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두 글하나 남기고 싶습니다. |
---|
괜찮겠죠? 이곳은 탈북 북한 동포들의 글쓰는 계시판인데 바다건너 멀리 사는 사람이 글을 쓴다는게 좀 어색하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고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저두 글하나 남기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고향을 떠나 남한에 정착하여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주민이듯이 저 또한 제가 태어난 한국을 떠나 낯선 외국 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점에서 상당히 같은 처지에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이곳에 거의 20년이 넘게 살면서 백인 사회에는 끼지도 못하고 겉도는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첫번째 가장 큰 이유는 언어문제 인듯합니다. 20년이 넘었는데 무슨 그런 언어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러나 언어란 단순히 문법적인 문자의 나열이 아니라는 것을 살면 살수록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울타리에서 교육받고 같은 경쟁을 하면서 살아가는 그 틈바구니를 들어가기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인종이 틀리다는 이 사실은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사회에서 그냥 그렇게 사느냐고 반문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다 때려치고 한국으로 가지... 그게 그렇게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여기서 보낸 세월이 또 한국에서 살아갈 수 없게하는 그런 요소가 되더라구요. 한마디로 영원한 떠돌이가 되어 버리더군요. 여러분들도 아마 다시 북한 그곳에 가서 옛날처럼 살으라고 한다면 마음 한구석은 가고 싶지만 또 그게 그렇지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것입니다. 물론 김정일식의 독재가 그렇게 허용을 안 하는 것도 있겠지만 여러분들도 태어난 북한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 본 것 때문에 이제는 다시는 그 옛 제도로 돌아 간다는 것이 불가능 할 것입니다. 저도 거의 그런것 같습니다. 내가 태어난 조국이 그리워서 가끔 한국으로 가보지만 아 나는 한국에서 살수가 없는 존재로구나를 가슴깊이 느끼고 다시 호주로 돌아오곤 합니다. 어디가 더 좋다라는 비교가 아니라 한국에 가도 역시 나는 이방인이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을 그냥 비운채로 내 나름대로 살아 가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습니다. 사람사는 곳이 다 같을 것 같으면서도 또 그렇지가 안더군요. 여기서는 평생가도 양복이라는 것을 거의 입어보지를 못합니다. 그냥 캐주얼하게 입는것이 습관이 되고 오히려 양복을 입고 공항에 방금 도착한 동포 한국사람을 보면 그냥 우습기만 합니다. 합바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웃음이 나옵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가서 캐주얼한 차림으로 다니니까 옛 친구들이 안됬다는 듯이 너 옷 없니? 하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말쑥한 양복차림이 아니면 아주 이상하게 보이는데 여기서는 그런 양복차림의 얼굴에 광나는 사람보면 꼭 뭐 사자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느끼니까 참 다르죠? 이런 차이는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한국인이고 말도 한국말을 쓰니까 집에서 영어를 쓰면 정말 감정이 매말러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영어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한국말을 쓰고 싶은 이런 충동 이것 때문에 더더욱 백인 사회에 들 수도 없고 또 그들이 받아 주지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아예 포기한채 살아 갑니다. 아마 이런 비슷한 종류의 느낌을 북한 동포들이 많이 느낄 것입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서 그리운 부모 형제 친구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거예요. 자칫잘못하면 고립된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남한 북한은 같은 언어에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극복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참 영리한 사람들이예요. 너무 튀고 똑똑해서 잘 뭉치지를 못하는 그런 고집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여기 와서 처음에 살면서 백인들이 화를 그렇게 쉽게 잘 내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해서 우리 한국살람들은 화가 좀 많은 것 같애요. 잘 참지를 못하고 내 고집을 주장하는 거가 참 많은 것 같애요. 이것 때문에 손해를 본다니까요. 제가 북한 성명서를 보면 그 사람들은 꼭 조선시대 사람들 같은 느낌을 받아요. 말투가 시적이면서 아주 유교적인 투가 많은 것 같다고 느껴져요. 짓뿌순다. 철천지 원쑤 이런 단어들을 많이 쓰더군요. 남한은 그래도 좀 많이 가라앉았죠? 하여튼 타향에서 고생하시는 여러분들이 북한과 다른 생활을 극복하시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대합니다.
신고 0명
게시물신고
|
나두나두님의 경험이 여기 계신 탈북인 분들께는 또다른 형태의 '타산지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니, 저 같은 남한 토박이에게도 좋은 말씀이네요.
저도 예전에 호주로 잠깐 '어학연수를 빙자한 외유(?)'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처음엔 정말 차분하고 평화로와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이내 지루하고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관광객'과 '현지 주민'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세상살이 어디도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았고요.
결국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내가 살기로 결심한 곳에 최대한 열심히 순응하며 적응해 열심히 사는 수 밖에요. 그러다 보면, 어느 새 내 몸에 맞는 옷처럼 익숙해지겠지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