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님께 글을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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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쎄요님의 성의있는 답글 감사합니다. 댓글 제한으로 인해 원글에 답글을 달지 못하고 이렇게 다시 글을 씁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글쎄요님의 말씀의 요지는 한 마디로 연좌제의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광의에서 글쎄요님의 의견에 동의 합니다. 지극히 옳은 말씀입니다. 연좌제라니 안될 말이죠. 다만, 세부적인 의미에서 저와 글쎄요님의 의견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연좌제 금지. 저는 이것에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에 죄가 있다면 반드시 단죄되어야 합니다. 더구나 그 죄가 나라를 팔아먹고, 나라 잃은 상황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하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배신행위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용서와 화합을 말합니다. 용서, 화합 아주 중요한 덕목입니다. 하지만 이것에는 당사자들의 단죄와 진심어린 반성, 용서가 있어야 합니다.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단죄와 반성없는 용서는 의미가 없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과거 전후 독일과 프랑스가 어떻게 단죄하고, 스스로를 반성했으며, 지금의 명예를 되찾았는 지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의 일본을 비교해 보시면 단죄와 반성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일본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진실된 대내외적으로 진실된 반성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진실된 반성없이 화합이란 건 허울 좋은 말일 뿐입니다. 이런 이유로 동북아는 각국 모두 항상 미래와 화합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실상에 들어가면 여전히 불신과 반목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일본이 아직까지 그 강력한 경제력에 걸맞는 국제적 위상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로 주변국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우리 얘기로 돌아와서... 우리가 아직까지 친일파 청산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바로 이 나라를 재건하는 데 있어 꼭 필요했던 그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만약 우리가 해방 후에 프랑스와 같은 철저한 단죄를 했다면, 지금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조상, 할아버지의 죄값으로 고생하며 그것을 극복해 낸 사람은 한 사람의 '인간승리'로서 칭송받아 마땅할 겁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연좌제와 같은 저급한 발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몸과 맘을 바쳐 애썼던 분들 높여 드리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조국을 배반했던 나쁜 놈들을 단죄함으로써, 나라를 위해 충성한 사람들은 반드시 보답을 받고, 매국노는 반드시 단죄를 받는다는 원칙을 후세에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향후에 또다른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이 나라의 운명을 위해서라도 그것이 바람직 하겠지요. 제가 말하는 건 이런 상식입니다. 친일파 청산... 이미 해방 후 2세대가 지나가버린 지금. 지금의 친일파 청산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분명한 건 우리 이제는 전후 프랑스와 같은 처절한 단죄를 할 시기를 잃었다는 겁니다. 수많은 당사자들이 이미 유명을 달리 했고, 지금은 그 자손들이 있습니다. 그 매국노들의 죄가 아무리 미워도 그 아들, 손자들을 똑같은 죄목으로 단죄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지금의 친일파 청산은, 최소한 과거 큰 죄를 범한 사람들의 행적을 규명하고 비판함으로써 그들의 이름을 '치욕된 이름'으로 남겨 후세에라도 나라를 배반한 자들의 영화가 한낱 부질없는 탐욕이었슴을, 또 그 탐욕의 결과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역사에 남기게 됨을 알려서라도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그 매국노들의 후손은 자신의 조상들의 그릇된 행동을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비록 자신의 행위는 아닐지언정 죄책감을 갖고 맘으로나마 나라와 국민 앞에 용서를 빌어야 겠죠. 그리고 겸손해져야 할 겁니다. 그러나, 저들은 인정과 반성은 커녕... 이제는 매국노 조상들의 파렴치한 행위를 정당화하고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것을 시도하는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를 반성하지 않고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일본과 그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긴, 그들의 논리 대부분이 일본의 극우파 논리와 맥이 닿아 있슴이 우연은 아니겠죠. 이병도라는 사람이 그의 큰 아버지인 이완용을 매국노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저는 아는 바도, 들은 바도 없으니 그것에 대해 뭐라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병도라는 사람은 매국노 이완용의 조카이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일제 식민사관을 대변하고자 만들어진 어용단체인 조선사편수회에서 해방직전까지 일해온 악질적 친일경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큰아버지에 대해 욕설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통렬한 참회였습니다. 나아가 나라의 역사를 왜곡하는 데 앞장 섰던 친일경력을 가진 자가 해방된 조국에서 역사학자로서, 교육자, 공직자로서 중책을 맡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이없다는 겁니다. 나아가 그 손자들까지... 하다 못해 구멍가게에서 물건 하나 훔쳐도 그 죄를 묻는데, 어찌 이 나라는 나라를 팔아먹고, 그 상황을 공고히 하고자 적에게 아첨함으로써 자신의 영달을 꾀했던 자들이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살단 말입니까. 글쎄요님. 앞에서도 절절히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말하는 '친일파 청산'이라는 것은, 연좌제도, 피를 좋아해서도, 그저 남 잘되는 꼴 보기 싫어서도 아닙니다. 슬로건이야 좀 거창하지만... 사실은 아주 소박한 바램입니다. 그저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니, 제 뜻을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졸필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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