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역동적이지만 폐쇄적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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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산 거예요? 너무 예뻐요. 감사해요!" 서울 수송동 파이낸셜타임스(FT) 사무실에서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석조 전각을 송별 선물로 받은 애나 파이필드(32) FT 서울특파원은 살가운 한국어를 구사했다. 4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20일 새 근무지 레바논 베이루트로 떠나는 파이필드 기자는 업무를 마무리하고 짐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국인의 에너지와 역동성에 전율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단일공동체를 추구하는 폐쇄적 사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는 한국을 '뜨겁지만 닫혀 있는 나라'라고 느꼈던 것이다. 비판적 기사를 쓸 때 폐쇄성을 가장 강하게 느꼈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나타난 규제 등의 문제에 대해 있는 그대로 취재해 보도했어요. 그런데 한국 정부나 기업은 FT가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 투자자나 기업을 한국의 이익을 빼앗아가는 위협적 존재로 인식합니다. 시장을 객관적 상황이 아니라 민족주의적 이해관계로 이해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 수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파이필드 기자는 남한이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길 바랐다. "북한에 갔을 때 한 가족이 묘향산에 오르는 모습을 봤습니다. 남한 사람들의 모습과 너무 비슷해 놀랐어요. 그 순간 '아, 이곳이 남한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지요. 남북한은 한 민족입니다. 남한이 아니면 누가 탈북자를 돌보겠습니까? 분단만으로도 비극이지만 배고파 탈북을 감행한 동포를 이방인 취급하는 것은 더 큰 비극입니다." ----------------------------------------------------------------------- 뉴질랜드 출신 최초의 FT 기자인 그는 영국 런던 본사에서 국제부·경제부 기자로 일하다 2004년 한국지국장으로 부임했다. 입국 후 서울 가회동의 방 두 칸짜리 한옥에서 살아온 파이필드 기자는 틈틈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그동안 파이필드 기자가 쓴 경제·정치·사회 칼럼과 기사는 한국 언론에 가장 자주 인용되는 외신 중 하나였다. 그는 한국에서 기른 고양이와 함께 레바논으로 이주해 특파원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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