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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마을 잡지책 나왔습니다
Korea, Republic o 잡지 2 308 2010-01-04 10:07:10
nk지식인연대계간지 '북녘마을' 잡지 5호가 나왔습니다.
북한 현실의 이모저모를 생생한 기사로 작성한 잡지구독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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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상황
체제유지-북한에는 가정이 없다,
황당사건
아비의 유언
비사-심화조 사건의 진상
호혜일의 소설 연재- 불루 아이 레드맨(푸른눈의 빨간사나이)
현장스케치- 환호, 현모양처, 남남북녀
북한 선교-우리가족 탈북안내원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목 환호기사 하나만 여기에 소개합니다.
[현장스케치]

환 호

경쾌한 수신음 소리가 내 핸드폰에서 울렸다, 처음 듣는 소리도 아니어서 무심히 폰을 열었다. 순간 귀를 울리는 환성소리가 내 고막을 마구 두들겼다. 그것은 기뻐서 외치는 소리었다.
-좀 올라와, 내 딸이, 내 딸이 연세대에 합격 했어. 어서, 빨리
친구의 집은 윗 층이었는데 나도 무엇인가 쿵, 하는 심장의 울림을 들으며 급히 문을 나섰다.
그 집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뜻밖의 일을 목격하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부녀가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고 있었다. 방 한 쪽 구석에 놓인 컴퓨터는 켜진 상태로 있었는데 친구는 나를 맞으면서도 딸을 안고 그 화면만 정신없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거기엔 연세 대학교 입학 공고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성 명- 조혜민 (가명)
수험번호- FPAB 1001
전형구분명-새터민. 중어 중문학과

축하합니다. 2010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 2차 재외국민전형에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좋은 일인데 왜 이리 울음바단가? 내가 물었다.
-너무 뜻밖이 돼서, 합격될 줄 몰랐는데 그리 되니까, 왜 안 그렇겠나. 여느 대학도 아니고 말 그대로 연세대가 아닌가?
-수준이 되면 합격 하는 거지 뭘,
무척 예사로운 나의 말이었다.
-자네가 어찌 저 심정을 알겠나. 재는 북에서 초등교육밖에 받질 못했어, 하고 싶은 공불 못하고 5년 동안이나 중국에서 쫓겨 다니다가 이제 공부는 포기해야 하나부다 하고 생각했더랬는데 결국은 그 소원이 이루어 졌거든.
친구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나도 이미 그 사연을 알고 있었다. 그제야 대학입학 통지를 놓고 온 가정이 눈물바다가 된 사연이 가슴이 넘치도록 안겨 들었다.

1998년 열 세 살의 소녀애가 거간꾼을 따라 검푸른 강물에 들어섰다. 아빠 엄마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소녀의 탈북, 하나 부모를 만나서도 쫓기고 또 쫓기는 고달픈 생활이 계속되었다. 공부 같은 것은 너무도 큰 사치. 우선은 먹고살기, 잡히지 말아야 하는 위기의 삶이었다. 숨 막히도록 힘든 숨어있기 생활이었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소녀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도 공부하고 싶어 하는 딸의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없는 아빠기에 어느 날 불러 앉혀놓고 모진 매를 안긴다.
누구 염장 지르느냐고? 지금은 한 푼이라도 나가 돈이나 벌라고,,,
소녀는 그러는 아빠의 심정을 알았다.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아빠에게는 보이지 않고 열다섯 살이 어린 나이로 일본인이 경영하는 옷 공장 여공으로 취직했다. 하루 16시간의 지루하고 고된 일 속에서도 소녀는 언제 한번 손에서 책을 놓은 적이 없었다. 끈질긴 학구열이었다. 중어를 외우고 한자를 익히고 옷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었다.

하루 잠을 자는 시간은 겨우 4-5시간, 그리해서 어찌 몸을 건사 하냐고 걱정 어린 아빠의 지청구에도 아빠 이건 정말 하고 싶은 거여서 나도 어쩔 수 없어요, 하고 말했다.

그때 친구는 딸을 붙안고 울었다. 한없이 끝없이 울었다. 못난 애비가 된 것이 저주스러워 울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새로운 결심을 굳힌 친구는 봇짐을 싸들고 연변을 벗어나 대륙의 안쪽인 하얼빈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다행히 한국행 브로커를 만나 북경 한국영사관에 진입했다.

그러나 소녀는 불행히도 엄마와 함께 경찰에 체포됐다. 북송되어 감옥에 가게 된 소녀는 ‘반역자’라는 오명 하에 심한 구타와 굶주림 속에서 결국 어머니를 잃는다. 차례진 통강냉이 밥 한줌도 드시지 않고 딸에게 먹여주며 너는 꼭 살아야 한다고, 온 가족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는 없다고 하던 엄마의 그 모습을 가슴 깊은 곳에 묻고 3년에 걸치는 감옥 생활을 기어이 이겨낸 소녀,

형기를 마치고 고향인 함북무산에 갔을 때 소녀는 어머니의 묘 앞에서 울며 맹세를 다졌다. 기어이 엄마가 바랐던 그런 큰 사람이 되겠다고,
그 후 목숨 건 재 탈북, 소녀는 드디어 두만강을 건넜고 아빠의 도움으로 한국행에 성공했다.
이미 22세의 나이에 이르렀으나 소녀는 이를 악물고 고시공부에 도전했다. 2년에 걸치는 피타는 노력 끝에 바로 오늘의 연세대 합격을 이뤄냈다.
소녀는 말한다. 아니 이제는 성장한 당당한 처녀였다.
“공부를 내 생명으로 생각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생각을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할 수 있다는 신심 뿐 다른 것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앞으로도 전 그렇게 노력할 겁니다. 큰 사람이 되어 꼭 고향의 엄마를 떳떳이 찾아 뵐 것입니다.”

나는 뿌듯한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 집을 나섰다.
내방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작년 새터민 연세대 입학 실태부터 살펴보았다.
50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도전했으나 합격명단에 오른 것은 겨우 1명, 올해에도 36명이 도전했다. 합격자는 얼마일까? 나는 열심히 찾으며 또다시 혜민이를 생각했다.

두 사회를 경험하며 눈물 속에 인생의 귀중함을 알게 된 처녀, 그녀는 사회 앞에 선 인간의 의무를 깊이 자각했다. 목숨 걸고 걸어 온 고난의 뒤안길을 돌아보며 혜민이는 이제 주어진 인생길 한토막이라도 낭비할 수 없었다. 시간을 쪼개 육신을 도전에 아낌없이 내던지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 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혜민이의 앞길은 찬란하다. 순간순간을 태워 그 자양분으로 행복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젊은 처녀,

통일된 후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젊은이들의 멋진 모습이 그녀의 고운 얼굴에 오버랩 되고 있었다. 아니 그 모습들이 수십 년 분단의 아픔을 영원히 종식시키는 알찬 원동력은 아닐까?! 가슴 뿌듯해진다.
머지않아 삼천리강토에 울려 퍼질 통일만세의 환호성이 내 귀에는 분명 들려오고 있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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