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시장 가치 미미한 5000원권 교환에 '시큰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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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이달 1일부터 새롭게 발행한 5000원권에 대한 교환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이는 2009년 화폐개혁을 경험한 북한 주민들이 외화(달러, 위안화)를 시장 유통화폐로 간주하는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라 아무리 내화 최고액권(5000원) 교환이라고 할지라도 '우리 생활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평양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신권(新券) 발행은 되었지만 아직 교환작업은 일반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5000원 신권교환에 대해 주민들은 관심이 없고, 교환에 대한 말을 하는 사람은 오히려 반네미('바보'라는 의미의 사투리) 취급을 받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권 5000원 지폐는 지난해 이미 발행이 시작됐었고, 올해 7월 말 기존 지폐를 2017년까지 새 지폐로 교환할 것에 대한 중앙은행지시가 인민반별로 전달됐다. 소식통은 "처음 포치(지시)를 들었을 때 교환 비율을 제대로 알지 못한 주민들 사이에서 혼란이 있었지만 1:1로 바꿔준다는 말을 듣고 지금은 잠잠해졌다"면서 "일반적으로 5000원권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은 조선(북한)돈 5000원 지폐는 '휴지와도 같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신권 교환은 일부 농촌에서나 신경 쓸지 모르겠지만, (당국 정책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혼란도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의 최고액권의 구권(舊券)-신권 교환에 대해 주민들이 '무감각'하게 된 원인에 대해 소식통은 그동안 당국이 보여준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시장 가치가 없는 북한 최고액권의 가치 하락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5000원권은 자국 내에서는 최고액권이라고는 하지만 외화와 비교하면 가치가 형편없다. 최근 환율(1달러=약 8000원)로 계산해 보면 북한 5000원은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국 인민폐 경우엔 5위안(元) 정도이다. 또한 최근 북한 시장 물가에 따르면 5000원을 들고 나가면 쌀 1kg(6000원에 거래)도 살 수 없고, 계란 같은 경우에는 겨우 6알(1알에 800원) 정도를 구입할 수 있다. 이어 소식통은 2009년 11월 30일부터 시행된 북한 '화폐개혁'을 언급하면서 "주민들은 '이제 화폐교환을 10번 해도 앉아서 손해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주민들의 인식변화를 소개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못사는 농촌에서도 조선돈은 '남(당국)의 것'이라고 보면서 쌀과 현물로 재산 축적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선돈은 '계산할 가치도 없는 돈'이어서 5000원이 새로 나오든 말든 우린 신경 안 쓴다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면서 "위(당국) 무슨 의도에서 화폐교환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민감하게 움직이기 보다는 '외화만 가지고 있으면 든든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실상을 전했다. 한편 북한에서 화폐를 '교환수단'에서 나아가 '저장수단'으로 인식된 것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식량난 발생 이후이다.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배급이 끊긴 이후 여기저기에서 굶어죽는 사태가 발생하자, 개인 재산을 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따라 화폐를 저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009년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을 단행해 '창고에 쌓여있던 돈'을 모두 빼앗기자, 주민들은 북한 화폐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게 됐고, 나아가 외화를 북한사회의 통용화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무역일꾼, 해외에 나가있는 당(黨) 일꾼 등 고위 간부들만 사용됐던 외화는 시장 장사꾼들과 소·중학교 학생들까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화폐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데일리NK는 최근 북한 주요 도시에 있는 시장에서는 잔돈(1달러, 1위안)까지 외화가 통용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설송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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