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고 |
---|
크리스마스가 다른 날들과 조금도 다른 바가 없습니다. 해는 동해에서 뜨고 밤이 되면 서해로 가라앉습니다. 그러나 지구상에 사는 20억 정도의 인간들이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믿고 이 날을 특별한 날로 삼고 축하합니다. 예수께서 2014년 전 오늘 탄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크리스마스가 12월 25일인 사실은 누구도 흔들지 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자기의 삶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아마도 지구상에 50억은 될 것입니다. 그들의 상당수는 불교나 유교나 회교를 믿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도대체 종교에 무관심한 불신자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예수께서 탄생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내가 <성서>를 통해서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오늘의 김동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에게 기도가 있는 것은 내가 나의 생활의 현장에서 그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나는 <성서>에도 없는 황당무계한 설화나 전설이나, 남들의 체험은 전혀 믿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는 ‘말씀’과 그 가르침에만 충실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나는 석가나 공자나 모하멧을 존경합니다. 이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만일 예수께서 저 문으로 들어오시면 나는 일어날 뿐 아니라 이 어른 앞에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나는 내가 가진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그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나의 이런 논리를 잘 이해 못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 날마다 죽음을 저만큼 두고 바라보며 살지만 그 죽음을 나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문인 William Dean Howells의 말대로 “Eternity and I are one”(영원과 나는 하나)인 것을 믿기 때문에 나는 '날마다 주께로 더 가까이' 가려고 기도합니다.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신고 0명
게시물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