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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대출
Korea, Republic o 고발자 0 591 2012-02-13 14:28:16
탈북여성 품앗이 대출로 돈 마련, 중국에 있는 딸 데려왔다
    "저를 믿어줘 고맙습니다"

    금융소외자들이 사연과 함께 자금을 신청하면, 사이트 가입자들이 각자 여윳돈을 십시일반 대출해주는 한 품앗이 대출 사이트. 이곳은 노점용 리어커를 마련하려는 영세 상인이나 등록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한 저소득층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한다. 그런데 작년 8월 '딸을 데려오고 싶어요'라는 생경한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저는 탈북자입니다. 1998년 북한을 탈출해 10년 넘게 중국에서 숨어 살다가 2009년 5월 간신히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남겨두고 온 열 살배기 딸이 통화를 할 때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웁니다. 딸을 데려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

    '우향맘'이라는 필명을 쓰는 조영희(가명ㆍ35)씨가 신청한 금액은 250만원. 중국에 두고 온 딸의 친자 확인을 위해 필요한 유전자(DNA) 검사 비용과 이 업무를 맡은 직원의 출장 비용에 필요한 돈이었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불과 2년여 전 한국 땅을 밟은 그로선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햇살론 대출을 받으러 새마을금고를 찾았으나 주민등록지에 거주한 기간이 1년이 안됐다며 퇴짜를 놓았다. 은행에도 가봤지만 거래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고개를 저었다. 발만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조씨에게 탈북자 관리를 맡은 경찰서 담당 형사가 품앗이 대출 사이트를 소개해줬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에 적게는 몇 천원에서 많게는 몇 만원까지 모두 196명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조씨는 이렇게 마련한 돈 250만원으로 꿈에도 그리던 딸 영아(가명)를 올해 초 무사히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는 스무 살 때까지 잘 나가는 북한의 국가대표 기계체조 선수였다. 하지만 지방 출신(함경남도)인데다, 집안이 가난해 대표단 관리책임자에게 뇌물을 줄 형편이 못돼 곧 밀려났다. 운동을 그만둔 뒤 얼마 안 되는 체조선수 월급마저 끊기면서 집안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결국 양강도 변경지대에서 동(구리)과 늄(알루미늄)을 주워다 팔아 겨우 연명하는 '꽃제비' 생활을 해야 했다.

    조씨가 목숨을 건 도박을 감행한 건 1998년 8월. 군인들의 식사 교대시간을 틈 타 다리 아래로 세찬 강 물살을 버티며 압록강을 건넜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또 다른 '지옥'이었다. 인신매매업자에게 팔려 지린성(吉林省) 린장(臨江)과 창춘(長春) 등을 전전했다. 그 해 11월 가까스로 한족(漢族) 남자를 따라 하얼빈(哈爾濱) 변두리 시골에 정착할 수 있었다. 딸 영아를 낳은 것도 그 때였다. 하지만 늘 끼니를 걱정해야 했고, 북한에서의 곤궁한 생활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2004년 무작정 베이징(北京)으로 갔다. 식당과 찻집, 모조품 판매점 등을 전전했다. 거기서 종종 접하게 된 한국인 관광객을 보면서 그는 한국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악착같이 번 돈으로 모조품 판매점을 차렸지만 조선족 직원에게 사기를 당해 투자금을 다 날렸다. 다시 광저우(廣州)로 건너갔지만 조선족 여자가 탈북자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해왔다.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더 간절해졌다.

    지인의 도움으로 태국을 거쳐 처음 한국 땅을 밟던 2009년 5월 2일. 조씨는 그 때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배 곯지 않고 멸시당하지 않으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이곳 생활도 쉽지는 않았다. 열심히 일해도 돈은 모이지 않았고, 탈북자를 대하는 눈길도 따뜻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딸에 대한 그리움이 뼈에 사무쳐 하루하루 지내기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지난 9월 1일. 조씨는 돈을 빌린 지 정확히 1년 만에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경기 안산시 한 도금업체 생산라인에서 하루 12시간씩 품질검사 업무를 하며 받는 200만원 월급에서 매달 이자를 포함해 27만원씩 꼬박꼬박 갚은 결과였다. 마지막 대출금을 정해진 날짜에 입금하고 나서는 펑펑 울었다. 꽉 닫혀 있던 조씨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워낙 힘들게 살아온 탓인지 한국에 와서도 주변사람들을 경계하기만 했죠. 그런데 나 같은 사람도 믿어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믿음이 생겼어요. 딸을 찾도록 도와준 여러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제 정말 대한민국 국민이 된 느낌입니다." 1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밝게 웃지 못했을 것 같은 조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품앗이 대출(소셜 펀딩)
    급전이 필요한 금융소외자들 대상의 인터넷 대출 사이트. 사연과 함께 자금을 신청하면 해당 사이트 가입자들이 각자 여윳돈을 십시일반 모아 빌려준다. 대출자가 자금이 필요한 이유와 상환 계획, 원하는 금액 등을 제시하면, 투자자들은 대부업체보다 낮은 이자율이나 심지어 이자 없이 빌려주기도 한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은 공연예술 기획자, 예비 창업자, 영세 상인, 대학생 등 다양하다.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대출 모델임에도 자금 확보가 빠르고 연체율이 낮다는 입 소문이 나면서 올해 초만 해도 한자릿수에 불과했던 소셜 펀딩 업체가 최근 10여 곳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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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사랑 ip1 2012-02-13 15:33:21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삭막한 사회에 이런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니 이 추운 겨울 삶의 훈기가 느껴집니다. 품앗이는 우리 조상들이 물려주신 매우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사람들끼리 서로 돕는다면, 비록 가난하지만 인정이 넘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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