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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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일 (도명학/한국소설가협회 회원) “아으~ 춥다, 무슨 날씨가 이래” 감시 실에 들어서는 계호원(간수) 최 중위 눈썹에 성에가 하얗다. “오늘이 소한이잖소. 거기다 올겨울은 유별나게 춥거든.” 페치카에 엉덩이를 지지던 계호책임자(간수장)김 대위가 자리를 비켜 줬다. “이러다 저 안에 놈들이 얼어 죽는단 소리가 나겠습니다.” “그러잖아도 10번 새킨 귀가 얼었다나.” “그래요? 그 새킨 자리까지 바꿔 앉혔는데도, 거 참 골치 아픈 새끼군.” “그 쪽이 엉덩이는 덜 차갑겠지만 벽에서 냉기가 풍겨 그럴 거요. 하여간 늙은 게 그냥 조용히 살다 뒈질 게지. 죄는 왜 짓고 말야.” 10번은 남조선에 간다고 아들과 함께 국경을 넘으려다 붙잡힌 박 영감의 수인번호다. 감방에선 수감자를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부른다. 공화국을 반역했으니 이름을 불릴 자격이 없다. 그래도 번호는 점잖은 셈이다. 수감자들은 나이가 많건 적건 “개새키” 소리를 듣는다. 처음에는 화가 나도 자꾸 듣다보면 쉽게 익숙해진다. 일단 여기에 들어오면 고위직이었건, 농민이었건 사람취급을 하지 않는다.
10번 박 영감은 기계공장 지배인을 하다 반년 전 연로보장(정년퇴직)을 받았다. 3천명 종업원을 거느렸던 기상이 그대로 남아있고 사람마다 아직은 “지배인동지!”로 불러주는데 졸지에 정치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는 6.25전쟁 때 국군에 끌려가 피살된 줄 알았던 형님이 남조선에 시퍼렇게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북조선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재중조선인 장사꾼이 소식을 갖고 왔었다. 놀랍고 반가웠지만 잘 믿겨지지 않았다. 혹시 남쪽 국정원 마수에 걸려드는 건 아닌지 의심도 했다. 하지만 형님이 보냈다는 옛날 가족사진을 확인하곤 할 말을 잃었다. 형님이 남쪽에서 큰 부자가 되어 살고 있는 줄도 모르고 피살자 가족으로 분류돼 평생 간부노릇 잘 해먹었다. 나라에서 알았더라면 간부는 고사하고 당원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형님은 남쪽에 와 살자고 했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하지만 형님이 살아있는 사실이 언제 알려질지 모른다. 박영감은 간부만 해먹다 정년을 맞았으니 더 출세할 일도 없지만 자식들 장래가 걱정이었다. 언제 무슨 벼락이 떨어질지 모르는 처지에 그냥 살수는 없었다. 마침내 형님과 연결된 브로커가 왔다. 만약을 생각해 아내와 딸을 먼저 압록강을 건너보냈다. 그러나 다음 날, 박영감과 아들이 압록강에 들어서자마자 보위부원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형님소식을 가지고 왔던 재중조선인 장사꾼과 탈북브로커가 사례금 때문에 다툰 것이 화근이었다. 신고를 받은 보위부원들이 압록강 도강지점을 알고 미리 그물을 친 것이다. 박영감이 감방에 압송돼오자 계호원들은 우선 매라는 것이 달달한 건지 쓴 건지 알려준다며 무작정 주먹질, 발길질을 해댔다. 한자리 해먹던 자들 자존심은 첫 순간에 짓밟아버려라. 그래야 계호원을 우습게 못 봐. 병신이 안될 만큼 두드려라. 계호책임자 김 대위가 부하들에게 늘 하는 훈시다. 박영감이 매를 맞으면서도 배짱을 부렸다. 야, 이놈들아 말로 하자, 말로. 꼭뒤에 피도 안 마른 조고만 놈들이, 내가 뭘 잘못했냐. 내가 환갑이 넘었다. 당장 니들 정치부장 데려와라, 무슨 보위부가 이따위로 일해? 법대로 하자, 법대로! 겁 없는 하룻강아지처럼 악악 소리를 질러댔다. “어라! ~ 이 늙다리가 살기 싫어졌나?” 김 대위가 머리를 틀어박고 악을 쓰는 박 영감 뒷덜미를 잡아 쳐들었다. “야, 국가보위부가 잠자는 줄 알아? 인마, 너들 압록강 건너서 어딜 간다며?” “수도가 안 나와 물 길러 나갔다 왜?” “뭐, 물 길러 나갔다? 이게 어디서 반말질이야?” 짝! 김 대위의 펼쳐진 손바닥이 면상을 때렸다. 코피가 터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다시 말해. 뭐 물 길러 갔다?” “정말이요. 그래서 물통이랑 들고 갔소.” “아 이 새끼 그냥 반말이야.” 뒤에 섰던 최 중위가 군화발로 잔등을 내리찍었다. 윽! 숨이 막혀 입이 딱 벌어졌다. 눈동자가 허공을 향해 파르르 떤다. 그걸 또 윤 소위가 가슴을 걷어찼다. 박영감이 뒤로 벌렁 넘어졌다. “아버지!” 아들이 기겁해 소리쳤다. “아야, 이 생쥐 같은 새킨 또 뭐야. 뭐 아버지?” 이번에는 아들이 죽도록 매를 맞았다. “이 새키들아, 잃어나 무릎 꿇어. 이 안에서 무슨 애비고 아들이야. 여기 들어온 순간 공화국 공민권 박탈이야. 공민권 박탈이면 사람이 아니야. 들었나?” 김 대위가 붉으락푸르락 독기를 풍겼다. “예, 보위원 동지” 박 영감 입에서 황겁히 경어가 나왔다.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 바쁘게 또 군화발이 가슴팍에 날아들었다. “뭐 보위원 동지? 어따 대고 동지야. 너 같은 반동새키가 어떻게 동지야” “몰라서 그랬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다급한 나머지 아들이 먼저 대답했다. “인마, 누가 널 대답하래?… 이거 안 되겠구나. 너들 이제부터 고생 좀 해야겠다. 감방생활 똑바로 안하면 이 안에서 죽을 줄 알아, 새키들아. 여기서 죽으면 귀신도 몰라. 여긴 도둑놈들 가두는 보안서가 아니야. 공화국에 이보다 더 높은 감방은 없다는 거 명심하고.” 김 대위는 턱을 슬슬 만지며 한풀 죽어 시래기가 된 박 영감부자를 굽어보았다. “자. 이쯤하면 초절임은 좀 된 거 같고, 이 물건들을 2호 감방에 넣소.” 윤 소위가 벽에 걸린 감방열쇠를 벗겨들었다. “일어섯!” 박 영감부자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대가리 숙여! 이 새키들 낯짝 어디다 쳐들어?” 이번에는 감히 얼굴을 마주봤다고 싸대기를 맞았다. 좁고 컴컴하고 곰팡이 냄새나는 복도로 들어가자 감방 문들이 보였다. “2호”라고 쓴 문 앞에 멈췄다. 문을 열 때 옆에서 무릎 꿇어야 한다는 걸 몰라 또 발길질을 당했다. 가르쳐주지도 않고 매질이다. 이래저래 구실이 없어 못 때리는 판이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녹 쓴 접철소리가 귀청을 쨌다. “들어가!” 문은 유치원꼬마들이 들어갈 만큼이나 작다. 엉거주춤 기어들어가는 데 꾸물거린다고 뒤에서 또 엉덩이를 발로 찼다. 감방바닥에 누더기 뭉텅이 몇 개가 보였다. 정전이 되어 켜놓은 촛불이 가물거렸다. 정면 철창너머에 권총을 찬 계호원이 서있었다. “어이, 늙은 새킨 이쪽, 젊은 새킨 저쪽 끝에 앉으라.” 갈라 앉히는 건 서로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자리에 앉자 바닥에서 누더기 뭉텅이들이 일시에 불쑥 솟아올랐다. 그 위에 마술처럼 촛불 빛에 번들거리는 문어대가리들이 주렁주렁 생겼다. 누더기 뭉텅이가 아니라 머리털을 빡빡 깎은 죄수들이다. 죄수들은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나면 일제히 머리를 바닥에 박고 엎드려야 한다. 꾸물거렸다간 경을 친다. 너무 어두워서 그 모양이 누더기 뭉텅이처럼 보인 것이다. 뱁새눈의 계호원이 능글능글한 웃음을 띠고 사냥감 노려보듯 자세히 본다. “여, 좆 빨개.” “?!” 좆 빨개? 누굴 부르는 소리야. 박 영감이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너 말이야, 새로 들어온 새키.” “예? 예…” 박 영감을 찾는 소리다. “좆 빨개”가 새로 들어온 죄수를 비하해 부르는 말인 줄 박영감이 알 리 없다. “야~ 이 새킨 말까지 가르쳐야겠구나. 좆 빨개도 몰라?” “…” 뱁새눈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철창에 다가섰다. “너 같은 신짜들을 부르는 말이야.” “?!” 신짜는 또 뭐고? 점점 생소한 말이 나온다. 박 영감 눈이 멀뚱멀뚱하다. “그것도 모르니? 야~ 넌 아는 게 너무 없구나. 새로 들어온 범죄자, 신짜. 알만해?” “ …” “왜 대답이 없어? 알겠나?” “알~것 같습니다.” “짜식. 대답이 알 것 같다가 뭐야. 늙다리가 돼서 센스가 없나. 그럼 또 하나 묻자. 여기가 어디지?” “구류장입니다.” “구류장? 하아 구류장이라~” 뱁새눈이 히물히물 웃는다. “아니야. 여긴 대학이야. 너 같은 놈들 가르치는 곳이란 말이야” 20년쯤 아랫벌 될 녀석이 어른을 갖고 장난친다. 대학이라니? 별 해괴한 녀석이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하지?”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아쭈, 제법인걸. 흐흐 맞아. 난 선생님이시다. 넌 범죄자고. 잘 들어! 이제부터 네 더러운 몸뚱이에서 이름을 회수한다.” 녀석이 재미있다는 듯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주절거렸다. “너흰 짐승보다 못해. 짐승에게도 이름이야 있지. 우리 집 개도 이름이 ‘바둑’이야. 넌 오늘부터 10번이라는 물건이다. 젊은 새낀 11번, 알갔나?” 박 영감부자는 이렇게 감옥생활을 시작했다. 그나마 겨울이라서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감방엔 8명의 수감자가 서로 등을 마주하고 앉았다. 원래 정치범은 독방에 넣게 되어있다. 하지만 연료난으로 난방보장이 힘들어 겨울은 두 칸만 사용했다. 한 칸은 남자, 다른 한 칸은 여자들을 넣었다. 박 영감은 참 운수가 나빴다. 강을 건너기 직전 붙잡힌 바람에 보위부 수사망이 중국에까지 뻗쳐 무사히 강을 건넜던 부인과 딸마저 보름 뒤 붙잡혀 왔다. 벽 하나 사이에 두고 옆 감방에 부인과 딸도 갇히고 말았다.
별안간 근무 중인 윤 소위가 감방감시용 모니터에 대고 소리쳤다. “야! 10번, 이 새키야.” “예엣!” 비명 같은 대답이 확성기를 울린다. “야 이 늙다리야. 너 이자 무슨 짓 했어?” “귀가 언 게 너무 쓰려 만졌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요 늙은 너구리같은 게. 냉큼 일어서! 저 변기 옆에 가 양말 벗고 맨발로 서라” “선생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다시 안 그러겠습니다.” “야, 잔말 말고 좋게 말할 때 들어라. 귀때기 언 게 쓰리다며? 귀때기 쓰린 줄 못 느끼게 해줄게.” 모니터에 박 영감이 엉거주춤 변기 쪽으로 가는 것이 보인다. 변기 주변 콘크리트바닥은 얼음처럼 차다. 맨발로 서면 발이 얼기 십상이다. 뼈만 남은 박 영감 낯빛이 아주 죽을 맛이다. 김 대위도 재미있다는 듯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하지만 약간 걱정되기도 했다. 정치범은 신중하게 관리해야 했다. 어차피 죽이거나 수용소에 보낼 대상이지만 취급 중에 죽게 되면 사건 배후와 연루자들을 파낼 수 없다. 그것은 체제위협 세력을 내부에 묻어놓는 격이다. 이런 사정으로 가끔 수감자가 죽으면 계호원들이 곤욕을 치렀다. 비판도 시끄럽지만 승급이 늦어지거나 보위부 정치대학 추천에 지장을 받았다. 그만큼 당국은 체제수호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선 크고 작고를 떠나 심중하게 취급했다. 그렇다고 범인을 감방에서 “호강”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고통을 주지 않으면 입을 열기 어렵다. 하지만 적정수준이 아니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 고문보다 극도의 심리적 고통을 주었다. “그나저나 그깟 저열탄도 거의 다 떨어져 가는데 야단이야.” 김 대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날은 이렇게 추운데 온다던 석탄은 어느 귀신이 가로챘는지. 제기랄, 보위부까지 이 꼴이니…” “그러게 말입니다. 아 참 그래도 어제 보니까 처장동지 방엔 마른 참나무 장작만 때던데요. 그것도 유엔에서 지원된 고급난로에다가.” “아 유엔 난로? 그건 정치부장이 애육원에서 몇 개 가져온 모양이야. 고아들 때문에 유엔에서 지원했다던데, 연소도 잘되게 만들어 연기가 별로 없고 꽤 쓸 만한 물건이래. 하여튼 솜씨들이 사냥개 한가지야. 어느새 그걸 냄새 맡고 빼오다니.” 김 대위는 세상 돌아가는 꼴이 더럽다는 듯 페치카 아궁이에 침을 퉤 뱉었다. “아 그러게 책임자동지, 위에다 좀 배짱 내밀고 제기해 보십쇼. 계호가 멍청하게 보이니까 저 잘난 저열탄도 겨우 차례지는 겁니다.” 윤 소위가 투덜댔다. “뭐이야? 지금 내가 멍청하단 소리야? 사정 모르면 범인관리나 잘해. 걸핏하면 말썽 나게 하지 말고.” 김 대위는 부임 된지 몇 달도 안 된 윤 소위가 책임자를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쏘아붙였다. 최 중위는 둘이 노는 꼴을 보며 씩 웃었다. “아아 별거 다 갖고 그럽니다. 뭐 얼어 죽기야 하겠습니까.. 죽으면 저안의 반동새끼들부터 죽겠지” 그는 여송연을 꺼내 한 대씩 돌렸다. “자, 추울 땐 한 대씩 입에다 불이나 지핍시다.” “최 동문 요즘 고급담배만 피더라.” 김 대위가 반색을 지었다. “형이 외무성에 자릴 옮겼다더니 뭐가 좀 다르다~ 요즘 세월에야 그런 자리가 최고지. 달러도 좀 만지고, 안 그래?” “뭘요, 이깟 담배쯤이야.” 최 중위는 혀끝으로 딱딱 소리를 내며 연기가락지를 동그랗게 만들어 내보냈다. 벽시계가 근무교대 시간을 가리켰다. “시간이 됐군. 자 이젠 교대하지.” 최 중위는 윤 소위로부터 권총집이 매달린 군관벨트를 인계받아 허리에 둘렀다. “그럼 오후 근무 때 또 봅시다.” 윤 소위와 김 대위가 나가자 최 중위는 감시모니터에 다가앉았다. 모니터엔 돌부처마냥 꼼짝 않는 죄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선명하게 보였다. 변기 옆에 서 있는 박 영감 낯빛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콘크리트바닥에 맨발로 서있자니 발이 시려 발가락을 오므린 것이 보였다. 에라, 두 시간동안 심심풀이나 좀 할까. 최 중위는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야 10번, 넌 거기 왜 서있니?” “옛! 잘못했습니다. 고치겠습니다.” “인마, 거기 왜 섰는가 묻는데 무슨 허튼 소리야?” “제멋대로 귀를 만져 벌서고 있습니다.” “그러게 승인받고 만져야지. 너 온종일 그렇게 서있어라.”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꼭 고치겠습니다.” “진짜 고칠 수 있어?” “예 꼭 고치겠습니다. 이젠 사소한 것까지 다 승인받겠습니다.” “야 인마, 이때까진 그걸 몰랐어? 너 이 순간도 승인받지 않고 움직이잖아.” “…” “모르겠어? 야, 지금 발가락 옴지락거리고 있잖아.” “선생님, 발이 얼어터지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또 잘못했습니다. 고치겠습니다.” “아야 이 새키, 날 놀리나? 고치지 말라. 안 고쳐도 돼. 너 같은 반동새키들이 고쳐? 죽어서 고치란 말이야. 대가리가 그렇게 병들었으니까 진술도 제대로 할 턱이 없지.” “진짜 고치겠습니다. 발 시리고 다리에 쥐가 올라 모 못 견디겠습니다.” “안 고쳐도 된다니까 그래.” 최 중위는 이죽거리는 것에 흥이 났다. 저런 게 정치범이라니. 사람 냄새라곤 조금도 나지 않는 고기 덩어리가 아닌가. 그런데 저따위 것들이 남조선에 도망갈 궁린 어떻게 했을까. 남조선에선 저런 것들을 어데 쓰겠다고 받아주는지. 그래도 나쯤은 돼야 정보가치가 있을 텐데. 남쪽엔 정신이 이상한 놈들만 정치하는 모양이야. 갑자기 모니터가 확 꺼져버렸다. 또 정전이다. 젠장, 또 냄새나는 저 안에 들어가야 되나. 슬슬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 흥이 깨져버렸다. 정전만 되면 감시카메라가 작동을 멈춘다. 할 수 없이 계호원이 감방복도에 들어가서 직접 철창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감방 안은 고약한 냄새가 배어있었다.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변기에 물을 충분히 붓지 못해 더했다. 영양실조로 뼈에 가죽만 남은 수감자들의 몸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났다. 특히 겨울엔 감방 복도에 달린 창문을 열기도 그렇다. 냄새를 빼려고 창문을 열면 대번에 찬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수감자들은 계호원이 창문을 여는 기색만 보여도 목이 자라목처럼 기어들어갔다. 감방 난방은 난로가 유일하다. 그것도 열량이 낮은 저열탄만 넣다보니 추위를 막기 역부족이다. 감방 안에서 귀가 얼 정도면 실내온도가 영하로 떨어질 때가 많다는 소리다. 수인복을 겨울용으로 입혔지만 조각상처럼 움직이지도 못하고 앉아있는 수감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 중위는 보초병용 털외투를 걸치고 감방 복도로 들어섰다. 죄수들을 힐끗 훑어보곤 난로에 손을 갖다 댔다. 이거 불이 살았나? 뒈졌나? 젠장, 죽은 강아지 체온도 이보단 낫겠다. 난로 뚜껑을 열자 석탄만 가득하고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야, 이거 언제부터 이래?” “앞 근무 선생님이 금방 탄을 넣어서 그렇습니다.” 박 영감 아들이 대답했다. “인마, 밑불이 안 좋지 않아.” “불기운이 지나서 그렇습니다.” “인마. 그럼 미리 탄 좀 넣어달라고 해야지. 그니까 너 애비 귀때기 얼었잖아. 너 아들 맞아?” “제기는 했었습니다.” “그랬는데 안 넣어주더란 말이지.… 하긴 너희들 소리가 사람 소리냐.” 말끝마다 사람이 아니란다. 어느 계호원이건 입에 올라있는 말이다. 거기에 습관 된 나머지 딴 곳에 가서도 화가 나면 아무에게나 그렇게 내뱉는 족속들이다. 최 중위는 윤 소위가 괘씸했다. 따끈한 감시 실에 앉아 움직이기 싫어 불을 제때에 보지 않은 것이다. 교대시간이 끝날 무렵에야 석탄을 마구 쓸어 넣고 가버렸다. 그건 누구라 없이 그랬다. 난로불 살피러 감방 안에 들어가기 싫어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해놓고 달아나곤 했다. 그러다보면 정전된 시간에 근무 서는 사람이 제가 추워서라도 다 죽어가는 불을 살릴 수밖에 없다. 최 중위는 불을 살리느라 신경질적으로 불갈고리를 달그락거렸다. 연기가 앞으로 쓸어 나왔다. 에~취! 재채기가 터졌다. 제기랄! 코를 싸쥐고 창문을 열었다. 순간 휘익~ 눈보라가 쓸어들었다. 수감자들이 한꺼번에 으으으~ 신음소리를 냈다. “이것들이 무슨 엄살이야? 온종일 창문을 열어놓을까?”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질겁한 수감자들이 합창으로 대답했다. “떨긴, 짜식들. 다들 일어서 운동하라.” 이 추위에 창문까지 열었으니 운동이라도 시켜야 한다. 이러다 모두 독감이라도 걸리면 수인관리를 잘못했다고 배터지게 욕먹을 게 뻔하다. “고맙습니다.” 수감자들이 반색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감방에선 운동하라는 말이 너무나 반갑다. 수감자들은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돌부처 자세로 꼼짝 못하고 앉아있어야 한다. 계호원들은 기분 좋은 때면 몇 분 정도씩 운동을 허락하곤 한다. 그러나 운동 중에 누가 방귀라도 뀌면 즉시 중단시킨다. 당사자는 체벌을 받는다. 체벌은 다양하다. 머리를 바닥에 박고 뱅뱅이를 돌리거나 머리털을 빗자루 삼아 청소를 시키는 벌, 한쪽 다리를 들고 서있거나 다리를 구부리고 오토바이 타는 자세로 서는 체벌, 냄새가 올라오는 변기에 코를 박는 체벌, 앉았다 일어났다를 수백 번 반복하는 펌프 체벌, 또 밥을 굶기거나 잠을 안 재운다. “야 10번. 너 진짜 고칠 수 있어?” “옛! 고치겠습니다.” 박 영감이 황급히 대답했다. 최 중위는 눈바람이 들어오는 상태에 늙은이를 계속 세워뒀다가 정말 발이 얼면 시끄럽게 될 것 같았다. “너두 운동하라. 다시 그랬단 봐라.” “고맙습니다.” 후유~ 한고비 넘겼다. 박 영감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얼기 직전인 발을 꽁꽁 주물렀다. 그제야 아버지 걱정에 우거지상을 하고 있던 아들도 신나게 팔다리를 흔들어댔다. 한참 후 난로불이 피어오르자 최 중위가 창문을 닫고 운동을 중지 시켰다. 아직 열이 채 오르지 않은 난로를 끌어안다 시피하고 앉았다. 이제 불은 살아난 거고, 그런데 이거야 어디 심심해서 살겠나. 그는 여송연에 불을 붙였다. 독하지만 향긋한 담배냄새가 감방 안에 퍼졌다. 수감자들은 저도 몰래 흠흠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쉰다. 히야! 그 냄새 한번 죽여주네. 모두 최 중위 입과 코로 뿜어 나오는 연기를 신기루처럼 바라본다. 창문 틈으로 새어드는 바람에 담배연기가 밀려 철창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제일 앞에 앉은 사람이 그것을 들이키려 숨을 크게 쉬다 그만 흐흡~소리를 내고 말았다. 최 중위가 홱 돌아보았다. “누구야? 소리 낸 게” “예. 7번입니다.” “이런 병신 같은 새키, 왜 그랬어.” “담배냄새가 너무 좋아 그랬습니다.” “그래?” 최 중위가 일어서 다가왔다. 모두 얼어붙은 것처럼 긴장해졌다. 또 무슨 변을 당할지 알 수 없다. “담배 피우고 싶나?” “아닙니다.” “이것 봐라. 피우고 싶으면 피우고 싶다고 말해.” “아닙니다. 그저 처음 보는 담배 냄새라서 좋았습니다.” “하, 이러니까 여섯 달이 되도록 아직 심문이 안 끝났지. 인마. 담배 피고 싶다는 말도 솔직히 안하는 데 진술 제대로 할 턱 있어?” “잘못했습니다. 솔직히 피우고 싶습니다. 그래도 참습니다.” 7번이 급히 변명했다. “그래. 그렇게 솔직하면 되잖아. 담배는 못주지만 연기는 마시게 해줄게.” 최 중위는 짐짓 상냥한 웃음을 지으며 장난쳤다. 후우~ 그는 담배연기를 한껏 빨아 7번 얼굴에 뿜어댔다. 7번이 후욱~하고 들이켰다. “어때? 좋아?” “예,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자식, 예절 하나는 반듯하군. 담배냄샐 더 진하게 해줄까?” “예, 선생님” “좋아, 그럼 입 크게 벌려. 직접 입에 쏴 넣어 줄게.” 최 중위는 다시 연기를 한 모금 빨아 물었다. 수감자들은 7번을 부럽게 쳐다봤다. 7번은 철창 앞에 바짝 다가앉아 입을 하~ 벌리고 담배연기야 어서 들어와라 하고 기다렸다. 최 중위도 철창 가까이 입을 가져갔다. 둘이 키스라도 할 만한 간격이다. 별안간 최 중위 눈이 커지며 힘이 실렸다. 순간 푸! 하는 소리와 함께 담배연기 섞인 가래침이 7번의 입안으로 발사됐다. 욱! 7번이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광경에 모두 숨을 딱 멈췄다. “으하하하. 멍청한 새키. 맛이 좋아? 흐흐흐. 야, 이 새꺄. 너 같은 반동들에겐 이게 딱 맞는 니코틴 주입법이야. 알갔어? 으하하하” 7번의 눈에서 모멸감과 분노와 설음이 뒤섞여 눈물이 좔좔 쏟아졌다. 최 중위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난로에 다가갔다. 옆 감방 여성수감자들도 상황을 짐작하고 숨을 죽였다. 문득 감방 복도에서 군화발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11번을 좀 꺼내주오.”하는 소리가 들린다. 박 영감가족 사건 취급을 맡은 예심원이다. “야 11번, 이리 와.” 최 중위가 배식구에 손을 내민 박 영감 아들 손에 수갑을 채우고 문을 열려 뒤쪽 복도로 갔다. 자물쇠를 여는 떨꺼덕 소리가 났다. 모두 바닥에 머리를 틀어박고 엎드렸다. 11번은 엉덩이부터 문밖을 나갔다. 죄수는 감방 문을 나갈 때 정면으로 나가면 안 된다. 명심하지 않으면 계호원 주먹에 면상을 얻어맞기 딱 좋다. 복도에서 예심원이 최 중위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때다 싶었던 수감자들이 제멋대로 팔다리와 몸을 흔들며 운동했다. 정전이 되면 이런 행동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아 좋은 점은 있다. 곧 최 중위 발자국소리가 가까워지자 모두 자세를 바로 했다. “야, 너희들 내가 나간 사이 뭐 했지?” “ …” “이것들이 입이 붙었나? 10번, 네가 말해봐. 솔직하면 그냥 넘어갈게. 팔다리 막 흔들어댔지?” 하필이면 왜 내게 묻나, 박영감은 눈치를 힐끗힐끗 보며 입을 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보라니깐.”… “…” “가만, 10번 너 오늘 생일이라며?” “예?!…” 어떻게 내 생일을 기억했을까. 박영감은 괜히 긴장해졌다. “생일이야 쇠야 하지 않겠어? 솔직하면 오늘 배려 좀 해줄게.” 배려?! 어떤 배려? 막연한 기대가 생겼다. “예 솔직히 팔다리 좀 흔들었습니다.” “거봐. 맞잖아. 이 교활한 놈들아. 내가 너들을 몰라? 이래서 한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라는 거야.” 모두 겁에 질려 그와 눈이 마주칠세라 허공을 쳐다봤다. “10번. 오늘 점심에 옥수수 두 명 몫을 주면 다 먹을 수 있지?” “예, 먹을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그 이상 선물은 없다. 정치범수용소에 가기 전에 죽지 않아도 다행인 처지다. 그런데 생일을 배려하다니. 하긴 보위원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박영감은 저 혼자 기분에 들떠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점심때가 됐는데도 조사받으러 나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가끔 조사가 늦어질 때가 있었다. 드디어 고소한 옥수수 냄새를 풍기며 급식밀차가 들어왔다. 식사라고 해봐야 말이 아니다. 옥수수 알을 씻지도 않고 그냥 솥에 넣고 푹 퍼지게 삶은 것이다. 옥수수를 타갠 강냉이쌀로 밥을 지을 때도 있지만 정전이 잦아 방앗간에 헛걸음 하는 경우가 많아 통알 옥수수를 그대로 삶아 먹이는 것이 상책이 됐다. 그래봐야 한 끼에 150알 정도다. 국도 말이 국이지 국거리가 없다. 된장물이라 해야 정확하다. 그나마 된장을 끓인 물은 고급이다. 그마저 없으면 손가락만한 시래기 두세 개가 동동 뜬 소금물이 국 행세를 한다. 반찬은 애당초 없다. 배식이 끝나자 최 중위가 말했다. “어이 10번. 얼른 네 몫을 먹고 하나 더 먹으라.”“예, 고맙습니다. 헤헤” 대답이 비굴한 정도가 아니다. 박 영감은 자기 몫을 잠간 사이에 먹어치웠다. 다른 때 곱절 속도다. 수감자들은 영리하다. 먹으라고 할 때 얼른 먹어야지 우물거리다가 계호원 마음이 달라지면 낭패다. “10번, 다 먹었으면 그 옆에 있는 것도 먹어.” “예? 이거 말입니까?” 그건 취조 받으러 나간 아들 몫이다. “왜 그래? 먹으라면 먹을 게지.” “선생님, 이건 제 아들 몫인데요?”“뭐야? 이 새키가 생일이라고 배려 좀 했더니 군말이 많아? 야 인마. 여기 애비가 어데 있고 아들이 어데 있어? 이 안엔 죄수만 있단 말이야. 네 아들이 아니고 11번이야.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대답이 얼른 씩씩해졌다. 이럴 땐 그래야 소나기를 피한다. “그래, 냉큼 그거 먹어. 생일이면 뭐 좀 더 먹어야 하지 않겠어? 다 생각이 있으니 먹으라.” 아마 아들 몫은 따로 있는 모양인가. 뭐 다 생각이 있다는데, 우선 먹고 보자. 영감은 누가 덜어내기라도 할 세라 그릇을 움켜쥐고 아주 맛나게 먹어댔다. 최 중위는 마치 풀 먹는 토끼를 지켜보듯 재밌게 바라봤다. “야 10번, 오늘 생일 잘 쇠는 거다. 오후에도 좋은 일이 있을 거야.” 그는 이렇게 말하고 감방을 나가버렸다. 교대시간이다. 잠시 후 박 영감 아들이 돌아왔다. 감방에 들어서는 그의 눈이 휑하니 돈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일 수밖에. 자리에 앉자마자 손을 쳐들고 말했다. “선생님, 11번. 한 가지 제기할 수 있습니까?” “뭐야.” 새로 교대한 뱁새눈의 목소리다. 뱁새눈은 교대하자마자 재수 좋게 전기가 들어와 감시모니터 앞에 앉았다. “제가 취급 받고 늦게 돌아와 점심밥 못 먹었습니다.” “뭐라고? 이 새키가 돌지 않았어? 점심시간 지났는데 무슨 소리야.” 금시초문인 모양이다. 앞서 교대한 최 중위가 인계하면서 아무 말 없이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 피해가 고스란히 수감자에게 돌아간다. “늦게 들어왔으면 그 안에 네 밥이 있을 게 아니야?” “예 그런데 없습니다.” “아, 이 귀신같은 새키가 무슨 소릴 해?” 뱁새눈이 잦은 발자국 소리를 내며 씽하니 들어왔다. 정말 밥그릇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물었다. “10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박영감이 허둥대며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뱁새눈이 재미있다는 듯 킥킥거렸다. 그러다 정색하고 눈을 부릅떴다. “10번 이 새키, 너 이제 보니 짐승보다 못하구나. 먹으란다고 제 새키 밥을 먹어치워? 야 선생님이 네가 얼마나 이상한 물건인가 한번 보려고 그런 건데 이 새키, 너 같은 반역자들한테 무슨 생일이야?” 뱁새눈이 아들에게 다가갔다. “야 11번, 저 10번 새키가 네 밥을 먹었으니깐 귀싸대길 스무 대 쥐어박으라.” 기가 막힌 일이다. 아들 몫을 억지로 먹게 하고는 아들더러 아버지를 때리란다. 아들이 꾸물거린다. “야, 너 귀때기 먹었어? 말 안 들리나?” “선생님, 전 안 먹어도 괜찮습니다.” “아야, 이 새키 봐라.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못해?” 이쯤 되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아들이 아버지를 때리는 척 했다. 하지만 뱁새눈이 그냥 넘어갈리 없다. “이 새키가 누굴 놀리나? 너 배가 덜 고팠구나. 이거 안 되겠다. 야 10번, 이번에는 네가 이 11번 새키를 때려라. 너도 때리는 척하면 그 땐 둘 다 죽을 줄 알라”하며 악을 썼다. 그러나 박영감도 아들을 때리지 못하고 시늉만 냈다. 뱁새눈은 화가 꼭뒤까지 치밀었다. 부자간이 악을 품고 싸우는 걸 보자는 건데. “2호 감방, 전체 일어섯!” 악에 받친 고함이 감방을 울렸다. 수감자들이 불에 덴 것처럼 벌떡 일어섰다. 이럴 땐 집단처벌을 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이 새키들아, 이제부터 10번, 11번 때문에 너희들 모두 벌을 세운다. 두 손 머리에 올리고 한쪽 다리 들고 선다. 시작!” 고통스러운 벌이다. 그러자 일제히 화근인 박 영감부자를 쏘아본다. 몇 분도 채 안 돼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영양실조에 걸려 뼈만 남은 이들, 그냥 앉아있기도 힘든 판인데 한쪽 다리를 들고 서라니 버텨낼 리 없다. 하지만 뱁새눈이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라고 소리 질렀다. 그래도 서지 못하면 “야! 대가릴 배식구에 배달해.” 했다. 머리를 배식구에 들이대라는 소리다. 그리곤 머리를 군화발로 깠다. 발길질을 피해 살짝 머리를 뒤로 빼면 “다시 대지 못할래?” 하며 제대로 맞을 때까지 반복했다. “누가 10번, 11번 새키들 상판대기를 때릴 의향 있나? 나서는 놈은 자리에 앉힌다.” 악에 받친 사람들이 서로 제가 때리겠다고 나섰다. 이쯤 되면 불상사가 날 수도 있다. 겁이 덜컥 난 박 영감 아들이 황급히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 제가 다시 10번을 때리겠습니다.” 차라리 그게 낫다. 남 탓에 벌을 받아 독이 오를 때로 오른 사람들이 때리면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른다. “그래? 거 진작 그랬어야지. 그럼 어디 시작해봐. 제대로 쳐야 한다.” 아들이 아버지를 정말로 때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럴수록 더 세게 쳤다. 아버지 얼굴이 아니라 제 마음에 매질을 했다. 마침내 20대를 다 때렸다. 뱁새눈이 흡족해 한다. “11번, 소감이 어때?” “선생님들이 시키면 뭐든 해야 됩니다.” “그렇지! 그걸 이제야 알았어? 너 여기 철창 가까이 좀 와봐.” 최 중위는 11번 이마를 권총 소제대로 딱딱 두드렸다. “야아~ 이제 보니 생긴 게 꼭 승냥이 같구나. 인마, 암만 그래도 아들이 제 애비를 진짜로 때려? 이 나쁜 새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야. “어이 10번, 이 새키가 네 아들 맞긴 맞아?… 흠. 아들 잘 둔덕에 네 처지가 참 딱하다. 냉큼 일어나 이 불효막심한 짐승새키를 때려라.” “아이고 선생님…용서해주십시오.” 박영감이 아이처럼 엉엉 울음소리를 낸다. “야 또 장난해? 전체, 처음부터 다시 벌설까? 이번엔 여자감방까지 다 할까.” 그러자 겁에 질린 수감자들이 빨리 해라! 이 귀신아! 하고 소리쳤다. 불똥이 다시 튈까봐 흥분한 것이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는 박영감이 아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짝! 짝! 짝! 매 맞는 뺨보다 박 영감 손이 더 아팠다. 뱁새눈이 하나, 두울, 세엣,… 직접 신나게 센다. 약간이라도 빗맞은 느낌이면 다시! 하고 반복시킨다. 박영감이 오늘 제대로 생일을 쇤다. 지옥이 있다면 이보다 더할까. 다시 교대시간이 되어서야 시달림이 끝났다. 하지만 저녁밥이 들어왔을 때 이번에는 윤 소위가 박 영감을 굶기고 아들이 그 몫까지 먹게 했다. 고통이 밤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고성기에서 “잠잘 준비!” 구령이 내렸다. 준비가 끝나자 고성기에서 “야 10번, 오늘이 네 생일이야?” 하는 소리가 나왔다. 김 대위다. “아닙니다, 전 생일이 없습니다.” “인마, 생일이 왜 없어?” “예! 반역자는 사람이 아닙니다. 짐승은 생일을 쇠지 않습니다!” 박 영감 목소리가 이상하게 씩씩했다. “허허. 너 그 새 많이 공부했구나. 처음 들어올 때 그 배짱은 다 꺼졌나?” “예! 그 땐 제가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거 봐. 그런 걸 알게 되니까 여기가 ‘대학’인거야. …얼마나 좋아. 공짜로 밥 먹여주지, 공부시켜주지. 안 그래?” “예. 맞습니다.” 감시모니터 옆에서 다른 자들이 낄낄대는 소리가 고성기로 새어나왔다. “히히히. 저 새키 이제야 제대로 아네.” “그래도 저게 한때는 지배인노릇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아. 흐흐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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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읽었습니다만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5-02-13 19:05:22
- 이럴수가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5-02-13 01:20:32
fiction인지,아니면 실제 경험를 바탕으로한 non fiction인지...
non fiction이라면,아무리 법을 어긴 죄수라하지만,이건 이건 정말...
죄수가 짐승이 아니라,간수 그 18 돼지새끼들이 짐승이다.
짐승이 아니라 악마가 아닐까
개 18 새끼들!
분하고 치가 떨려 잠을 못이루겠다.
이 소설 괜히 읽었다.
당분간 트라우마가 생길것 같다
(근데 이게시판은 뭔 금지어가 그리 득실거리나요.
울화통이 터져서 간수쥐새끼들 한테 개쌍욕을 퍼붓고 싶었는데... 으휴~)
작품올리는건 자유인데 왜? 도명학씨나 이지명씨는 자신들의 글을 여기저기 맘대로올리며 예전에 회원들이 글을보내면 다른데난거라면서 안받고, 사람들앞에서 이따위도 글이라고 썻냐고, 이번에 발굴한 누구는 누구보다 낫더라, 하며 무안을 주었잖아요? 이건 독재가아닌가요?
당신들이 무얼 그렇게 잘났나요?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네요. 다같은 탈북자끼리, 북한에서 대학나왔다고 으시대나요? 진짜 대학은 나온지모르겠지만, 그렇다고쳐도 김일성김정일 사상만 배우는 북한대학? 보위부에서 사람의 인성을 파괴시키는 잔인한 방법만배우고 온 당신들아닌가요?
도명학씨 지금 당신행동이 꼭 이지명씨 판박이 아닌가요? 이소설 왜지금 올렸죠? 여느때 가만있다고, 또 시간이지나서 오릴수도 있느데. 정말 속보이네요. 요즘 망명펜의 불법적인이사장선거와 온갖 비도덕적인 폭언,쌍욕 등으로 사람들구설수에 장해성, 이지명, 도명학 이름이 계속 이창에 오르잖아요.
이걸 좀 따른곳으로 신경을 돌리려고 이런 꼼수쓴거 탈동회 회원들이 모를까요? 참. 어쩌면 이지명씨와 그렇게 판박인가요? 하긴 그럴수박에 없죠. 제가족 돌보는시간보다 이지명씨하고 술먹는 시간이 더많으니. 보고듣는게 고고뿐이니 고고만 닮지요. 다리부러진노루 한곳으로 모인다는 말 요때 맞는말이죠.
두사람은 아무리 봐도 덜되먹은인간으로 밖에는 달리 안보여요. 북한말로 팔푼이, 그렇게 명예가 탐욕스럽나요? 명예라는건 자신이 건실하게 꾸준이 노력해서 대중에게서 받아야지 진짜명예이죠. 당신들처럼 사리사욕이 가득차서 남의것을 강탈하듯 차지하는 자리? 사람들이 말은안해도 속으로는 침을뱉아요.
즉 과장된 허구가 없습니다.
이지명씨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그분의 글을 보면 지어낸 허구가 좀 심하기에 북한의 같은 땅에서 동시대를 살아본 사람들인 우리들은 찬성할 수 없는 부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의 독재자와 그정치를 비판한다는 그 쪽 면에서는 찬성을 해주지만 ,,,하나의 소설을 만들기 위하여 지나친 허구를 많이 쓰는 것은 오히려 작가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을 주게 됩니다.
그런글이 경제범이었던 이순옥씨가 자기는 정치범이었다며 수용소일을 꾸며서 그려낸 책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리고 글에서 글쓴 사람이 북한에서 <나는 뭐가 좀 다른 사람이었다.> 하는 이런 뉘앙스를 풍기면 정말 그글은 밥맛입니다.
.................
도명학님 글은 잘 읽었지만 한마디 합시다.
제가 지내 보건대 님은 악한인간도 아니며 또 막 되먹은 인간도 아니란겁니다.
물론 님도 인간인이상 내가 모르는 결함이 있을것은 명백하지만요.
그런데 제가 보건대는 님은 님의 수준에서는 아니 먹어야할 욕을 듣고있으며 특히는 그런일은 본인이 얼마든지 고칠수 있는것도 아직도 끌어 온다는겁니다.
물론 남들에게 100% 다 잘보일수 없으니- 몇몇 사람들은 님을 아주 모해하려 하는 님들도 있겠죠.
거두절미하고 도명학님 자기 주견을 좀 세우고 사십시오,
님도 지내 봤지만 님은 김흥광씨를 지켜주는라고 채씨를 막 쌍욕하다가 님에게 남은게 뭐죠?
지금도 펜 단체 지킨다면서 장해성 이지명의 돌격대 노릇만 앞장서서 해주다가 남은것이 뭐죠?
님은 사무장자리를 자신이 탈퇴한것 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닌 것이 곁에서 보건데 확연합니다. 게다가 그 사무장 자리도 님에게 좋은 마음을 품지않은 어찌보면 악인에게 차례졌습니다. 님이 이제 저들의 등쌀에 견딜수 있을것 같습니까?
하긴 노임도, 권력도 하나도 없는 맹물단지같은 있으나 마나 한 부사장 자리나 지킬수는 있겠죠.
그래 지금까지 어느 단체장님들이 도명학 님을 마지막까지 아주 귀히 써 주시든가요? 아니죠? 님도 이제는 나이가 남의 장단에 춤이나 출때는 지낫습니다.
또 술로 인하여 님의 건강은 2-3년안에 적지않은 파장도 몰고 올것입니다.
님은 글을 쓰시겠다는데 왜 지금까지 안썼죠?
술마시느라고 바쁘셨습니까?
아니면 단체장들 밑구멍 닦아주느라고 바쁘셨습니까?
남들은 가진 재간이 없어서 노가다를 뛴다지만 님같은 사람이야 얼마든지 자기 재간으로 남눈치안보고도 살 수 있는데 지금 뭐하는겁니까?
아니할 말로 고등학교 겨우나오고 노동생활하던 림일님도 작가 명칭 가지고 당당히 전진해 나가시는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님은 작가로서 림일 님과는 비교도 안되는 재주와 경험과 겪어본 생활적 토대를 가지고 있는데 왜?? 남의 뒤에 매달립니까?
님은 재주는 동생분들보다 많은데 자립성이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얼마든지 혼자 설 수 있는데도 단체들이나 쫓아다니면서 하루하루 술이나 얻어먹고 단체장들의 정적들에게 쌍욕이나 해주며 사는재미가 그리도 자랑 스럽습니까?
너무 긴 글에 공개적으로 죄송합니다만 님같은 탈북자가 부끄러운 상욕이나 듣고 다니는것이 안스러워서 졸망스럽게 한소리 했습니다.
이제라도 술자리 좀 피하시고 , 올해중으로 한국문단에 이름 올리시고 빠른시일 안에 좋은 단편소설들과 시를 써서 책을 출간해보시오,
님같은인재들이 북한을 알리는데 얼마든지 큰 몫을 할 수 있겠는데 술독에 빠져서 남들의 손가락질이나 받고있으니 참 안타까운일이요,
멀리도말고 곁에있는 림일씨봐요. 혼자서도 잘하잖아요. 웬만한단체장 찜쪄먹을정도로. 특히 남한은 프리렌서(독립적으로일하는사람)들이 많아요.
자기능력이 되면 얼마든지 남의힘없이 자기가치를 발휘하는고 돈도버는 곳이 바로 자본주의사회고요. 도명학씨가 구설수에오르는건 왼지 가슴이 아파서 몇글자적었어봤어요.
- 잘된글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5-02-13 20:45:35
보위부 애들은 감방안에 카메라도 설치해서 감시하고 또 스파이를 같이 넣어서,,, 우정 공범들을 같이 넣고는 2중의로 몰래 감시를 합니다.
공범들이 이게 웬 횡재냐? 하도 몰래 말을 맞추느라고 하지만 카메라와 밀정을 통해서 다 알고는 그담음엔 개별적 심문으로 벗겨 내는 방법을 쓰죠,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압니까?
한마디로 공범은 같이 안넣는다는 상식이 이젠 아니죠.
근데 왜그리 발끈해서 그러싲나 몰라, 보위부 사람이면 다야? 그러지말라 님이 아는게 다는 아니야? 그러는 님은 지금도 회령, 무산 보위부에 있는거야? 아니면 어떻게 알아?
- 오차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15-02-16 19:59:48
현시점에서 볼 때 북한의 보위부는 아직 그 법적 기능과 역할이 일반사건을 담당한 보안서보다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근거로 지방보위부의 유치장들은 보안서의 유치장보다 그 면적에서 크게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최근 들어 국경지역주민들의 탈북경위가 도마 위에 올았기에 유치장을 만든 것이지 북한내부의 지방보위부들은 유치장자체가 없습니다. 국경지역도 삼지연이나 보천군, 대홍단군, 등 작은 산골지역보위부는 자기들의 사건대상자들을 보안서유치장에 의탁하는 정도입니다.
황해도나 강원도, 함남도에 근무하는 보위원들은 사실, 제한된 정치범 용의자가 부족한 덕에 삥뜯을 구실이 없어 시골 협동농장의 분조장들보다 더 못한 생활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물론 님의 말대로 사건종결을 위해 보위부가 작정을 하고 스파이들을 같은 범법자로 둔갑시켜 구류시키는 비열한 방법도 씁니다.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물죠. 한 방에 같은 공범이나 혹은 형제, 부자를 넣는 건 아무래도 사건실마리의 상식을 벗어나도 너무 크게 벗어나는 것이기에 글의 내용을 보아 저건 아니다 싶어 한 마디 했습니다. 님에게 무리했다면 사과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