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생님에게 - 임윤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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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보내는 편지 존경하는 선생님에게 - 임윤미(평북도 신의주시 가정부인)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제자 금순이 늦게 나마 인사드립니다. 엊그제 대학을 졸업한 것 같은데 벌써 8년이 지났습니다. 대학졸업해서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드리는 편지를 이 남한 땅에서 쓰게 될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못받아 보실 줄은 알지만 마음속으로나마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만성간염과 소화장애로 고생하군 하셨는데 더 심해지지는 않으셨는지요? 혹시 더 악화돼 이미 대학강단을 떠나지 않으셨을 까? 이렇게까지 감히 걱정하는 것은 제가 마지막으로 뵈온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도 수척하고 힘이 없으셔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때 많이 아프심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자기 고장으로 돌아들 가는 우리를 바래주느라 역 플렛홈에까지 나오시지 않았습니까? 언젠가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오전 세 강의를 끝내고 나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강좌 실에까지 걸어 들어갈 힘이 없다고... 하룻밤 자고 나면 여기 저기서 사람이 굶어죽었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식량난이 심했던 1995년 그 때였지만 그래도 평생을 후대교육사업에 바치시고 더구나 박사 교수에 작가이신 선생님에게서 그런 말씀을 들으니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다 힘든 때이니 할 수 없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선생님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잘 살 날이 오겠지,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지요.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접 가정을 꾸리고 생활해나가면서 우리 모두가 잘 살게 될 날이 그리 쉽게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사회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한쪽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고 있는데 다른 한 쪽에서는 소위 높은 간부랍시고 권력을 내 세워 배를 채우고 부화방탕을 일삼는 그런 세상에서는, 인간으로서는 물론 공민으로서의 모든 자유와 권리가 깡그리 짓밟히고 있는 그 제도에서는 저와 가정의 행복도 자식의 미래도 없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마침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그 사회제도가 싫어서 탈북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래동안 갈등을 겪은 끝에 저의 가정도 그 길을 택했고 많은 고생 끝에 여기 남한으로 왔습니다. 그 과정에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충격적인 것은 김정일이 해외 여러 은행들에 엄청난 개인비자금을 조성해 놓고 있다는 사실이였습니다. 스위스은행에만 해도 40-50억 달러를 비밀리에 저축해놓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중 5%만 풀어도 북한의 식량난은 해결될 수 있는데 김정일은 그렇게 하지 않고 300만의 북한주민들을 굶겨 죽였습니다. 수십만의 우리 어린이들이 자그마한 배도 채우지 못해 쓰러져가고 있을 때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고 하루 밤 한 병에 수천 달러나 하는 코냑을 마시고 비싼 곰발바닥료리를 먹으며 여자들을 끼고 진탕 치듯 놀았다고 합니다. 올해 초 북한에 매수돼 활동하던 중국공안 요원들이 중국 정보기관에 의해 적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실토한데 의하면 10년동안 북한을 위해 간첩활동을 하면서 1인당 많게는 1만딸라에서 5000딸라를 받았다고 합니다. 식량을 사올 돈이 없어 많은 주민들을 굶기고 있는 주제에, 그래서 몇 년째 계속 국제사회의 인도적 식량지원을 받고 있는 북한이 관계가 좋은 중국에까지 정보원을 심어놓고 수백만 달러를 사용했다는 것이 드러나자 중국은 물론 온 국제사회가 격분했습니다. 그 것도 북한이 인민들을 굶겨 죽이면서도 숱한 돈이 들어가는 핵무기개발에 집착하고 있다는 비난이 세계 도처에서 거세게 쏟아지고 있던 시기에 말입니다. 정말이지 오늘 날 북한의 현실이 누구에 의해 빚어졌고 누구 때문에 2000만 우리 북한인민들이 극심한 생활난에 허덕이고 있는지를 더 똑똑히 알 수 있는 사실들 이였습니다. 여기 남한의 한 교수가 쓴 논문에 의하면 오늘 날 북한의 생활수준은 우리 민족사상 제일 가난했던 조선조 19세기말 철종 시대보다도 못하다고 합니다. 생활수준이 100년전으로 후퇴했다는 거지요. 선생님은 저희들에게 역사를 가르치시면서 집권자가 무능하고 부패하면 백성이 못살고 고통받으며 그런 집권자와 나라는 반드시 멸망하고야 만다, 이것은 역사의 진리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생활수준이 고도로 향상된 이 21세기에 오늘날 북한의 생활수준을 100년전보다 못하게 만든 김정일이야말로 정말로 무능하고 부패한데, 왜 망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도 이라크전쟁소식과 후세인 패망소식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어느 정도로 소식을 알려졌고 어떻게 선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세인 패망 후 그 동안 비밀에 붙혀왔던 그의 개인재산과 호화 사치한 생활이 많이 공개돼 이라크인민들과 세상사람들을 격분시켰습니다. 후세인의 한 대통령 궁전에서 만도 400달러씩 들어있는 금속상자를 164개나 찾아냈는데 계산하면 모두 6억 5600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돈이지요. 현재 해외에 은닉된 후세인의 개인재산은 12억 달러인데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전 재산이 작게는 2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처를 8명이나 거느리고 이라크 도처에 자기와 일가친척들을 위해 웅장 화려한 대통령궁과 지하궁전을 수십 개나 세워놓고, 그야말로 온갖 부화 방탕한 생활을 일삼아왔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라크는 석유가 많이 나와 능히 잘 살 수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인민들은 지난 91년 후세인이 일으킨 걸프전 후과와 미국의 경제제재로 10년 이상 극심한 식량난과 경제난에 시달려왔습니다. 그런데 후세인 자신과 그 일가는 그렇게 해외에 엄청난 재산을 숨겨놓고 세상 부러움 없는 호화 사치한 생활을 누려왔지요. 그 뿐만 아니라 잔악하기 그지없는 무자비한 독재로 이라크인민들을 억누르고 또 억눌렀습니다. 그런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자 이라크 인민들은 제일 먼저 후세인의 대형동상부터 끌어내리고 망치로 때리고 짓밟고, 환호를 터뜨리고 했습니다. 여기 남한으로 온 많은 탈북자들이 TV로 그 것을 보면서, 그렇게 기뻐하는 이라크인민들의 모습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에 하나 전쟁이 일어나면 김정일 정권도 후세인 정권처럼 되고 말 것이고 북한 인민들도 이라크인민들처럼 저렇게 미친 듯이 기뻐할 것이다, 이렇게 말입니다. 물론 전쟁이라는 것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되지만 오늘 날 북한인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전쟁으로 인한 고통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진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김정일독재정권도 무너질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아니 지금 그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날이 빨리 와서 아무 생활 걱정 없이 건강하신 몸으로 강의를 하시고 논문과 작품도 쓰시는 선생님을 뵙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이만 펜을 놓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3년 5월 임윤미 탈북자동지회 회보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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