 서른 건 정도의 사례는 8월 20일부터 닷새간 진행될 공개청문회를 통해서 발표될 예정이다. 9월 초까지는 몇 명의 조사원들이 국내에 남아서 탈북자들을 면담할 예정이며, 10월과 11월에는 다시 서울을 방문해 비공개 조사를 이어간다. 

하지만 문제는, 아쉽게도 유엔 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탈북자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이들의 조사가 어떤 권한과 가치가 있는 활동인지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상태다. 이는 북한인권 NGO들은 물론이고, 전문가 집단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지난 3월 2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무투표(consensus)로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을 통해 그 권한을 위임받았다. 결의안이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인권유린이 반인도 범죄에 해당되는 부분에 있어서, 전면적인 책임소재를 확실히 하자는 관점을 가지고..(중략)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유린에 대해서 조사위원회가 조사할 것을 결정한다." 그리고 결의안의 마지막 문구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조사위원회의 모든 보고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유엔의 모든 관련 기구와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할 것을 결정한다."

다시 말해, 조사위원회는 북한 당국이 저지른 인권유린이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라는 판결을 내릴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주범인 북한 당국에게는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나아가 이 결과물을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김정은과 북한당국을 국제형사재판소로 끌고 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법적 근거자료가 바로 지금 조사원들이 다루고 있는 탈북자의 증언이다.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한국 사회가 모르고 지나치거나 가벼이 여기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지난 십여 년 이상 북한 연구에 종사했던 전문가들은 북한당국의 인권유린이 어떻게 조직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자행될 수 있었는지, 왜 당국과 지도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충분한 자료를 조사위원회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탈북자들도 적극적인 증언이 필요하다. 북에 남은 가족이 본인의 탈북으로 인해 구금된 경우, 정치범수용소에 구금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경우, 보위부나 안전부 심문과정 또는 교화소, 노동단련대, 집결소 등에서 구금 과정에 고문을 받은 경우, 공개처형을 목격했던 경우, 고난의 행군 시기 가족들이 굶어 사망한 경우, 귀국동포, 국군포로 가족, 또는 적대계층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당한 경우, '말 반동'으로 처벌 받은 경우, 이동의 자유가 없어서 친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경우 등 각종 인권유린 행위에 희생된 탈북자들은 유엔 조사위원회에 억울한 사연을 호소할 수 있다. 

이들의 조사는 오는 11월에 마무리 된다. 지난 15년 이상 북한의 인권향상을 위해 일해온 탈북자, 인권단체, 전문가들은 유엔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경험하고, 듣고, 보고, 알고 있던 가능한 많은 사례를 조사위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의 삶을 억압해온 김정은 일당의 반인도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심판할 수 있는 순간이 우리 코앞에 와 있다. 이러한 증언은 김정은과 그 일당들을 유죄로 이끌기 위한 소중한 증거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탈북자와 북한인권 관련 모든 단체의 자발적인 협조와 면담요청을 촉구하고 싶다.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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