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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시인 백석이라고 아시나요??
Korea, Republic o 아하글 2 362 2009-12-09 17:21:41
남한에서는 1930년대 최고 시인중 10명 안에 들정도로

유명한 시인입니다.

북한에서는 어쩐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해방직후 자기 고향 평안도로 올라가서...

김일성 김정일 찬양시 선전시를 쓰라고 했는데..

서정시 고집, 그에순응하지 않아, 온간 멸시와 무시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한에서는 원래 1959년경에 죽어있는것으로 기록이 되어있었습니다.

실제로 돌아가신 날은 1995년인데,

약 35여년동안 숨죽여 살았다는것을 알수있습니다..







원래 한국에서도 80년대까지는 월북 문인으로 금지시인이 되어있었지만..
(지금찾아보니 북한에서도 금지시인으로 되어있네요..)

현재는 30년대 최고의 시인이라고 뽑히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백석시인부인의 편지를 제가 봤는데..


이렇게 써있더라고요..


1959년 평양에서 살다가, 평양에서 쫒기어 나왔다.
삼무관형리에 추방되어 와서 차별과 명시속에서 인생을 보내고
1995년도에 병으로 사망하셨소...


멋진시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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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백석시인 시 안읽어보셨다면...

한번 읽어보시라고...

붙여넣기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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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1941. 4)









* 멕이고 : 활발히 움직이고

* 그 무슨 반가운 것 : 국수

* 애동들은 : 어린아이들은

* 김치가재미 : 북쪽 지역의 김칫독 묻어두는 곳(김치 창고).

* 양지귀 : 양지바른 곳 모퉁이

* 능달 : 응달

* 은댕이 : 언저리. 가장자리

* 예대가리밭 : 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오래된 비탈밭

* 산멍에 : 전설상의 커다란 뱀. '이무기'의 평안도 방언

* 분틀 : 국수 뽑아내는 틀

* 들쿠레한 : 달콤한

* 갈바람 : 가을 바람

* 텁텁한 : 흐릿한

* 둔덩 : 둔덕

* 사리워 : 국수 따위를 동그랗게 말아

* 큰마니 : '할머니'의 평안도 방언

* 집등색이 : 짚등석. 짚이나 칡덩쿨로 짜서 만든 자리

* 자채기 : 재채기

* 산넘엣 : 산넘어

* 이것은 그 곰의 ~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 설화적 분위기로 그려냄. 국수를 만들어 먹는 '오랜 전통'을 강조하고자 함.

*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 : 국수의 맛 = 우리 민족성의 맛

* 희수무레하고 : 희끄무레하고

* 슴슴한 : 자극을 크게 느기지 않을 정도로 싱거운

* 댕추가루 : 고춧가루

* 탄수 : 식초

* 삿방 : 삿(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을 깐 방

* 아르궅 : 아랫목

* 고담하고 : (글, 그림, 인품 따위가) 속되지 않고 아취가 있는(화려하지 않으나 고급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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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 목로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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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위 2009-12-09 21:34:02
    향토 서정시인이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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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로베르 2009-12-09 23:53:16
    저도 백석시인 좋아합니다...시어 풀이를 참 잘해 놓으셨네요...문학을 전공하시는 분 같네요....제가 좋아하는 백석 시인의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입니다....김소월, 정지용, 김영랑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보석같은 시인인데, 북한에서 그 오랜 세월 동안 모진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고 하니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횐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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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로주점 2009-12-10 01:02:42
    난해하지 않고 담백한 시어가 정감이 갑니다. 그리고 서정적이어서 좋습니다. 평안도 토속 낱말들이 낯설기는 합니다만...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할 것 같다/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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