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광장

자유게시판

상세
탈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오렌지페코 1 700 2005-05-31 13:23:39
탈북하신 분들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전 20대 중반인데요, 제 주위 사람들을 보면 북한에 대해 거의 모릅니다.
예외적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보통 사람은 99% 북한을 거의 모르죠. 기껏해야, 식량이 부족해 아사자가 많이 발생했다. 중국으로 탈북해서 한국으로 온다. 그정도만 알아요.

중국이나 제3국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모르구요, 일단 중국에 가면 공안에게 잡히지만 않으면 쉽게 한국으로 올 수 있는 줄 압니다.
그 애들이 무식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 소위 명문대 출신입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들이 그렇겠지만, 북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있는 몇명을 제외하고는, 뉴스에서 보는 단편적인 것들 밖에 알지 못해요. 대사관 진입시 공안이 막는 것, 두만강 건너편에서 보는 북한땅 모습, 개성공단, 금강산관광등.

이런 사이트에 오는 사람들은 관심이 있어서 오는 소수의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어요.
제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를 얘기하고 싶네요.(편의상 그냥 A들로 쓰겠습니다.)

나: 중국에서도 공안이 자꾸 잡아다 북한으로 보낸단 말야. 베트남이나 딴 나라들에서도 탈북자 붙잡구.
A: 그거야 불법체류하니까 그런거 아냐? 우리 나라도 불법체류 외국인 싫어하잖아.
나: 그거랑 다르지.
A: 그 사람들이 비자를 받고 왔어야지.
나: 비자?
A: 서류가 안 되 있으니까 단속되는 거잖아.
나: 우리도 000에서 비행기 놓쳐서 비자 만료됬지만 그런 푸대접은 받지 않았잖아. 이건 비자나 불법체류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거라구.
A: 설마 여권도 없이 나온거야?
나: 여권 갖고 나왔으면, 출국이지 탈북이겠냐.
A: 비행기표 값이 비싸서 그런가?
나: (순간 당황해서) 비싸긴 하겠지, 거기 물가로...
A: 얼마나 비싸면 무단으로 국경을 넘을까?
나:(잠시후 정신을 차리고) 비행기로 출국한다는 생각도 못할걸.
A: 왜?
나: (대답하기 곤란.).........글쎄 그냥 생각도 못 하는거 같던데. 탈북자 수기 중에 비행기로 나왔단 얘기는 못봤어. 외교관이 탈북한 거 빼구.
A: 왜?
나: ...........(드디어 생각남.) 북한은 거주이전이랑 여행의 자유가 없어. 북한 내 에서도 지역별로 이동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를 잘 안해주나봐. 그러니 외국으로 나가는 허가가 잘 나겠냐. 우리 식으로 하면 서울서 대전 갈 때도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는 모양이던데.
A:(드디어 이해된듯.) 아.
A: ...........특이하네.



여기서는 한 명인 것처럼 썼지만, 실은 여러 명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본 바로는 한총련이나 특별히 북한문제에 관심있는 소수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은 이런 정도 라고 할 수 있죠.
여행허가나 출국허가(이런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게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합니다. 탈북자체가 얼마나 큰 모험인지 모르고 단순히 다른나라 대사관을 진입시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저지되고 북송되는 거라 생각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정치와는 결부시키지 못하구요.

그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보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주의를 환기시켜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 온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탈북자 역시 일종의 집단입니다. 적절히 비교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데, 호남향우회, 재향군인회, 장애인협회, 음반제작사협회 등과 마찬가지로 탈북자도 하나의 집단이란 말입니다. 앞으로 한국으로 올 탈북자들, 그리고 여러분의 2세들의 위상(?)을 위해 여러분이 터를 잘 닦아 놓아야 할 겁니다. 이미지는 스스로 만드는 거에요.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이민간 사람들 중에 유명해지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신문에 나는 사람들은 거의가 이민2세, 3세입니다. 이민 1세는 거의 다들 엄청 고생해요. 여기서 인정됬던 자격증 하나도 인정 안 됩니다. 저 아는 사람들도 소위 '사'자 붙은 직업들이었지만, 캐나다 가서 세탁소, 슈퍼마켓 하고 호주에서 화장실 청소 했습니다. 자식이 뭐라고 입시지옥 안 겪고, 자유롭고 여유있게 살게 하려고 한국에서의 기득권 다 버리고 가는 겁니다. 거기가서 자신들이 떵떵거리고 편하게 살 생각 꿈에도 하지 않습니다. 다 자식들 잘 되라고 가는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기러기 아빠 노릇을 하지요. 지금 기러기 아빠들이 많은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전문직들 외국 나가면 자격증 인정 안되고 가서 3D 업종에 종사해야 하니까 여기서 벌어서 자식들 교육시키려 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북한에서 내가 이런이런 사람이었는데 겨우 이런 일 하려고 여기에 온 줄 아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물론 소수겠지만요. 왜 본인만 생각하시나요? 자식들은 생각 안 하세요? 앞으로 올 다른 가족들, 다른 탈북자들은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정착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탈북하느라 한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금? 북한에대한 정보제공한 보상금? 설마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자본주의는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는 것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북한과 남한은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체제에서 살아왔으니 하루 아침에 자본주의체제에 노출되는것은 일종의 핸디캡이죠. 그걸 메꾸는 취지의 돈이 정착금입니다.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출발 선상을 맞춰주려는 것이 정착금이란 말입니다.
대학갈 때도 특례가 적용되지않습니까(재외국민처럼.). 어떻게 해서든 이 곳에 적응하세요.

탈북자 역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다 있다는 거 압니다. 나이도 성별도 고향도 학력도 경력도 다 다른 거 압니다. 더군다나 처음부터 남한을 목표로 탈북한 사람보다 우선 배고파서 북한을 나온 후 중국 등 제 3국에서 남한 얘기를 듣고 이쪽으로 온 사람들도 많으니 같은 탈북자래도 생각이 많이 다른거 압니다.

하지만, 그래서요?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개개인으로 보기보다는 자신이 접한 한두사람을 보고 탈북자 전체를 판단하기 십상입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게 현실이죠. 주위 사람들은 자신이 접한 한 사람만 보고 '아, 탈북자는 다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스스로가 전체 탈북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세요.

"너희 중 하나가 한 짓은 그 한 명이 한 짓이고, 탈북자 한 명이 한 짓은 전체 탈북자가 한 짓이냐."라고 생각하시겠죠. 물론 일리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세요.
외국 나가면 스스로가 국가를 대표한다고 하죠. 왜냐하면, 그 한 사람이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북에 계실 때 충청도 사람 한 명을 접했다고 생각해 보시라구요. 그 사람 한 명을 대하고 "아 남조선 사람들은 이렇구나." 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나요?






그리고 탈북자에 대해 나쁘게 생각한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신거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소수의 사람들이 이런 사이트에 와서 악성비방을 도배해 놓는 것 같고 그게 대부분 사람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지원금가지고 아까워하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보통 "돌아가면 죽는다는데 어떡하겠냐, 한국으로 데려와야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단 온 이상 정착금은 당연히 지급되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돈 한푼 없이 체제가 다른 나라에 나몰라라 사람을 방치해놓는것은 미친짓 아닙니까.
만약 주위에 정착금 가지고 뭐라 그러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이렇게 생각하세요.
"초딩아, 물러가라."


그리고 모르는 걸 묻는 것도 창피해 하지 마세요. 몰라서 묻는 게 뭐가 창피합니까? 창피하다고 생각하니까 창피한 겁니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북한에서 오신 40대 아주머니를 봤는데 지하철 환승하는 것을 잘 모르시더군요. 그래도 그 분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하철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니까 그냥 타신거 아닙니까. 일단 타면,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노선표 보고 하면 어떻게든 가게 마련입니다. 목적달성이죠.

참, 마지막으로 탈북청소년들이 버스노선이 불편해 오토바이를 많이 탄다는 보도를 봤는데 사실이라면 말리고 싶네요. 여기서는 오토바이,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오토바이 인식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99% 가정과 학교생활에 문제 있는 애들이 헬멧도 안 쓰고 소음을 요란하게 내며 탄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10대 오토바이족들의 개념없는 운전때문에 교통사고도 많이 나고요.
좋아하는 회원 : 1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칠전팔기 2005-05-31 22:20:09
    안녕하세요.님의글 정말 고마워요.저도역시 주변에서 탈북에대해 모르는 분들 많이 봤어요.좋은분들도 많이 만났구요.그리고 주위에 보면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자들도 많아요. 탈북을 마치나 그어떤 특권을받을수있는 보증수표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요...
    앞으로두 계속 좋은글 많이 올려주시고 일부 탈북자들에대해 편견을 가지고계시는 분들께도 좋은말씀 많이 해주세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민족민주 투사’들의 타락
다음글
아니요! 아주 시원한 글이 올라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