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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릴까?
물안개
2012-11-23 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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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시론<4101>2012, 11, 14일자 허정옥(서울과학 종합대학원 레저경영대학원장. 논설위원)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릴까? 이는 김대중 정부시절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역임한 김광웅 전 서울대 교수가 그의 저서, ‘미즈 프레지던트’에서 던진 질문이다. 그리고 그는 답한다. 곧 다가오는 대선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이 나라도 자연스럽게 여성이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는 정국을 맞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앨빈 토플러가 예언한대로 21세기에는 여성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므로, 여성 리더십을 폄하할 이유가 사라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박근혜가 이번 대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여성대통령이 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녀의 고백처럼 ‘권력은 국민이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2005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회담을 통해 당시 야당 대표였던 그녀에게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노”라고 거절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여당의 대권주자가 된 그녀에게 이 시대의 일부 남성들은 ‘생물학적으론 여성이지만 사회·정치적인 여성은 아니다’거나, ‘생식기만 여성’이라는 폄하 이하의 발언을 내뱉고 있다. 그녀는 출산과 보육, 교육,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성이 없다’는 게 이들 주장의 근거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진정한 성은 무엇일까? 이 또한 국민이 판단할 일이지만, 여성들은 대부분 그 답을 알고 있다. 태생적으로 여성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모성을 느끼며, 출산을 하지 못해도 모정을 발한다. 특히나 미혼여성들은 여성의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사회의 제도와 편견이 이 시대의 여성성을 흔들어 놓는 근간임을 절감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참여도가 전 세계 국가들 중 ‘108위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조차 외면하는 남성들에게서 절망을 느낀다. 남성들이 문제 삼는 박근혜의 여성성은 그녀가 고백하는 당시의 ‘시대상황과 역할인식’을 통해 설명되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나는 남들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가정을 일구며 알뜰한 주부로 살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가 되고 나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 때문에 연애나 결혼을 꿈 꿀 여유가 없었다. 그러한 삶은 이미 내게 젊은 날의 꿈으로 막을 내려버린 지 오래다. 청와대에서 15년을 사는 동안 나는 이 나라와 결혼한 공인이 되었다’(박근혜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차라리 박근혜의 여성성에 대해서는 ‘어떤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났는가가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떠한 삶을 살아 왔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심상정의 비판이 타당해 보인다. 심상정은 ‘그녀가 여성의 권익신장을 위해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으므로 대한민국 여성들이 자신들의 대통령으로 인정할지 의문스럽다’며 스스로 대권에 몸을 던진 사람이다. 사실 박근혜가 모처럼 정계에 등장했을 당시, ‘대통령의 딸이면 딸이지, 우리를 위해 그동안 한 것이 무엇이냐?’는 이들이 많았다. 그녀가 청와대를 떠나서 보낸 18년은 ‘은둔과 칩거’로 밖에 설명될 수 없는 세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점에 대해 그녀는 겨울 소나무처럼 청청하게 항변한다. ‘그 때도 나는 대한민국 하늘 아래 살고 있었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의 한 사람이었다’라고. 부모님 모두를 총탄의 피흘림에 잃어버린 고통 속에서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조국의 산천을 죽도록 걸으며 나라사랑으로 견뎌냈노라’고. 고국을 떠나라는 소리를 참아내기 위해 내 삶과 뼈를 이 땅에 묻는 심정으로 ‘시를 쓰고, 경을 읽고, 공부를 하였다’고. 그리고 IMF가 터지자 이 나라에 여생을 바치고자 ‘정치에 몸을 던졌노라’고. 그녀 덕택에 요즘은 ‘여성 대통령이 나오면 여성들은 좋아지겠다’는 소리를 듣는다. ‘성차별의 차원을 넘고, 계급적·계층적·지역적 간극을 넘어, 여성 대통령의 시대가 열리기’를 고대하는 어느 남성교수의 바람처럼, 우리는 이제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줄 모성의 지도자를 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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