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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탈북시인의 절규 *nk.조선/탈북인과의 대화
초원 7 430 2005-06-16 13:51:48
한탈북시인의 절규


1 이 곳

온 나라 나이들이
다 갇힌 이 곳
1대로부터
3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어 갇힌 이 곳

고통의 순간순간들이
다 모인 이 곳
혈육이 함께 갇혀도
밤낮으로 갈라놓아
하루마저 찢어놓는 이 곳

인간 학대가
다 있는 이 곳
살아서 이름이 없고
죽어서도 봉분이 될 수 없는
생사가 박탈된 이 곳

이 곳이 바로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다


2 정치범 갓난 애기


그 갓난 애기는
죄인이다
죄라면
엄마 젖꼭지를 깨문 것밖에
더 없는 그 핏덩이가

그 갓난 애기는
종신형을 받아야 한다
사람으로 한 짓이라면
두 손 모아 운 것밖에
더 없는 그 울보가

그 죄란
할아버지 죄를 타고나
그 핏줄로 태어난 죄
그 3대로 태어난 죄

인류역사에
그 어느 장기수가
한생 넘어 갇혀 산 적 있었더냐
할아버지 대를 이어
3대에도 정치범이어야 하는
조선의 갓난 애기가
세상에 다시없을 장기수다



3 감격


개미
지렁이
도마뱀
풀뿌리까지
먹어야 만 살 수 있는
이 수용소 한 구석에


어쩌자고
깊숙이 뿌리 내려
망울 터친
철없는 작은 들꽃


하나 둘 모여서는
뼈 앙상한 수인들 앞에
겁에 질린 듯
떨고 있는
연약한 식물


허나
예쁜아
조국의 꽃아
너는 다 모르리라

죽어서도 못 가질
하얀 꽃 화환을
살아서 보고 있는
수인들의 감격이
지금 얼마나 큰 것인지


4 종신형

전기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여기엔
어머니가 갇혀있고
저기엔
딸이 갇힌 하루

하루라고 하기엔
너무도 긴
순간순간들
그 순간 속에서
간간히 숨 쉬는
살아있는 고통의 하루

어머니는
딸을 찾으며
딸은
어머니를 부르며
한번만 얼굴 볼 수 있다면
기꺼이 죽고 싶은 하루

매일매일 만나는 꿈으로
미칠 것 같은 미련으로
일년이 되고
십년이 되고
이십년이 넘어도
그 세월이 어제 같은
하루 같은 하루

정치범 수용소
여기서 종신형은
갇혀 사는 한생이 아니다
바로 이런
하루하루다


5 그 청년

그 청년은
말할 줄 몰랐다
세살 때 수용소에 들어와
채찍 속에 노예노동 강요당했다

그 청년은
웃을 줄 몰랐다
단 한번도 웃어본 적 없어서
계호들의 이빨만 보아도 전율했다

그 청년은
울 줄도 몰랐다
매 맞고 피 흘려도
살점 같은 신음마저 삼켜야 했다


그러던 그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말했다
웃었다
울었다
자살했다



6 순종

제 번호를 부르면
큰 소리쳐 대답해야 한다
담벽에 머리를 짓 쫒으라면
반드시 머리가 깨져야 한다

제 몸보다 무거운 광석 지고
온종일 뛰라면 뛰어야 한다
몽둥이에 맞을 때면
아픈 척도 말아야 한다

개똥을 먹으라면
개똥을
구두를 햝으라면
구두를
죽어야 한다면
죽기도 해야 하는 수인들

정부에
반항했던 자들이기에
순종을
평생 알게 해준다며
생을 강요하여
그 생으로 죽이는
정치범 수용소

그렇다
여기는
순종이 있는 곳이다
삶이 희롱당해도
목숨이 위협받아도

수인들이 오늘도
숨결 지켜 고발하는
한생 갇혀 반항하는
하여 독재자의 무덤이 될
역사의 순종이다


7 내일

수인들은
모른다
오늘이
월요일인지
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

수인들은
모른다
오늘이
1월인지
2월인지
3월인지
...

수인들은
모른다
오늘이
설날인지
단오인지
추석인지
...

그러나 수인들은
알고 있다
내일이
자유이고
민주이고
해방임을

8 대사령

여기도
법이 있어
해마다
수인들은
대사령을 받는다


2월이면
1년을
4월이면
또 1년을
7월에도 1년
이렇게 세월이 흐르면
종신형을 마치고
나가는 정치범들


나가는 그 길은
오직 하나
살아서 얻을 수 없는
죽어서의 자유


그래서 죽이자고
그래서 법이 있어
형기가 줄어드는
대사령이 아니라
불어나는 대사령
이 대사령이야말로
조선에만 있는
조선식 인권법이다


9 하늘 영혼

평평한 땅
땅을 금방 메운 상처
풀이 없는 사연 안고
피 흘린 빨간 흙

흙 한줌도
솟지 않은 평토밑에
사람이 묻혀
묻은 아픔으로
젖어있는 그 땅

얼마나 묻었으면
얼마나 더 묻으려 했으면
죽이고도 파묻고도
봉분으로 다시 살아날까봐
평토로 또 죽이는
천하의 야수들아

죽음만 아는 네 놈들이
어찌 생에 대해 알 수 있으랴
인간은
인간인 이유로
땅으로 갔다가도
영혼으로 돌아옴을
돌아온 그 하늘은
흙으로 덮을 수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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