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일)은 '세계장애인의 날'이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만 교육받아 온 탈북출신 기자로서 장애인의 날은 생소하다. 장애인에 대한 개념이 남과 북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 부장 리건과 직원 변영금을 출연시켜 북한의 장애인 복지정책을 소개하며 "김정은 원수님의 인덕정치에 의해 장애자 보호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과 달리 헌법에 장애인 관련 법이 명시되어 있지만, 유명무실이다. 북한에서는 장애인을 '병신', '불구'라고 부른다.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평양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도시에서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불구'로 낙인 찍힌 사람은 거주할 수 없으며, 가족은 추방당한다. 직장에서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어도, 국가에서 보상을 해주거나, 처우를 보장해주는 경우는 전혀 없다. 또 군사복무기간 훈련 사고로 손과 발을 잃으면 무조건 제대해야 하는 현실이다. 영예군인들에 대한 정책이 있지만,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데일리NK는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북한에서 군(軍) 복무 중 사고로 3급장애 받은 탈북자 황지애(가명. 2012년 입국) 씨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남과 북의 장애인 문화에 대해 알아봤다.
-북한에서 장애인들의 생활은 어떠한가. "북한에서 장애인을 '불구', '병신'이라고 말한다. 팔다리가 멀쩡한 사람들도 먹고 살기 힘든 북한에서 하물며 장애인들의 생활이 어떠하겠는가.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는다. 노동 사고로 팔과 다리를 잃은 사람이 북한에는 너무 많다. 국가에서는 이들에게 보상은 물론 의족도 제공하지 않는다. 이들은 '함흥 교정기구공장'에서 자기 돈을 주고 주문제작해 착용한다. 한마디로 장애인의 인권은 없다. 세계적으로 장애인정책이란 말 자체가 없는 나라는 북한이다."
-군 출신인데, 어떻게 해서 장애를 갖게 됐나. "강원도에서 군 복무하던 중 1993년 훈련사고로 오른 손을 잃어 제대 됐다. 영예군인이라는 증서가 있었지만 배급조차 공급되지 않았다. 시당(市黨) 간부과를 찾아 '경노동직장'(장애인들이 일하는 직장) 지도원 자리를 신청했지만 '불구'는 간부사업을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20대 꽃 같은 나이에 '불구'가 돼 그때부터 사랑과 결혼도 인생의 사치라고 생각했다. 세상이 그대로 지옥으로 느껴졌다. 일단 '불구'가 되면 조국을 위해 피를 흘렸어도 사나운 팔자를 숙명으로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이에 분노한 남성 영예군인들은 5명 정도가 무리를 지어 장마당이나 기차 안에서 지팡이로 주민들을 폭행하며 강도행세로 살아간다. 이들은 법 기관에서도 통제하지 못한다."
-한국의 장애인 정책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북한과는 천지차이다. 그 중에서도 장애인을 비롯한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받는 혜택에 큰 감동을 받았다. 누구든 인간이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게 정책이 반영된다. 특히 일반 장애인들도 유공자와 똑같은 복지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은 집에서 혼자 눈물을 흘렸다. 한국은 장애인들의 천국이란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떠한가. "북한에서 '불구'라고 대학추천도 받지 못하고, 민족간부 양성도 될 수 없어 포기했던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한 지역에 있는 폴리텍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는 시각장애안내, 휠체어안내, 손발안내 등 장애인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필요한 도우미 시설들이 완벽했다. 오히려 정상인들보다 장애인들이 더 혜택을 받는다. 순간 북한에서 지금도 '병신'취급을 받으며 죽어가고 있을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졸업시험을 볼 때도 한손이 없는지라 남보다 시험시간을 30분~1시간 더 주었다. 열심히 공부해 A급 자격증을 땄고, 회사에 취직했다. 전철, 기차, 버스 등 어디를 가든 장애인들은 무료승차이고 화장실과 주차장도 장애인들은 특등대우를 받는다. 한국에서 장애인은 '불구'가 아니라 '장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가했다. "인권이라는 상식조차 없는 북한이 장애인체육경기대회에 참가했다는 것은 완전 '쇼'다. 해외에서 북한 수용소와 인권에 대해 여론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무역일꾼,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일성, 김정일보다 김정은은 장애인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는 '사랑정치'로 주민들을 기만하고 세계시선을 속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일반인들도 인권이 없는 북한에서 장애인의 인권 여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 세계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공부할 수록 한국장애인복지정책에 머리가 숙어진다. 탈북 장애인으로써 받은 혜택만큼 보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통일되면 한국사회복지정책이론과 현실을 그대로 북한에 적용해 북한의 장애인들과 웃으며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고 싶다." 설송아 기자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