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은 선한사람, 탈북자는 나쁜 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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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의 제멋대로 탈북자 명칭 사용 이대로 둘 것인가? 원정화 간첩사건으로 탈북자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한 국내언론이 탈북자의 성공적인 정착사례에서부터 범죄활동을 포함한 부적응사례까지 탈북자사회의 문제점을 집중 해부하는 기사를 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탈북자 사회10년’의 제목아래 현재 4편까지 연재된 이 기사는 그동안 수면아래서 쉬쉬하던 탈북자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정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기사를 읽어 본 탈북자들은 대부분 기사의 내용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면서도, 하필이면 간첩사건으로 가뜩이나 탈북자의 이미지가 안 좋은 때 기사가 나와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서울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탈북여성 한씨는 8일 인터뷰에서 “기사의 3편 ‘덫에 걸린 탈북여성들’을 보았는데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탈북여성들이 신분이 불안전한 중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유흥업소에서 일했지만 한국에서까지 그런 일을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같은 탈북여성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기사의 내용에 공감했다. 그러나 한씨는 “한국여성이나 다른 외국인여성들도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탈북여성들만 부각시키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언제인가 탈북예술단소속 여성들이 공연 뒤에 담배를 피웠다는 기사가 9시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 한국에는 담배피우는 여성이 없는가? 탈북여성들은 외계에서 온 사람인가? 한국 언론들도 탈북자에 대한 그런 편견적인 기사를 쓰는 것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에 거주하면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탈북여성 이씨는 “일부 탈북여성들이 유흥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물론 딱한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뛰어든 여성도 있겠지만 대부분 열심히 일하기 싫고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 그 일을 한다고 본다.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 탈북여성들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 한다”고 비난했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탈북여성 차경숙씨는 “자식을 가진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유흥업소에 나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도 열심히 일해서 돈 벌 생각을 하는데 젊은 여성들이 그런 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그런데 나가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직업 구하기도 마땅치 않고, 또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이 있으니까 나갈 것이다”며 동정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남한여성들 가운데도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언론에서 탈북여성을 특별히 부각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탈북자가 소수이고, 탈북여성은 무조건 순진하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인 것 같다”며 “탈북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과 똑 같은 사람으로 대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에 거주하는 탈북여성 최모씨(36)는 “탈북여성들이 브로커의 빚을 물기 위해 유흥업소에 나갔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도 가족5명을 한 번에 데려오면서 1500만원의 거금을 브로커비용으로 물어주고 돈이 떨어져 반찬 사먹을 돈도 없었지만 유흥업소에 나갈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노가다에 나가서 일하고 신문배달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다 사람 나름이고 생각의 차이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망상에 빠져 열심히 일할 생각을 안 한다. 남한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긴장을 풀어놓는데 오히려 긴장의 끈을 더욱 바짝 조여야 여기서 살 수 있다”며 탈북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편 탈북자들은 한국 언론들이 탈북자의 명칭을 올바르게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냈다. 그들은 “어떤 기사에서는 탈북자라는 명칭을 쓰고, 어떤 기사에서는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쓴다며 도데체 한국 언론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탈북자는 “탈북자라는 명칭은 부정적인 기사에만 쓰이고, 새터민 용어는 긍정기사에만 쓰인다”며 “마치도 탈북자는 나쁜 놈, 새터민은 선한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며 언론의 탈북자 명칭표기에 불만을 표했다. 8일자 언론에는 광주시가 추석을 맞아 새터민 40명을 초청해 한가위 행사를 개최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광주시는 8일 "추석을 맞아 새터민 40여명을 초청해 14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무안 해제면 참새골에서 '새터민과 함께 하는 한가위'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광주.전남 북한이주민지원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이날 행사에서는 차례 지내기, 북한음식 만들기, 민속놀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새터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게 된다. 또 광주지역에 사는 새터민 227가구 가운데 올해 새로 전입한 62가구에 생필품을 전달하고 새터민 100명에게 광주비엔날레 입장권을 선물할 계획이다. 한편 시는 그동안 새터민 자녀 4명에게 학원비와 학용품 구입비로 80만원을 지원했으며 새터민 자활프로그램 및 전문 상담기관 운영을 통해 취업과 직업 알선, 각종 상담 및 교육을 실시해 정착을 돕고 있다. 그러나 언론들이 원정화 간첩사건을 기사로 다룰 때에는 일제히 “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 “탈북자들 북한의 가족들 피해볼까 전전긍긍”, “탈북자 사회 10년” 등 일제히 탈북자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탈북자 박씨는 “‘새터민’으로 위장한 여간첩 등 부정적인 기사에 탈북자들이 싫어하는 ‘새터민’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며 “탈북자와 새터민 용어를 혼용해 쓰는 것은 탈북자사회를 둘로 분열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들은 김정일 독재정권이 싫어서 나온 사람들인데 노무현 정권시절 김정일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조공 바치기에만 급급하던 통일부가 탈북자들의 정치적인 색채를 희석화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화전민을 연상케 하는 “새터민”명칭을 갖다 붙였다면서 “통일부와 언론은 더는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을 찾아온 탈북자들에게 모욕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항의했다. 탈북자단체들도 탈북자들이 김정일 정권을 반대하고, 북한동포들을 해방해야 하는 의무를 포기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행동이라며 “새터민”명칭을 버리고 탈북자라는 이름을 찾기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갈 것을 다짐했다. 북한민주화 위원회 차성주 사무국장은 “탈북자가 새터민으로 불리는 이상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무시당하고 살 수 밖에 없다”며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정치적 망명자로서의 성격을 띠는 탈북자들은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름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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