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혹시 간첩? 탈북자들 힘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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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고성국 박사 (CBS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 ▶ 출연 : 천기원 목사 (두리하나 선교회)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와 간첩활동을 한 여간첩이 검거됐다. 군 장교와 사귀면서 정보를 빼냈고, 남한 정보요원에 대한 살해지령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한 엄격한 수사와는 별도로 탈북자 문제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동안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해 온 두리하나 선교회 천기원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이하 인터뷰 내용 ) - 탈북자 가운데 간첩행위자가 적발되긴 처음이다. 이 사람은 원래 탈북자가 아니라 탈북자를 위장했다고 하니까 구별은 해야겠지만, 보통 탈북자가 국내에 들어올 경우에 여러 가지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나? 확인 작업은 분명히 거친다. 그런데 탈북자인지 간첩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우리 국정원에서 조사하는 건 북한 사람이 맞는지, 어떤 루트로 왔는지는 확인하는데 어떤 임무를 가지고 왔는지는 사실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 그럼 일단 들어온 다음에 관찰을 해서 판단해야 하나?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의심 가는 행적에 대해서도 조사는 하겠지만 지금 많은 탈북자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실제로 북한 사람을 확인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그쪽에서 교육을 받았다든가 특수임무를 가지고 온 것까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결국은 예의주시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쉽게 많이 오기 때문에 간첩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우려했는데 이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에 대해 착잡한 심정이다. - 그래서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예견했던 일인데 마침내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그전부터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의심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또 우리가 개인적인 정보를 통해 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지난 정권에선 그런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이라고 지칭하기는 그렇지만 '괜히 간첩이라고 잡으면 우리가 병신 된다'는, 농담 속에서도 뼈 있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영향이 있었지 않을까 싶다. - 탈북자 가운데 상당수가 위장 탈북한 간첩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걸 어느 정도 선이라고까지 보긴 어렵다. 분명히 그렇게 들어오기는 쉽고, 얼마든지 그렇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은 되어 있으니까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간첩을 식별하고 잡아내는 일과는 별도로 탈북자들이 이 사건으로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잘 가려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인이 많이 있다. 언론을 통해서라든지 지금 한국에 들어왔던 탈북자들 중에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적어도 2000~3500명이 이미 중국이나 미국, 유럽, 캐나다로 재 망명을 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이런 사건까지 터지다보니까 정말 순수하게 어려운 가운데 여기 와서 정착하려는 그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많은 관심을 가졌던 분들이 싸늘한 눈길로 그들에게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까, 그것이 가장 걱정이다. 그게 현재 탈북자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나 당사자들에게 큰 충격이 될 것이다. - 언급한 대로, 당장 사건이 터지자 '너도 간첩 아니냐'는 얘기를 듣는 탈북자들이 있다고 한다. 당사자들 입장에서야 얼마나 덜컥하는 일인가? 그렇다. 안 그래도 이미지 자체가 북한에서도 간첩이라고 하면 워낙 안 좋은 이미지가 있는데다가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우스개 소리지만 그런 얘기를 하고, 또 그런 눈으로 볼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열등감이 많이 있다. 탈북자들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겹치다보니까 더 마음이 착잡하고 정착하는 데 힘들 것 같다. - 3000명 가까이 되는 탈북자들이 다른 나라로 재 망명했다고 했는데, 결국 우리 사회에 적응을 못했다는 얘기인가? 물론 당사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들이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하는데 사실 그게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미국에도 탈북자들을 보내기도 했지만 미국은 원래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 사람이 가더라도 잘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선 탈북자들이 왔을 때 정착금도 지급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지만 사실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 분위기도 많이 타는 것 같다. 영국으로 가는 게 좋다거나 미국으로 가는 게 좋다는 등 자기들끼리 정보가 있으면 무조건 떠나고 본다. 요 근래 영국에 850명, 비공식적으로 100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가 조사를 갔을 때 보니까 실제로 거기는 한국에서 간 탈북자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중국에 있는 탈북자는 갈 수가 없다. 왜냐면 거기까진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데, 비행기로 타고 가려면 신분이 없기 때문에 거의 99%가 한국에서 간 탈북자로 봐야 한다. 그러나 그건 좀 괜찮다고 보더라도 실제로 거기서 지문 조회하고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조선족밖에 없다. 오히려 조선족이 더 많다. - 탈북자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가는 추세라고 할 수 있나?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유럽에는 이미 많이 가 있고, 미주 쪽에도 많이 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 많이 떠나가 있는 상태다. - 탈북자들은 1차적으로 중국으로 많이 넘어왔는데, 그동안 북한 당국이 탈북자들을 다시 북한으로 잡아가기도 했다. 그런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탈북자 북송 중단 얘기가 나왔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대단한 발전이라고 본다. 정상끼리 탈북자 문제에 대해 거론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동안 외교부를 통해 많은 요구를 했지만 한 번도 그런 반응이 없었는데 이번에 정상끼리 모여서 탈북자의 북송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지켜질지 안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 실제로 100% 지켜지지 않더라도 중국이 조금 더 우리 입장을 고려한 조치를 하는 것만으로도 탈북자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되나? 그렇다. 우리 정부에서 그걸 요구했다는 자체도 굉장히 감사한 일이고, 중국 정부에서도 정상회담에서 탈북자 문제가 거론됐으니 아무래도 주의 깊게 살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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