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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Republic of chekf 2 461 2009-05-12 17:02:38
어떤 이들은 혼자 사는데 마트 장이 다 웬 말이냐고 하겠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혼자 살아도 해 먹어야 할 것은 식구가 많은 집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재료들의 묶음 단위가 많아서 다 먹지 못하고 썩혀서 버릴 뿐. 버리는 식재료가 많다 싶으면 나는 차라리 마트 대신 가끔 백화점에서 장을 봤다.(동네 마트는 없는 게 너무 많으므로) 백화점은 당연히 더 비싸지만 대신 싱글들을 위한 소 포장이 많고, 또 가격이 비싸다고는 해도 큰 묶음을 사는 것 보다는 쌌다. 그리고 야채는 되도록 시장에서 사서 손질해서 먹고 나머지 식재료는 그때그때 필요한 곳에서 적당량만 구입했다. 그랬더니 생활비가 놀랍도록 줄었다.



그 후 줄이기 시작한 것이 전기세, 난방비 등이었다. 일단 나는 집안에 있는 조명 등.일명 무드 등이라고 부르는 것을 다 끄기 시작했다. 워낙 따스한 불빛을 좋아해서 형광등이 아닌 노란 빛이 나는 백열등을 썼었는데 이게 전기를 장난 아니게 먹었다. 어둠을 밝힌다는 조명기구 본래의 목적이 아닌 분위기 때문이었으므로 끌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었다. 난방비는 출근하면서 외출모드, 혹은 날이 좀 따뜻하다 싶으면 아예 꺼놓고 다녔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설거지 하던 버릇을 고쳐 약간 미지근한 물에 했으며 샤워를 할 때도 샤워 꼭지를 끝까지 돌리지 않고 3분의 2만 틀어서 사용했다. 여름에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이용했고, 히터 같은 건 틀지도 않았다. (순간 히터기는 놀랍도록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 에어컨보다 이게 훨씬 더하다.)



그리고 백화점에서 날라오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고객에게 주는 사은품을 고를 때. 주로 쓰잘 없는 접시나 쟁반 같은걸 고르곤 했었는데 그 습관도 바꾸었다. 무조건 돈이 들어가는 소모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화장지, 치약, 세제 같은걸 받기 시작하자 그만큼 돈을 아낄 수 있었다. 또 세탁 세제는 주로 대용량을 사기 때문에 가루로 된 것은 나중에 굳어서 쓰기 힘들어, 고농축 액상용을 사서 정량만 넣었다.(빨래를 깨끗하게 하겠답시고 세제를 필요 이상으로 들이붓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건 환경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 또 분리 수거도 철저히 해서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알고 보니 꽤 많은 제품 포장지에 분리수거 마크가 있었고, 그것만 제대로 버려도 쓰레기봉투를 줄일 수 있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때는 담배도 끊었었다. 1천 5백만 원을 다 갚기 전 까지 담배는 사치품이었다. (그 참에 끊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완전한 금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훗날 글로 먹고 살게 되면서부터 다시 담배를 찾게 되었다.)



돈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가계부를 쓰나 안 쓰나 들어가는 돈은 똑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다시 돌아보며 반성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무턱대고 쓰던 생활비를 1주일 단위로 쪼개어 쓰고, 거기서 남는 잔돈 같은 것은 따로 저금했다. 예전에는 무식할 만큼 큰 빨간 돼지 저금통에 저금을 했었는데, 잔돈을 단위 별로 작은 유리병에 모으니 훨씬 더 빨리 모였다. 큰 돼지 저금통은 ‘저걸 언제 다 채우냐. 늙어 죽기 전에 따 보기나 하겠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 투명한 유리병에 모으니 맘이 달라졌다. ‘그래 빨리 저 병을 다 채워서 은행가야지’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고 나니 저금을 하면서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고 단 하나뿐이었던 통장이, 목적 별로 여러 개 늘어나기 시작했다. 돈을 6개월 단위, 1년 단위, 3년 단위로 모을 것을 나누고. 이 적금들은 또 다시 금리가 높은 예금상품에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려 통장이 다섯 개로 늘어났다. 물론 통장이 여러 개 라고 그 개수만큼 돈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계획적으로 돈을 모으고, 각종 금리가 높은 금융 상품 정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 훨씬 빨리 돈이 모였다. 예전에는 적금을 들 때. 많은 금액을 불입할게 아니라면 창피해서 안 만들곤 했었는데, 심지어 월 만원씩 넣는 통장도 전혀 쪽팔려하지 않으며 만들게 되었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펑펑 쓰느라 한 달에 만 원도 저금 못 하고 마이너스 인생을 사는 게 쪽팔리는 거지. 절대 적은 돈을 저금한다고 해서 쪽팔리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돈을 모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낄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최대한 아낀다는 것이다. 물론 꼭 써야 할 때는 돈을 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돈을 억 단위로 모은 누군가처럼 못 먹어서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원형 탈모 같은 게 올 정도로 독해질 필요는 없다. 나는 저렇게 모으면서도 여전히 책을 사 보고, 영화를 보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계속했다. 다만 책은 인터넷에서 적립금과 할인 쿠폰으로 저렴하게 사고, 영화는 현금 보다는 할인되는 신용카드를 이용함과 동시에 적립금을 꼬박꼬박 쌓았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내가 요즘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 만약 친한 친구라면 나의 절약을 적극적으로 도와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에게는 필요 없지만 내게는 요긴한 물건들을 넘겨주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돈을 낼 차례임에도 선심을 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매우 친한 친구들한테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내가 살던 시간의 대부분을 저축과는 무관하게 살았었다. 어렸을 때는 저축을 하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이건 순전히 부모님들 덕분이었다. 그들이 나를 먹이고 입혔기에 나는 돈이 궁하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살고 나니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 년 내내 아끼고 저축만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도 낭비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돈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간혹 마음과 달리 사람 노릇 하는 것도, 그리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다. 선물은 정성 이라고 말 하지만 그 정성도 돈이 있어야 가능 한 것이다.



간혹 혼자 사는 어린 친구들 중에서 생각 없이 돈을 물 쓰듯 쓰다가 월말에는 땡전 한 푼 없이 사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내가 똑 같은 과정을 겪어왔다고 해서 ‘너 그렇게 살면 큰일 나’ 따위의 어설픈 충고는 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건 자기 스스로 느끼기 전 까지는 엄마의 아껴 쓰라는 잔소리와 똑 같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것보다 못 하다. 엄마는 그러려니 하지만, 이건 웬 늙은 노처녀가 무슨 상관이라고 잔소리람? 하기 십상이다.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마음으로 기원한다. 빨리 깨닫기를.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그 힘든 마이너스 인생에서 벗어나길. 하나 더 바라도 된다면 그들은 나보다 조금 더 일찍 깨닫는 똘똘한 이들이기를.




작성자:연애통신 칼럼니스트 블루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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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Sandman 비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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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둘기로 2009-05-12 17:59:48
    맞는 말씀입니다.
    본인 스스로 깨닫는 방법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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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경 2009-05-12 19:51:38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아무리 힘들고 외롭다해도 독하게 맘먹고 아껴가며 저축하며 잘살아야죠 울님들... 화이팅 좋은시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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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Sandman 2009-05-13 04:02:06
    참 좋은 글입니다.

    이 방에 이렇게 유용한 정보가 담긴 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글을 읽으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누구냐고요?
    바로 제 아내입니다.
    '당신은 통 아낄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살거든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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