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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사람에 대해서...
Korea Republic of 비둘기로 0 1401 2009-04-16 01:16:23
내가 맨 처음으로 한국드라마를 접한게 일명 귀가시계라고도

불렸다는 그 유명한 송지나작가님의 "모래시계"였다.

" 나 떨고있니?" 라는 대사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드라마 "모래시계"...

드라마내용이 이북에도 잘 알려져있는 5.18광주인민봉기에 대한.

그리고 그 시대의 암울했던 청춘들이 그려나가는 사랑과

약국에 감초처럼 빠질래야 빠질수 없는 재벌과 정치인의 검은 결탁 등등...


흠~~그때가 벌써 십일년전일이다...

엊그제 같은데...벌써 십일년전이라니~~~

고난의 행군으로 온 나라가 기아로 허덕일때...

나 역시 주린 배를 움켜쥐고 공포의 두만강을 헤갈랐었다.

아 ...드라마 얘기에서 삼천포로 빠지고 있구나...

토시 하나 안빼놓고 아주 넋을 잃고 보았었다.

극중에 태수 어머니되시는 분이 하시는 대사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태수 아빠는 지리산 빨찌산이었나보다...

태수는 유복자로 태어나 아빠 얼굴조차 몰랐었고...

고등학교 졸업후 육사에 지원하지만

얼굴조차 모르는....시체조차 어디에 묻혔는지 찾을수 조차

없는 그 아빠가 태수의 앞길을 가로막을줄이야...

좌절하고 돌아온 태수앞에 태수엄마가 술에 취해서 눈물흘리시며

하는말이 내내 뇌리에 울리고 울렸었다.

" 사람들 참 기억력이 좋다며...나도 다 잊었는데...어찌

니 아버지 빨찌산이었던걸 지금까지도 기억하냐며..."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다.

가끔 나도 내가 북한사람이었는지...잊을때가 있다.

하기사 고향을 떠난지 십일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여느 대한민국 평범한 아줌마처럼 시장에 나가면

야채 한줌 더 달라며 실랑이도 하고. 떡뽁이가 싱겁네 어쩌네

수다도 떨줄 알고...

사교육이 문제야 하면서 동네 아줌마들과 열을 올리기도 하고...

이달 관리비가 많네 어쩌네 ...혼자 툴툴대기도 하고...

마트 마감시간에 가면 떨이용 야채들과 간식들을 한아름 안고오며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아직도 가끔은 넌 북한사람이잖아!!!

이렇게 나를 일깨워주는 시선들이 있다.

태수엄마가 말한것처럼 사람들의 기억력은 집요하기조차 하다...

아마도 평생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냥 호기심에서. 아님 아주 단순히 그냥 궁금해서..

" 정말 그렇게 이북에서 굶어죽는다는거 맞아요?"

해맑게 물어보지만 ...그래서 나 또한 아주 단순하게

"저도 하루 두끼 죽이라도 변변히 먹을수 있었으면 남한에

오지 않았을겁니다." 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해주지만...

그네들은 별 저의없이 일깨워준 나의 정체성에

정작에 나의 온갖 기억의 회오리는 벌써 십일년전의 고향의

산과 들을 헤매이고 있는지 오래다...


솥에 넣을 한줌 양식을 얻기 위하여 황해도와 평안도. 자강도와 양강도 ...

북반부의 곳곳을 헤매이어야 했던...여행이나 유람이 아닌 그야말로

살기위해 먹는지. 먹기위해 사는지 분간조차 안되던...

다시 떠올리기조차 몸서리치는 이러한 아픔들을 또다시 맛보고있는것이다.

무수한 이름조차 모를 풀뿌리들과 나무껍질들...

혹자는 그런 얘기를 하면 나물들이 건강에 얼마나 좋은데...이러면서

일부러 나물에 비벼먹는다고 하지만...그나물과 이나물을 어찌

비교하는게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말 그대로 시퍼런 풀죽에 쌀알을 세어야 하는게 맞는 말인것을...


나 자신도 억지로 잊을려고 하고 잊구싶어 하는 모진 아픔의 기억들을

단 한마디로 끄집어내어내는 한마디..."넌 북한사람이잖아..."

대한민국은 나를 따뜻이 안아주고 당당히 주민등록증까지 발급해줬지만...

여전히 나의 등뒤에는 북한사람이라는 시선이 따갑게 따라온다...

예전엔 농담삼아 이마에 뿔있나 만져보실래요? 라고도 했지만...

이젠 그러한 농담조차 하구싶지가 않아진다...

아마도 대부분의 님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서...

잠 안오는 이 밤 주저리 주저리 써봤다.

기억이라는. 칼날조차 있는지 분명하지 조차 않은 이 무디고도

예리한 칼은 이미 수없는 밤을 나의 마음을 이리저리

베이고 또 베어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십일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나의 마음을 또 들쑤시고

휘젓고 다니는걸 보면...

아마도 난 북한사람이 맞나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기에 이를 악물고

적응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마 죽을때까지 잊을수 없는 아픔을 보듬고 살아가야 하나보다.

난 북한사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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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은 2009-04-16 03:03:31
    아직은 분단이라는 아픔때문에 그럴겁니다....
    아마도 통일이 된후에는 넌 북한사람이잔아 가 아니라...넌 고향이 거기잖아 라고 할날이 올것입니다...
    하루빨리 통일이되어서 그냥 지역사투리로 농담하는날이 왔으면 합니다..
    여기 남한처럼 ..ㅠ.ㅠ.....
    그리고 나도 남한사람으로서 여기 들어오기전에는 북한에 대해 정말 많은 궁금증과호기심으로 님들에게 상처가되는줄도모르고 이것저것많이도 물어봤었는데...그것이 님들의 정체성으로 다가갈줄은 몰랐었습니다...
    하지만 여기남한사람들이 정말 궁금한건 못참는그런 버릇이랄까 ..
    암튼그런것이 있습니다..워낙에 인터넷과정보와뉴스가 뛰어난곳이 여기 남한아닙니까..?
    그런건 북한사람들이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작은바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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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변사람 2009-04-16 07:04:31
    님의글을보니 어쩐지 마음이 서글퍼집니다...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현실은 내 팔다리에/고향은 내 마음속에/조국은 얼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보면 사람들은 잘사는나라 잘사는사름들을보면 존경과아첨의 눈길로 보면서 비굴해지고/못사는나라 못사는 사람들을보면 신기해 하면서 공연히 어깨에 힘을 준답니다.......
    ...고향은 나의 태를묻고 소중한 동심을 묻은 잊지못할 정다운 곳입니다
    하여 이따금 마음의 문을열고 추억으로 펼쳐보는 소중한 나만의 책자입니다 ....
    ...현실은 나의생계와 가족의 생계를위하여 손발이닳도록 뛰여다니고 일해야하는 끊임없는 도전을요구하는 오늘입니다....
    일생을 동반한오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님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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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둘기로 2009-04-16 15:56:11
    이글은 비둘기로님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2009-05-17 23: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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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소년 2009-04-16 23:08:23
    글 참 잘 읽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가끔씩 업무에 시달려 나 자신을 잊고 살지만 한적한 어느순간에는 어김없이 되살리는 나의 정체성입니다.
    저는 분명히 북한사람이며 또 언제가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지금은 겉모습은 누구도 못알아보는 남한사람으로 변했지만 나를 품어줄 수 없었던 처량한 고향의 모습은 늘 가슴 한 구석에 꼭 자리잡고 있네요.
    참 좋은 글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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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우산 2009-04-17 02:51:30
    참 좋은글이고,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오해와 편견은 존재하지요.

    왜냐하면,인간이란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 호기심과 두려움을 느끼기기 마련이니까요.

    정착과정에서 혹은 가끔일상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들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탈북동포들이 상처받고 답답할때가 많을 줄로 압니다.

    탈북동포들께서 지나간 세월에 겪었던 일들을 어떻게 저와 비교할 수 있을까만은...

    스무살 채안돼는 나이에 부산살다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해보니...제 사투리가 신기하고 재밋었던지 과친구들,동아리친구들이 제 말투를 흉네내고,재밋다고 자기네들끼리 낄낄거릴때 묘한 고립감 같은게 느껴지더군요.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투를 쓰는 서울의 여대생과 사귀고 싶었지만,미팅 소개팅 안만해봐야 퇴짜 맞아서...제 말투때문에 그러나해서,서울말 익힌답시고,하숙방 구석에 쳐박혀서 어학용카세트들고 중얼중얼 하던때가 있었죠.

    스무살때 제가 느낀 서울사람들은 부산에서 왔다고하면,무조건 바다와 연관시킨다는 인상을 받았읍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은 죄다 수산계통으로 물고기 잡아서 먹고 사는 줄알고,부산사람이면 수영은 다 잘하는 줄알고...

    여기와서도 마찬가지였죠.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처음 들어올때,한국에서의 경력죄다 인정이 돼질않고,써보고 판단하겠다는 회사결정에 따라야 했고,그래서 이제 갖졸업한 여기 신입들과 썩여서 그것도 임시직으로 일해야 했읍니다.

    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할때도,임금조건에서 나와 비슷한 경력을 가진 현지인들과 같은 임금을 요구할 수없었고,같은 조건으로 일을 한지는 불과 얼마전이지요.

    지금은 지나간 이런저런일들을 추억이나 나와 다르게 산사람들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이해하고 살아가고 있읍니다.

    특별히 제가 남들보다 마음이 넓고,이해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러지 않고,모든것을 고깝게 보고, 나를 이상하게 보고,나를 있는그대로 봐주지 않았던 사람들을 원망하고,미워하면서 살아가자면,손해보고 힘들어지느건 제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기때문이죠.

    글이 또 길어지는것 같아서 이쯤에서 정리 하렵니다.

    탈북동포 여러분들께서 한국인들,한국사회를 대할때 분명 제가 느꼈던 감정 비슷한것을 느꼈을 줄 압니다. 때로는 화가나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을 것입니다만,해결책이라는게 딴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침착하게 차분하게 멀리 내다보고 말하고 행동하고 차곡차곡 실천하는 것, 그거 아니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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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ㅅㄷㄱ 2009-04-17 14:38:32
    아, 참 왠지 가슴이 그만 뭉클해지는군요 말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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