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목사 납북 사건'의 실체(펌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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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진배.이수기 기자] '김동식 목사 납북 사건'의 실체가 베일을 벗고 있다. 공안당국은 최근 김 목사 납북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한 중국동포를 통해 납치 당시의 상황과 공작조직의 실체 등에 대한 진술을 상당부분 확보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4년여 만에 갑작스레 진행된 수사 배경과 과정 등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 치밀한 납치극=검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 목사는 2000년 1월 16일 낮 12시쯤 한 탈북자를 만나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가 소식이 끊겼다. 공안당국은 "북한 보위부에 포섭된 탈북자가 치밀한 작전에 따라 김 목사를 유인해 9명의 공작단이 미리 준비한 자동차를 이용해 납치했다"고 밝혔다. 조직원 9명 중 3명은 보위부 소속이고, 나머지 6명은 보위부에서 탈북자 납치 교육을 받은 중국동포라는 것이다. 이번에 구속된 류씨는 6명의 중국동포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사전에 김 목사를 납치하기 위한 '도상훈련'을 했고, 북한당국에서 공작금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납치 이유는 김 목사가 1999년부터 탈북자들의 집단망명을 주선하는 등 반북(反北) 행위를 일삼아 제거대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목사는 탈북자들의 한국 '망명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몽골에 탈북자 난민촌 건설을 입안하기도 했다. 이에 북한은 탈북자들의 기획망명이 속출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납치사건을 벌였다는 게 공안당국의 분석이다. ◆ 밀입국 3년 만에 체포=공안당국이 김 목사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은 2001년 8월, 류씨가 공범인 다른 중국동포 한 명과 함께 한국에 밀입국하면서다. 공안당국은 "중국 공안당국이 탈북자 납치 조직원 등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오자 신분에 불안을 느끼고 중국동포들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불법체류하는 중국동포들이 많아 적발 위험이 오히려 작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밀입국 사실을 알고도 3년 동안이나 류씨를 검거하지 않은 이유는 의문으로 남는다. 한 월간지는 지난해 초 당시 사건에 연루됐던 중국동포한테서 사건의 전모를 제보받고 류씨를 포함한 공작원들의 실명까지 보도했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3년간 류씨의 행적을 제대로 추적하지 않았다. 이 부분도 수사당국이 밝혀야 한다. 류씨가 "다른 납치사건에도 개입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그동안 납북 사건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70년대 이후 강제납북된 사람은 500여명에 이른다. 한편 김 목사의 부인(55) 등 가족은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김 목사의 처남 정세국(49)씨는 "피랍된 뒤 일부 탈북 브로커들이 매형(김 목사)의 사진을 찍어 줄 테니 돈을 달라며 접촉해온 적이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사건 전모가 공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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