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愛' 선전하는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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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5월 5일) '어린이날'이다. 전국 각지의 놀이공원, 동물원 등은 나들이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부모님으로부터 선물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남한에 어린이날이 있다면 김정은의 '어린이 사랑'을 선전하고 있는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있을까? 북한에 어린이날은 없고 이날과 비슷한 '국제아동절'과 '소년절'이 있다. '국제아동절'은 1949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민주여성연맹이사회'에서 매년 6월 1일을 어린이들의 국제적 기념일로 제정한 데서 시작된 대표적인 사회주의권의 명절이다. 남한의 어린이날이 초등학생까지 포괄하는 날이라면 북한에서 국제아동절은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명절'이다. 이날 어린이들은 소풍을 가기도 하고 달리기, 자전거 달리기, 밧줄당기기(줄다리기) 등 체육·오락 행사를 즐긴다. 탁아소나 유치원은 휴원하고 유치원생들을 동원한 기념행사가 진행된다. 유치원생들은 기념행사를 위해 며칠 동안 준비한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등 체제선전에 동원된다. 또 미군을 형상화한 인형을 때리거나 바늘과 같은 뾰족한 것으로 찌르는 시합을 벌인다. 더불어 이날엔 평양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여성과 근로자가 주축이 된 기념보고회, 강연회뿐만 아니라 체육·오락 행사를 비롯해 외국 어린이들과의 친선연대 모임이 진행되기도 한다. 지난해 북한 노동신문은 국제아동절을 맞아 "온 나라의 탁아소·유치원들과 공원·유원지들에서 꽃봉오리들의 체육유희오락경기와 예술소품공연들이 진행되고 일군(일꾼)들과 근로자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국제아동절을 즐겁게 기념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아동절을 맞은 북한 고위층 아이들에 비해 일반 주민들의 아이들에겐 일상의 '하루'일 뿐 특별한 날이 아니다. 북한의 아동절은 공식휴일이 아니다. 때문에 부모들은 대부분 직장에 나간다. 일부 주민들은 휴가나 조퇴를 하기도 하지만 경제난과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어린이들도 식량을 구하는 데 힘써야 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자는 데일리NK에 "국제아동절은 남한의 어린이날과 의미는 다르지만 어린이들이 매우 기다리는 날이다"면서 "이날은 장마당도 북적거릴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만큼 자식 사랑이 큰 북한 부모들은 국제아동절이나 소년절이 되면 자기 자식의 기(氣)를 살려주기 위해 옷을 사 입히기도 하고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를 사먹으라며 돈을 주기도 한다"면서 "고위층 자녀들이 자식에게 값비싼 옷이나 '나이키' 같은 비싼 신발을 사주는 것과 달리 먹고 살기 힘든 주민들은 질이 낮고 싼 옷을 사 입힐 수밖에 없어 격차가 심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부유층 가정의 부모들은 아동절을 맞아 자기 자식을 내세우기 위해 선생님께 뇌물을 고이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에게 보낸다"면서 "아동절날 과자라도 마음껏 먹이고 싶지만 대부분 가정은 먹고 살기 힘들어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적지(김일성과 김정일의 발길이 닿은 곳)에서 진행되는 행사에 부모들이 찾아가 아이들의 행사를 관람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정원이 35명 정도인 학급에서 학부모는 7명, 많아야 10명 정도만 아이들의 공연을 보러간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러 나간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또 다른 어린이날은 6월 6일 '소년절'이다. 남한에서 6월 6일은 현충일이지만 북한에서는 소년단 창립일로 만 7~14세 학생들을 위한 기념일이다. '붉은 머플러'로 상징되는 소년단은 1946년에 창단됐으며 이날은 단체의 입단식이 진행된다. 교사들은 조직생활을 하게 된 신입 소년단원들에게 붉은 머플러를 달아주고 학생들은 입단하기 전 입단선서문을 외워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선서를 한다. 자유롭게 어린이날을 즐기는 남한 아이들과 달리 북한 아이들은 김일성·김정일에 충성을 다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2012년은 북한 소년단 창립 66주년으로 2만 명의 소년단 대표들을 평양에 불러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영광의 경축행사에 불러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장군님에 대한 다함없는 감사와 고마움에 겨워 격정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였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고위탈북자는 "당시 선발된 2만 명 중 대부분은 고위층 자녀들이고 소수의 어린이들만 노동자, 농민들의 자녀다. 당시 행사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은 뇌물과 복장 준비 등으로 400~500달러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년절 같은 대규모 정치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체제를 지탱할 핵심 세력인 소년층의 충성심을 고취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소년단은 어릴 때부터 김정은을 위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하는 존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문은주 인턴기자(동국대 북한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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