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광장

자유게시판

상세
오늘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Korea Republic of 비둘기야 2 378 2009-07-13 18:33:36
모처럼 시간이 있어서 박완서작가님의 자서전적 소설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자세히는 아니지만...
그마나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배가 헤쳐온 나날들에
대해서 조금은 더 가까이, 평범한 민초들의 삶에 대해서
느낄수 있었던 책인듯도 합니다.

우리 님들도 시간되시는껏 꼭 읽어보셨음 좋으실듯 하네요...


불현듯 지나간 추억 한가닥이 떠오릅니다.
남한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계란 한판!!
이말이 단순히 계란을 말하는게 아니라
한창 나이 서른을 일컫는다는거
저만 모르고있었더랬지요...
나중에 알고서 표현이 너무도 생동해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그러나,
서른개 한참 멀었다며 나름 신이났었던게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그 계란 한판이 차고넘치여서
하나, 둘 자꾸만 덧쌓여가고 있습니다.

이제 막 삼십대 초입에 들어서는 나이지만...
인생에 제일 황금기라는 십대후반부터 이십대 초중반을
생의 가장 비참하고 억울하게 보내야만 했던,
지금도 가슴 한켠에서 울먹거리고 있는 결코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쓰라린 아픔들을 조용히 토닥이군 합니다.
자다가도 소스라쳐 놀라 깨어나는 마음아픈 생생한 기억들로 인하여
우리들의 육체적 나이와는 상반되게 정신적 나이만큼은 그렇게나
전력질주하여 낼모레 환갑이 멀지 않은듯도 합니다만...

...
그래서 종종 듣군 하는 애늙은이 같다는 말이 이제는
그렇게 서운하게 다가오지 않을 정도이니
오히려 담담해진 자신이 이상스러울 정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네 북녘분들껜 다소 생소하지만 남한엔 잘 알려지신
천상병시인님의 시 "귀천"을 읽어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귀 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블어 손에 손을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라




하늘이 나에게 허락한 시간이 다하는날
생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두손 꼭 잡고 함께 돌아가고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사람이 평생토록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이승에서 머물다간 최고의 행운이 아닐까 하구요...



나에게 주어진 시간...
과연 언제까지일런지...
하늘이 부르는 그순간까지 열심히 살며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았습니다.




우리 님들도 마무리 잘하시고
마음따뜻한 시간들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회원 : 2
TheSandman 풀나무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TheSandman 2009-07-14 02:56:23
    비둘기야님.

    정말로 '애늙은이'가 맞는 것 같아요.^^
    30대 초반이면 요즘 세태로 볼 땐, 아직 새댁 수준인데 뭐 벌써부터 나이타령과 회한에 잠기십니까? ㅋㅋㅋ

    고 김광석씨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있죠?
    저는 마흔을 눈 앞에 둔 나이에 이 노래에 꽂혔었는데, 그 가사가 참 마음에 와닿더라구요. 그런데, 한편으론 '야~ 김광석 이 사람 참 대단하다. 나이 서른에 어떻게 이런 느낌을 알고, 지니고 살았을까?' 싶더라구요.

    제 나이 서른 살을 되짚어 보면, 정말 아무 생각없이 살았거든요. 아직 총각때였기도 했고, 내가 나이 먹고 있다는 걸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느낌이 마흔에 가까와 오니까 마음에 확~ 와닿더라구요.
    그래서 30대 후반엔 항상 애써서 '만 나이'로 남들에게 얘기하곤 했습니다. 물론, 이젠 만으로도 '30대'가 될 수 없는 지금은 포기했지만요.^^

    제가 이런 얘기하면, 저보다 한참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쯧쯧~ 아직 한창 젊은 친구가...'하며 혀를 차실 것 같네요.


    아무튼, 나이를 한살 한살 먹으며 느끼는 거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는대로 다 그 나름의 가치와 즐거움이 있는 것 같아요. 즉, 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는 거지요. 더구나 우리는 소중한 아이들의 부모잖아요.

    우리 앞으로도 지금처럼,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도록 합시다. 사실 비둘기야님께서는 너무도 씩씩하게 잘 하고 계시니,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네요.^^;;

    요즘 비가 많이 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통돌이도 예쁘고 씩씩하게 잘 키우세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 비둘기야 2009-07-14 08:10:55
    잘지내고계시죠? 더 샌드맨님...
    요즘은 철맞은 장마비가 시도 때도 없이 퍼붓군 하는군요...
    건강유의하시구요.
    워낙에 주변에서도 나이와는 전혀 무관하게 하늘의
    부르심을 종종 보는지라...마음을 가다듬어 보았습니다.
    좋은 말씀 고마워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김초달 2009-07-14 09:03:39
    비딜기야 님 저도 박완서 작가님 의 책을 더러 보았습니다
    참 가정적인 글을 보고 감탄하였습니다
    님의 글에도 박완서 와 견줄 탄력이 있습니다
    모든글을 잘읽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탈동회관리자님께...
다음글
사법부는 대한민국 헌법을 능멸하는 자들에게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