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병사들, 6개월짜리 '콩 휴가'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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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5군단 예하 사단들이 일부 병사에게 6개월짜리 '장기 휴가'를 주고 있다고 내부소식통이 전해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강원도 홍수로 인해 콩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부대들이 1인당 최대 500kg의 콩을 마련해오는 조건으로 병사들에게 최장 6개월간 장기 휴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1990년대 후반부터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들에게 요양을 목적으로 1~3개월의 휴가를 주거나 군부대에서 필요한 물품 조달을 위해 군관, 하전사들에게 10~20일간 장기 외출을 허락해 왔다. 하지만 특정된 물품 확보를 위해 일반 병사에게 장기휴가를 내주는 것은 이례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올해 1월부터 원수님(김정은)의 지시로 각 부대마다 병사들에게 콩을 보장하라는 방침이 떨어졌다"면서 "부대마다 병사들에게 콩 음식을 먹이는 문제에 대해 인민무력부 후방총국뿐 아니라 총정치국 차원에서 확인 검열이 진행되어 왔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1월 인민무력부 후방총국 지휘부 시찰 현장에서 "지난해 인민군대에서 콩 농사와 물고기잡이를 잘해 예년에 보기 드문 대풍을 안아왔다"며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군인생활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은 "군인생활 개선에서 이곳 군부대(후방총국)가 맡고있는 임무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군부대가 군인생활 문제를 푸는 데 선봉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군에 대한 당의 지도를 담당하던 최룡해, 김경옥, 황병서 등이 김정은을 수행했으며,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겸 후방총국장이 이들을 맞이했다. 5군단 예하 부대들이 병사들에게 '콩 휴가'를 준 것은 김정은이 지시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 군인들의 영양공급과 관련해 콩이 주목된 것은 이미 1980년대 일이다. 김정일이 북한군 총사령관 자리에 오른 이후 일반 병사들의 먹거리로는 '콩', 체력단련으로는 '농구', 여가활동으로는 '플레잉 카드(Playing Cards)'를 지목하며 일선 부대에서 적극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 2002년에도 김정일은 "군인들에게 콩을 많이 공급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김정은 시대에 와서 군인들의 건강 개선 차원에서 콩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북한군은 대부분의 부식물을 '부업지 농사'를 통해 자체 해결하고 있는데, 콩만큼 싸고, 재배가 쉽고, 영양이 많은 곡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강원도 홍수로 인해 북한군 5군단 예하 부대들은 콩 농사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7월 10일부터 사흘간 원산 등 강원도 지역에 420mm가 넘는 물폭탄이 떨어진 데다, 마식령 스키장 조성으로 인한 산사태까지 이어졌다. 소식통은 "콩 농사는 5월부터 시작해 9월이 되어야 수확을 하는 만큼, 지난해 콩 농사를 망친 군부대들은 이미 4월부터 콩 재고량이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콩 휴가'를 받은 군인들은 가정 내 경제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고 한다. 부모가 부유한 병사들은 시장에서 콩을 사서 복귀하면 되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은 병사들에게는 또 다른 '부역(賦役)'이 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가난한 농촌 출신 병사들은 고향집에 도착하자마자 콩을 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4일 기준 북한 시장에서 콩은 북한 돈 5000~5500원(1kg)에 팔리고 있다. 쌀 가격과 비슷하다. 병사 1명이 '돈'으로 콩 500kg를 구매하려면 북한 돈 25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부대 복귀 과정에서 기차나 서비차 등 운반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 북한의 일반 노동자들의 월급이 콩 1kg 가격도 안 되는 상황이니, '일반노동자들의 20년 치 월급'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콩 휴가'를 받은 병사들 가정에서는 다툼이 늘고, 부모 자식 사이도 벌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강도 혜산에는 두 아들이 '콩 휴가'를 받아 집에 온 가정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군인들의 정기 휴가가 지켜지지 않는 북한에서는 '10년 만에 아들 얼굴 보는' 경우는 있어도, 군대 나간 아들이 돈 가지러 집에 오는 경우는 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북한군 병사들의 '콩 휴가'를 바라보는 일반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소식통은 우선 "벌써부터 사람들 사이에 '이번 가을 강원도 협동농장에서는 인민군 도적떼가 들끓겠다'는 조롱이 나온다"고 말했다. 가을까지 군부대들이 할당된 콩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부대 인근 농장들을 찾아다니면서 콩을 훔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가을 수확철 북한 군인들이 인근 농장에서 수확물을 훔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정일 시대에 '선군(先軍)노선'이 노동당의 최고 이념으로 자리한 이후, 북한 군인들은 거리낌 없이 민간인들의 재산을 훔치게 됐다. 군이 당이나 인민보다 앞서는 세상이니 어색할 것도 없다. 북한 농민들은 가을이 오면 '군인들로부터 수확물을 지켜야 한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은 시대에 와서도 군 간부들의 행태는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군대에 먹을 것도 보장해주지도 않으면서 '전투 준비를 잘해라'라고 지시하기만 한다"면서 "결국 군대 지휘관들도 부업지 농사가 안되면 부하들에게 자기 책임을 떠넘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이 강조한 '콩 공급'이 원활치 않을 경우 그 책임은 사단, 대대, 중대 지휘관들과 후방공급 책임자들에게 돌아간다. 콩과 관련해서는 인민무력부 후방총국이 각 군단을 지휘 검열하며, 각 군단은 예하 사단, 여단 등을 이는 다시 각 대대, 중대를 거쳐 소대 단위까지 내려간다. 소대 단위까지 부업지가 할당되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군 병사들의 휴가증은 사단장 명의로 발급된다. '콩 휴가'를 일부 군부대에서만 벌어지는 사소한 일탈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5군단 이외의 군부대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두 소식통 모두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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