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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앞둔 북한은 지금…
Korea Republic of 최신뉴스 0 316 2009-03-31 14:29:09
“정대세 사인 좀 받아주세요.” “사인 받으려다간 잡혀가실 걸요. 하하.”

30일 북한 축구 대표팀이 숙소로 묵고 있는 서울 강서구의 메이필드 호텔. 호텔 입구에 주차돼 있는 경찰버스 3대, 숙소 건물 내·외부에 있는 경호원 20~30명을 보고 호텔직원에게 농담을 건네자 진담과 농담이 반반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북한의 로켓 발사 여부가 화두고 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한국과 북한의 축구 대결. 29일 한국에 온 북한 축구 대표팀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중요한 경기 앞둔 한국과 북한

한국과 북한이 다음달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친다.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B조 최종예선이다. 30일 현재 북한이 3승1무1패(승점10)로 B조 1위, 한국은 2승2무(승점8)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이 1일 승리를 거두면 북한을 제치고 조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한국 팀을 이끄는 허정무 감독은 작년 북한과 4차례 맞붙어 모두 무승부에 그쳐 팬들로부터 ‘허무축구’라는 비아냥과 함께 감독 사퇴 압력까지 받은 쓰라린 기억이 있다. 북한은 이번 한국전을 이기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4년 동안 오르지 못한 본선무대에 나갈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단체 행동, 철통 보안이 기본

한국과의 경기를 앞둔 북한 축구 대표팀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철통 보안’ ‘단체행동’이다. 북한 축구 대표팀은 물샐 틈 없는 보안 속에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남북전을 마치기 전까지 언론 인터뷰를 일체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상태. 북한 대표팀은 29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을 때도 경찰 2개 중대(120명)의 경호를 받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숙소로 이동했다.

북한 선수들은 30일 외부인들의 출입이 적은 숙소 내에서도 ‘철통 경호’를 받으며 단체로 움직였다. 정대세를 비롯한 25명의 선수들은 이날 오전 10시25분쯤 호텔에서 도보로 약 2분 떨어진 거리인 호텔 헬스클럽으로 이동할 때 약 30명의 경호원들로부터 보호를 받았다. 선수들이 한 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경호원들은 건물 내·외부에서 경비를 섰다. 사냥개처럼 몸집이 큰 개도 경호원과 함께 있었다는 후문이다.

선수들 분위기는 서로 웃으면서 운동을 했을 만큼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들은 러닝머신 등을 하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호텔 헬스클럽은 회원제라 국내 일반 회원이 북한 선수들과 함께 이용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밥 먹을 때도 경호원이 붙어 다녀

선수들과 북한 축구대표팀의 코칭스태프, 임원단 10여명은 오후 1시쯤 숙소와 통로가 이어진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호텔 로비로 돌아왔다. 식당-로비-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연결된 동선인데, 거리가 채 100가 안돼 보일 만큼 짧지만 경호원들은 선수단 앞 뒤에서 항상 경호를 했다.

선수들은 등에 ‘DPR KOREA’가 흰색으로 쓰인 붉은색 상의, 남색 하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누군가 선수들에게 “밥 잘 먹었냐”고 묻자 선수들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2월 사우디아라비아전 1대0, 지난 28일 UAE전 2대0 승리까지 2연승으로 한껏 기세가 오른 분위기였다. 선수단 가장 뒤쪽에서 걸어 나온 정대세(가와사키)와 안영학(수원)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북한을 벗어난 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한 두 선수에게 통제된 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선수들은 식사를 마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올라갔다.

◆경찰차 호위 받으며 비공개 훈련장으로

북한은 이날 오후 4시15분쯤 파주 NFC(국가대표축구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예정된 비공개 훈련(오후 5시)을 위해 전용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경찰차를 포함, 경호 차량 3대의 호위를 받았다. 이날 경찰 1개 중대(90명)도 호텔 외곽 경비 등을 위해 파견됐다. 붉은 상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버스 창문 밖을 호기심 섞인 눈으로 쳐다봤다.

이번 대결은 같은 조에 속한 강팀들이 부진한 성적을 내 감독이 경질되는 등 ‘질풍노도’의 시기에 열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이란은 29일 홈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대2로 패한 후 조 4위(승점6·1승3무1패)로 추락하자 다음날 알리 다에이 감독을 경질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보다 한 경기를 더 치렀는데도 3위(승점7·2승1무2패)에 그쳐있다.

[김상민 기자 mom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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