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위기 왜 다시 꼬였나 (퍼온글)-호주 국립대 교수 매코멕기고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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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부 10년을 좌파정권이니 어쩌니 빨갱이 친북정권이니 어쩌니 비난만 하지마시고 좀더 넓게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북한 문제’는 해결 직전에 있었다. 중국 베이징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와 국제 사찰단의 재입국 허용, (해체를 전제로 하는) 핵시설 신고 등을 이행하면 그 보상으로 에너지를 제공하고 봉쇄를 완화하며 완전한 ‘관계 정상화’로 나아가겠다는 데 동의했다. 그 직후엔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을 방문해 연주회를 열었다. 북한은 해야 할 일들을 했다. 주요 핵시설을 불능화했고, 1만8000쪽의 문서와 함께 자신들이 보유한 핵시설 내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으며 에너지 원조를 제공했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간단한 대답은 일본과 미국, 한국의 반대 세력들이 합의 이행을 방해하는 데 동조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6자회담의 합의 사항을 지키기 전에 먼저 북한이 납치 문제에 관해 일본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05년과 2007년 합의가 규정하고 있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그 대신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별도의 요구를 제시했다.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였던 크리스토퍼 힐이 협상한 2007년 10월의 합의 사항에 핵시설 검증 절차를 명시하는 성문 의정서를 추가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한·미·일 반대세력의 방해 탓 이명박 정부는 전임 대통령들이 성사시킨 2000년과 2007년의 남북 협정을 거부했다. 더 많은 포기를 요구 받고, 또 약속했던 것보다 더 적은 보상을 받자 북한은 속도를 늦추며 멈춰섰고 결국엔 국제 사회에 순응하기로 했던 입장을 뒤집었다. 북한은 특히 미국의 신임 대통령에게 실망한 것이 틀림없다. 버락 오바마는 취임 당시 국제 사회의 문제들에 신선한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적들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그 뒤 북한을 모르는 체했다. 무시 당한 북한은 미국을 향해 연기를 피워 올리게 됐다. 지난 4월 위성을 발사하더니 5월엔 핵실험을 한 것이다. 조지 부시 정부 하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했던 위기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자 비등점에 가까워졌다. 4월의 발사와 5월의 실험은 모두 어리석은 짓이다. 발사는 아마도, 그리고 핵실험은 확실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 하지만 둘 다 정말로 ‘불법’이었거나 공격 의도를 나타낸 것은 아니다. 동북아시아의 안보는 지난 60여년간 핵 억지력에 의지해왔다. 일본과 한국은 ‘핵우산’이라 부르는 것에 집착하고 있고 반면 북한은 이것이 자국을 겨냥한 무기라고 보고 있다. 핵위협 아래에서 살아온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어 그 압력에서 해방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중요 핵위험 국가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핵무기나 핵실험은 정당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가 1996년 권고 의견에서 인정한 판례는 국가의 자위가 극한 상황에 놓였고 국가의 생존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어떤 국가가 이 원칙에 따라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북한이다. 더욱이 세계 ‘강대국’들은 핵무기 없이는 자국의 안보를 보장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핵 군비축소에 관한 효율적인 수단을 성실한 협상을 통해 모색한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상의 의무도 경시하고 있다. 왜 소수의 국가들은 달라야 하는가. ‘강대국’들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처럼 규칙을 거부하는 국가들에까지 핵 특권을 사실상 확대하고 있다. 규칙을 준수하고 억지력을 보유하지 않은 이라크 같은 국가들에 대해선 침략적인 전쟁을 벌인다.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북한을 비난하고 있다. 서구와 일본의 정치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대개 북한을 그들에게 복종해야 하는 불가해하고 불합리하며 위협적이고 열등한 국가로 설명한다. 유엔 안보리 안팎에선 ‘압력’이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뤘다. 그러나 경험은 그 반대를 시사하고 있다. 북한처럼 가난하고 자부심이 강한 게릴라 국가는 지금 무릎을 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 반대로 동아시아의 금언이 말하듯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 수 있다. 짐작컨대 북한의 리더십을 굴복시키려는 압력이 실제로는 북한에 외세의 위협에 맞서 국가를 결속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동시에 인민들에 대한 압제도 강화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줄이고 그들의 인권을 개선하는 가장 빠른 길은 대북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대결과 위협의 긴장만큼 독재 권력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외교에선 오직 하나의 무기만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바로 존중이다. 상대가 존중을 보여주고 동등하게 대우하며 위신을 염려해줄 때 북한은 거칠지만 솔직한 협상가가 된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북한은 미국이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지키는 한 자신들도 그 의무를 준수하고, 미국이 일단 북한을 존중하면 6자회담에도 긍정적으로 응한다. 오바마의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 팀장으로 일했던 프랭크 자누치는 북한을 존중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며,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관계 정상화와 제재 해제, 안보 보장 제공, 에너지 및 경제개발 원조 제공 등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같은 일은 분명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오바마는 북한에 부시 식의 비난과 군사적 위협(한·미 합동군사훈련), 무시를 선사했다. 상대 존중하는게 외교의 기본 아마 지금 북한엔 과거 식민 통치자였던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만큼 불쾌한 일은 없을 것이다. 6자회담의 진행 과정에서 일본만큼 비타협적이고 비협조적인 국가는 없었다. 일본만큼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는 것을 반대한 국가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국가도 없었다.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작성하고 추진하는 데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도 일본이었다. 일본으로선 매우 만족스럽게도 지난 2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납치 문제는 6자회담에 적합한 주제이며, 따라서 북한을 회유하기 위해 조지 부시가 했던 것보다 더 나아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덤으로, 위기가 심화될수록 아소 총리의 총선 전망은 밝아지고 있다. 이명박의 도움을 받아 오바마는 일본의 자신감을 회복시켰고 반동주의자들을 성원했으며 북한과 대립하는 3국 전선을 강화했다. 북한 문제는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1세기 동안 이어져 온 일본 제국주의와 민족 간의 분열, 내전과 국제전이 남긴 미해결의 유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재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감각과 지혜, 인류애, 그리고 포괄적 정상화 및 평화 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다. 궁극적으로 문제를 풀 주체는 유엔이나 미국, 일본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느꼈던 슬픔을 한국인들이 노 전 대통령이 품었던 대의, 즉 남북 화해와 협력을 향한 헌신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에 많은 것들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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