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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빈부격차 연재8(권력편)
Japan 장진성 1 645 2010-03-24 10:15:36
북한은 권력만 있고 법이 없는 나라

법이란 작은 파리만 걸리는 거미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이런 거미줄법조차 없다. 오직 김정일 신격화법만 있으며 그 잣대로 표창도 하고, 3대 멸족도 하는 나라이다. 이런 비논리적인 신격화법이 다스리는 일인체제이기 때문에 북한엔 최소한의 인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보호가 전혀 없다.

더욱이 북한이란 나라는 김정일의 유일통치를 위해 특권층의 특권도 함께 계승되는 완벽한 세습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여 300만을 굶겨죽이고도 김정일은 전혀 자기 책임을 못 느끼듯이 그 밑의 간부들도 권력 절대의식으로 온갖 만행을 일삼는다. 우선 북한 특권층의 전횡은 김정일 신격화를 등에 업고 감행된다.

황해북도 전(前) 도당책임비서였던 최문덕은 도당 내 “충성의 외화벌이과”과장이 자기의 외화횡령 사실을 중앙당에 신고한 사실을 알고 그와 가족을 정치범수용소로 보냈다. 그의 죄란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1호사진을 찍자”고 말한 것이었다. 1호사진이란 김정일과 함께 찍는 사진을 의미하는데 그 신성한 1호를 함부로 도용했다는 것이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산하 은별무역관리국 국장 리병서도 억울하게 숙청됐다. 최룡해위원장과 가깝게 지냈던 그를 주목하던 당조직부 제1부부장 이제강은 리병서가 중국 무역회사 사람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중국개방을 부러워하는 발언을 했다고 하여 개방주의자로 몰아 처형했다. 최룡해가 해임되기 전이어서 김정일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제의서도 준비했었지만 이미 비준이 끝난 문제이기 때문에 그대로 처리되고 말았다.

인민무력부 후방총국 산하 봉선화합영회사 사장이었던 재일교포 출신 최숙련도 마찬가지였다. 김정일에게 216개의 일본 전기재봉기를 충성의 선물로 바치고 인민무력부 후방총국 피복국 소속 봉선화합영회사를 차렸지만 총정치국 간부들에게 밉보여 무력부 보위사령부에 끌려가 6개월 후 자살 처리되고 말았다. 체포 당시 그를 신임했던 후방총국장 오련방이 직접 나서서 최숙련을 사장으로 비준한 김정일의 결제사인을 보여주며 막아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날짜보다 더 뒤에 사인된 똑같은 필체 앞에서 입을 굳게 다물어야만 했다.

북한의 재판 시스템에는 아예 변호사 선임제도조차 없다. 인민배심원제도가 있긴 하지만 그들은 피고가 아니라 공화국을 지키는 검찰의 편에 서야만 하는 구경꾼들에 불과하다. 공개재판 현장에서 반(反)김정일 발언을 할 것이 두려워 죽음을 앞 둔 모든 사형자의 입에 자갈을 물리는 법치이다. 만약 북한에도 변호사제도란 것이 있다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해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편안히 눈을 감았을 것이다.

1999년경 평양시 만경대구역보안소가 팔골시장에서 공개처형을 진행했다. 당시 말뚝에 묶인 사람의 죄명은 포르노를 제작하고 시장에 팔았다는 것이다. 평양시에 “동희사건”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공개처형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김동희의 실제 죄는 단순한 불법 외화벌이 관련 예심과정에 인민무력부 보위사령관 원응희에게 미화 10만불을 현금으로 주었다고 발설한 것이었다.

김정일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원응희의 파워를 의식한 보안성 예심원은 이 사실을 보위사령관에게 보고했고, 김동희는 자본주의 황색분자로 처형됐다. 김동희와 함께 갇혀있었던 수감자들의 귓속말을 통해 이 소문이 퍼지자 무력부 보위사령부와 갈등하던 국가보위부가 김동희 담당 예심원을 조사하여 김정일에게 결과보고를 하였다, 원응희는 살인범죄가 아니라 당을 속인 기만 죄로 한동안 직무정지 처벌을 받았었는데 내가 탈북 한 이후 한국 언론을 통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법천지라 해도 언론의 자유라도 있다면 일반 주민들에겐 하소연 할 권리라도 있겠지만 북한의 모든 신문들은 당 선전선동이다. 이런 나라여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란 침묵일 뿐이다. 김정일이 “나의 정하철”이라고 부르던 당 간부가 있었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신문사 기자, 부장, 주필, 조선텔레비죤총국 총국장, 조선중앙방송위원회 위원장을 걸쳐 1998년 당 선전선동 부장 겸 선전비서로 임명됐다.

당 선전부는 원래 조직부, 통전부, 국가보위부와 함께 김정일이 직접 업무를 보는 부서이기 때문에 부장직제가 공석이었다. 영화 예산을 횡령한 죄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겸 영화담당 부부장이었던 최익규가 해임 되자 김정일은 정하철에게 이 모든 선전권력을 준 것이다. 정하철은 조선중앙텔레비죤총국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되는 새내기 아나운서를 국가방송원으로 임명하고 뉴스채널을 전담하게 했다.

그녀가 바로 현재 북한TV의 여자 아나운서인 해주출신 류정옥이다. 북한 선전부는 전통적으로 아나운서들을 국가의 목소리, 평양의 얼굴로 중요시한다. 유례없는 인사여서 중앙텔레비죤총국 보도국과 방송국 몇 사람이 정하철과 류정옥의 혼외정사를 당 조직부에 신고했다. 그런데 김정일이 이 보고를 받고 오히려 신고한 사람들을 방송위원회에서 내 쫒아 제일 힘든 탄광에 보내라고 지시했다.

사실을 알려야 할 기자들부터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거짓의 나라인 것이다. 정하철은 그 후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김정일은 암에 걸린 고영희에 대한 동정과 참회로 자주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를 후계신호로 잘 못 해석하고, 2002년부터 고영희 우상화 및 후계자선전을 한 것이 죄가 되었던 것이다. 요즘 김정은을 지칭한다는 “발걸음”이란 노래도 이때 나온 곡이다.

말할 자유마저 박탈당하면 대신 혜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보험도 없는 나라이다. 의료보험은 허울뿐인 무상치료이고, 혹시 차 사고로 인명피해가 나도 합의처리가 고작이다. 그 합의란 것도 워낙 못 사는 나라여서 장례식에 필요한 돼지고기 몇 근과 쌀을 주는 것이 보통 관행이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 하지 않는가.”하는 온정주의와 권력눈치가 결합된 북한만의 사고처리 전통인 것이다.

그러나 간부나 그 가족이 당했을 때는 다르다. 운전자가 3년~5년 동안 감옥에 가는 것은 물론이고 그 경우 원칙상 적용되는 해임, 추방, 인사제한 등 온갖 불이익을 받는다. 심지어 법규도 달라진다. 김정일은 1996년 여자들이 자전거 타는 것을 전국적으로 일체 금지하도록 지시했다. 교통수단이 부족한 탓으로 일반 주민들에게 자전거는 곧 생존수단이기도 하다. 한국 언론들은 여자들이 치마를 입고 타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실제는 다른 이유에서였다.

당 작전부장 오극렬의 첫째 딸인 오혜옥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군인트럭에 깔려 사망한 것이 그 계기였다. 장례식장을 찾아와 오극렬의 슬픔을 위로한 김정일은 기름이 부족한 나라인데도 트럭들은 일체 평양시 중심도로로 다니지 못하도록 인민보안성에 통행제한 지시를 내렸다. 또한 여자들의 자전거 사용도 금지시키고 엄하게 단속하도록 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평양시 부유층 여자들은 자신들이 자전거를 탈 수 없는 것을 오극렬 일가 때문이라고 한탄한다.

오늘로서 북한 특권층에 대한 나의 연재는 끝나지만 지금도 북한에선 엄청난 빈부격차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단언하건대 내가 2004년까지 경험했던 북한은 이미 김정일의 나라가 아니다. 김정일은 유일체제라고 하지만 그의 유일성은 리더십이 아닌 강제이며, 권력계층도 그 억지의 끝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기 때문에 강한 권력욕과 집착으로 기득권을 고집하는지도 모른다.

정권 주도 세력으로서 지금껏 주민들에게 허황된 신격화를 주입시킨 그들이야말로 현실주의자들이며, 그래서 김정일이 급사할 경우 가장 먼저 체제이탈을 할 것이다. 시장에 적응된 주민들도 더 이상 김정일을 신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신격화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은 더 커질 것이다.

현재 북한 정권의 가장 큰 약점은 첫째로 간부 고령화이고, 둘째로 같은 권력사회 안에서도 정책 결정 계층과 실무 계층과의 괴리가 큰 것이다. 이는 믿음의 차별화로 충성을 유도하려는 김정일의 독특한 권력스타일이 만든 체제약점이기도 하다. 그 권력 칸막이들 사이에는 지금도 서로 다른 자존심과 감정, 야심과 목적들이 동거하고 있는바, 거기에 금융제재, 사치품통제, 김정일 건강 악화, 등 조금만 충격이 가해지면 반드시 흔들리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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