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열차 승무원, 외국인 관광객 가방 뒤지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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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에 있는 조중우의교를 건너면 바로 조선(북한)이다.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널때 중국 쪽은 단단한 아스팔트 길인 반면 북한은 울퉁불퉁한 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중국 단둥(丹東)에서 기차를 타고 북한 신의주 세관의 심사를 통과해 평양에 입성했다. 평양행 열차는 국제 침대열차로 개선해 갈아탈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이었다. 단둥에서 기차를 탈 때에는 조선 가이드(감시자)가 없어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었다. 평양행 기차로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는데 사람이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화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 기차를 이용했던 조선 사람들은 무역 관련 출장을 갔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각자가 어마한 양의 물건을 가져온 것이었다. 이들의 가슴에 초상휘장이 없었다면 조선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옷차림도 매우 세련되고 단정했다. 기차 안에서 한 승무원이 내 가방을 뒤지더니 반 정도 마신 커피를 보고 그냥 마셔 버렸다. 마시고 난 후의 만족스러운 표정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지난 여행에선 신의주 세관 관계자가 우리의 카메라를 검사하고 (북한) 이미지 손상이 우려되는 사진을 꼼꼼이 삭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핸드폰 휴대도 허용했고 그렇게 엄격히 심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가져가면 안 되는 물품도 심할 정도로 검사를 진행했는데, 중국 담배에 대해서도 뭐라고 시비를 걸어 "그냥 가져가세요"라고 하자 너무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여행단 중 호주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이 사람의 짐을 더욱 특별히 취급하는 듯 보였다. 무슨 '보물' 찾듯이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특별한 물건이 나오지 않자 조선 해관 직원이 대뜸 "달러 있냐. 조선 돈으로 바꿔줄게"라고 말했다. 이 여행객이 이후에 "돈 안 가져오길 정말 잘했다"고 혼잣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쪽에서 조선의 한 세관 직원과 한 중국인 남성이 여자 관광객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이유로 말싸움을 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이 장면을 호주 관광객이 사진에 담으려고 했지만 적발돼 결국엔 사진이 삭제 당하고 말았다. 이렇게 조선 신의주 세관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연출됐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창문 밖의 풍경을 찍는 것은 자유로웠지만 사람도, 풍경도 재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기차 안의 국경(?)을 넘어 조선 식당칸으로 들어갔다. 식당칸에 들어가자마자 검은색 옷을 입은 한 아저씨가 마른 명태, 캔맥주와 함께 음식을 잔뜩 시켜서 조선 말로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남성은 특유의 초상휘장을 차지 않고 있었지만 말투와 행동을 통해 조선 사람인 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옆을 지나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막지는 않았고 잠깐 찡그린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다. 이 남성 일행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 마른 명태를 하나 구입해 먹는 방법을 물어보며 다가갔다. 이것이 나름 성공적이어서 이 남성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현재 조선 외무부(성)에서 일한다고 밝힌 이 남성은 예전에는 라선에서도 일을 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라선을 중국에서 제일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深圳)에 비유하면서 라선에서는 매년 무역박람회가 열려 세계 각지의 상인들이 몰리고 특히 미국 로스엔젤레스(LA) 사람도 왔었다고 이야기 했다. 이 남성은 로스엔젤레스 부분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선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리고 있다는 방송과 신문의 보도는 어떻게 된 것일까? 이 남성과 이야기 하다 보면 "조선 주민들이 갑자기 부자됐나"라는 착각도 들었다. 생각해 보니 외국과 무역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배경이 있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남성은 '조선식 사회주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분명했다. 조선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민감하다고 판단해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기차 안에 있는 조선 여학생의 모습. 갓 20살이 넘은 듯 앳되보였고 옷차림은 비교적 현대적이고 가족과 함께 있었다. 기차 안에는 조선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 7월 27일)' 60주년을 맞아 초청된 중국 참전 노병들이 많이 보였다. 데일리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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