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원정화 북한내 행적 진술에 의문점"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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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층 탈북자와 공작원 출신들 제기..수사기관 "간첩행위 실체가 초점"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장용훈 기자 =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여간첩 원정화의 대남 간첩 행위와 별개로 원정화의 북한내 경력과 행적에 대한 의문이 북한 공작원 출신을 비롯해 일부 탈북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고위층 탈북자와 공작원 출신들은 북한의 대남 공작 시스템이나 관행 등에 비춰, 검찰 공소장에 원정화가 진술한 것으로 나타나 있는 원정화의 북한내 행적에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며 의심스러운 대목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확인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북한내 신분이나 경력에 대해선 본인의 진술에 의존하는 면이 크기 때문에 경력이나 명칭 등의 세세한 부분에서 정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우리는 원정화의 간첩행위라는 실체에 대해 조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로청 서기 근무" = 공소장에 따르면 원정화는 1989년 6월경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최룡해 당시 위원장에게 발탁돼 낮에는 사로청 조직부에서 서기로 근무하고 오후에는 금성정치군사대학(현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서 사로청 간부, 돌격대 대대장 등과 함께 공작원 양성교육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 조직부에는 지금이나 과거 사로청으로 불릴 때나 서기라는 직제가 없고, 더욱이 중앙위는 지방에서 선발된 중학교(중.고교과정) 졸업생이 시간제로 근무하거나 파견 근무하는 곳이 아니라고 일부 고위층 탈북자들은 지적했다. 청년동맹 중앙위는 위원장부터 말단 부원(일명 지도원)까지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간부부의 엄격한 인사검증을 거쳐 배치되고, 전부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외국어대학을 비롯한 북한 최고 대학을 나온 사람들로 구성돼 중졸 출신과 임시직제는 없다는 것. 청년동맹 내에 서기직책이 있다면 중앙위원장의 비서관인 서기 1명인데, 그 서기는 중앙위 책임부원급의 간부다. ▲"금성정치군사대학서 공작원 교육" = 원정화는 금성정치군사대학에서 공작원 양성교육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으나, 현재 김정일정치군사대학으로 이름이 바뀐 금성정치군사대학은 노동당이 운영하는 공작원 양성 전문교육기관으로 일단 선발되면 외부인과의 접촉은 철저히 단절된다. 원씨가 이런 금성정치군사대학에서 남파를 위한 공작교육을 받으면서 낮에는 일반인들과 섞여 지내고 오후에만 교육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공작원 출신을 비롯한 많은 탈북자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원씨가 말한 학교는, 이름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공작원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청년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금성정치대학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1-3년제인 금성정치대학은 군대에서 복무했거나 공장.기업소와 농장 등 생산 현장에서 최소 2년 이상 일을 한 뒤 진학할 수 있으며, 졸업 후에는 청년동맹 초급간부로 일한다. 기소장엔 원씨가 "돌격대 간부교육을 이수했다"고 돼 있는데, '돌격대'는 청년동맹 산하의 '속도전청년돌격대'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 지역 공장.기업소.기관에서 인력을 차출해 주요 시설물, 공장, 철도 등을 건설하는 사실상 건설노동자 집단으로, 상부만 청년동맹 현직 간부일 뿐 그외에는 차출된 건설 인력이다. 군대식으로 운영이 되고 노동 강도가 센 데다 말그대로 '막노동 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탄광.광산 다음으로 청년들이 배치되는 것을 가장 기피하는 직장이다. 고위층 탈북자 A씨는 "원씨가 사로청에서 근무했다며 돌격대 간부교육을 받았다고 하는 것으로 봐선 공작원 전문교육기관인 금성정치군사대학이 아니라 청년간부들을 양성하는 금성정치대학을 말하는 것 같다"며 원씨의 북한내 경력 부풀리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른 고위층 탈북자 B씨는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만 있어도 사로청, 돌격대와 관련한 진술의 허점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최룡해 위원장에 의해 일개 중학생이 사로청에 선발됐다는 대목을 지적했다. ▲"평양 모란봉구역 특수부대 입대" = 원정화가 입대해 공작원 훈련을 받았다는 특수부대의 위치로 평양 모란봉구역 전승동을 지목한 데 대해서도 일부 공작원 출신 탈북자들은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공작원 출신의 D씨 등 복수의 공작원 출신 탈북자는 "노동당이든 군이든 모란봉구역 전승동 같은 평양 도심에서는 특수부대 훈련을 하는 곳이 없다"며 "특수부대 훈련은 전부 룡성구역 등 평양시 주변이나 외곽 지역에서 한다"고 말했다. 고위층 탈북자 B씨는 "원씨와 친하게 지내던 탈북자로부터 '원씨가 고등중학교 졸업 후 속도전청년돌격대에서 3년간 노동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원씨가 돌격대 기간을 특수부대 복무 기간으로 둔갑시킨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예비당원 신청서 제출" = 원정화는 공작원 양성 특수부대에 들어가 노동당 예비당원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지만, 북한에서는 '예비당원'이라는 표현 대신 '후보당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탈북자들은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후보당원 1년간 중대한 잘못이 없는 한 정당원이 되는 만큼 원정화는 90년에는 정당원이 돼야 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에도 공작원 출신 탈북자 D씨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공작원은 일반 주민들과 달리 적구에서 싸우기 때문에 후보당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정당원이 되며, 그래서 일명 화선입당이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후보당원 신청서를 제출한 나이가 만 15세인 것도, 북한 노동당 규약상 후보당원 신청 나이를 만 18세로 규정한 것에 비춰 이상한 점이다. 간혹 예외가 있다면, 북한 체제와 김일성.김정일을 위해 특별히 헌신하다가 목숨을 바친, 즉 죽은 사람에 대해서나 가능하다는 것. ▲"이중영예 붉은기 휘장을 받았다" = 원정화는 "공부를 잘 하고, 학교에 공헌도 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이중영예 붉은 기 휘장'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소장에 나타나 있지만, 이 휘장은 개인이 받는 것이 아니라 모범적인 학교나 학급 전체에 수여되는 것으로 휘장을 받은 학교나 학급 전원이 달고 다니는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탈북자 C씨는 이 휘장에 대해 "북한 학생 절반 이상이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공작원 가족" = 원정화는 자신의 아버지가 1974년께 남한으로 침투하던 도중 피살됐고 자신의 어머니가 그 2년만에 재혼했다고 진술했으나, 공작원 출신을 비롯해 탈북자들은 이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공작원의 가족은 '혁명가 가족'으로 대우를 받아 노동당 조직지도부 11과에서 특별관리하며, 공작원의 자녀들은 강반석혁명학원(초.중교육과정) 등 '혁명가 유자녀' 교육기관에 보내지고 부인은 재혼하지 않는다는 것. 더욱이 1970-80년대 대남공작이 활발하던 시기에는 공작원의 부인이 재혼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임신상태 침투" = 원정화는 자신의 상부가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고도 국내에 침투시켰다고 말했으나 해외공작원 출신의 여성 탈북자는 "나의 경우는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고 부모에게 맡기고 해외에서 활동했다"며 "공작원의 아이들은 인질 성격이 있고, 더욱이 남한에서 활동하는 공작원의 자녀는 강반석혁명학원이나 만경대혁명학원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로 위장하기가 수월하다는 이유로 임신상태로 국내로 들어왔다고 하지만, 공작원을 남파해 공작활동과 아이 양육을 겸하게 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도 등의 범죄행위를 저질러 당국의 조사를 받은 사람을 공작원으로 양성해 내려보낸다는 것도 의문스러운 대목. 공작원 출신 탈북자 D씨는 "북한에서 공작원은 가정성분을 철저히 보고 뽑는데,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고 아연을 훔쳐 팔아넘기던 절도범을 정식 공작원으로 내려보내는 일은 북한의 대남공작 원칙상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E씨는 "원씨는 구속 전에 대북무역을 하면서 3억원을 사기당해 여기저기 구걸하고 다닌 것으로 안다"며 "원씨를 아는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남한 실정을 잘 알는 원씨가 몇년 감옥살이 하고 나오면 몸값을 높여 돈을 벌려고 북한 보위부의 끄나풀인 자신의 북한내 이력을 과장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문들 제기에 대해 검찰 고위관계자는 "관계기관에 수집된 탈북자들의 진술들도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꽤 있더라"며, 북한 기관들의 정확한 명칭 등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원정화는 자신이 훈련받은 부대 명칭을 정확히 모른 채 부대 마크는 기억해 그것으로 어떤 부대라는 것을 파악하는 식이었다"며 "북한이 나중에 (붙잡혔을 때) 역으로 파악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작원에게 세세하게 어떤 부대라는 것을 얘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정화가 정식 보위부원인지, 포섭된 정보원인지, '프락치'라는 협조자 수준인지 등 신분의 정도나 경력 단계는 본인의 진술에 대부분 의존하므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수사기관은 그것을 다 포괄해 간첩행위를 했다는 실체에 대해 조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chsy@yna.co.kr jyh@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king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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