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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들 - 김선희
동지회 6 3601 2007-01-24 17:29:08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많다면 그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와 반대로 내 인생에서 내가 기억해야 할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의 성공 기준으로 제시하고 싶다. 내가 사회복지인으로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참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학창시절에 알아 왔던 귀한 친구들과는 또 다른 의미의 귀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내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 졌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것 같다. 그들 중에는 직장 동료도 있고, 일과 관련된 여러 기관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북한이탈주민이다. 그들과 나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매개로 수요자와 공급자 관계로 시작하였으나 이제는 인생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까지 발전하였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작은 키의 정환이를 소개할까 한다. 정환이를 알게 된 지는 5년이다. 그때만 해도 스물을 갓 넘긴 아직 앳된 모습의 정환이는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치 사춘기의 고등학생을 보는 듯 정환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항상 불안했다.

그러던 정환이는 무슨 계기가 있었는지 어느 날 내게 찾아와 그간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자신도 꿈과 희망을 갖고 살고 싶다는 것이 아닌가.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학교근처로 집을 옮기고 학교와 집을 오가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대학생으로서 의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기 위해 자신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 그 자체가 참 기특했다.

얼마간 연락이 없던 정환이로부터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연락이 왔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무엇을 하냐고, 자신이 즐거운 시간을 제공할 테니 시간을 내달라며

나는 그날 정환이가 친동생처럼 돌보고 있는 입국한지 얼마 안 된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참으로 마음 한켠이 찡한 따뜻한 하루였다.

날 새며 북한식 순대 만들어 준 고마운 부부가 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사회복지시설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며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는 행사가 있었다.

우리 복지관도 그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홍보물을 제작하던 중, 우리 복지관의 특성을 부각하기 위해 탈북자와 관련된 이벤트를 생각하였다. 그 순간 떠오른 것이 바로 ‘북한식 순대, 아바이 순대’였다. 행사를 며칠 안 남긴 상황에서 떠오른 생각이라 갑작스런 부탁을 누구에게 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 순간 나이는 어리지만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옥화 엄마가 떠올랐다. 남한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새로 전입오는 탈북자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고, 명절이면 외로운 탈북자를 초청하는 옥화 엄마가 생각났다.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너무나 다급한 나머지 연락을 하니, 옥화 엄마는 흔쾌히 답을 주었다. 돼지 2마리의 내장으로 만든 순대의 양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만들기까지의 노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다.

몇 년전 처음 가정방문을 했을 때 북한 음식 한 번도 못 먹어 보았다는 말을 기억하고 북한 요리를 한상 차려 직원을 초청하던 그 마음 그대로 이번에도 우리 요청을 들어준 옥화 엄마에게 고맙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옥화 엄마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2006년 12월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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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16 02:41:57
    가슴이 훈훈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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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 2007-04-21 12:04:39
    안녕하세요?
    정말로 감동적인 글이네요. 우리 탈북자들은 이렇게 인심이 좋은 사람들이라는걸 다신한번 느끼게 됩니다. 그럼 행복한 시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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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전멍든벨 2007-05-31 14:44:39
    아 찡하다...10자압박10자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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