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광장

자유게시판

상세
17세 소녀의 탈북이야기(4)
Korea, Republic o 장현석 4 822 2010-02-27 12:03:12
-가족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정말 컸었다.

2010년 02월 20일 (토) 02:13:57 뉴스코리아 qor829@naver.com


두만강은 들어오던 것과는 달리 꽤 넓고 물살도 거세 보였다.
지체할 틈 없이 새 아빠는 식구들에게 바지를 벗고 강을 건널 준비를 서두르라고 하셨다.
가족은 바지를 벗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

13살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키가 작았던 꼬맹이 동생은 새 아빠가 업고 건너기로 했다.
물살이 너무 거세서 당장이라도 떠내려 갈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손을 꽉 잡고 누구 한명 휘청하면, 힘을 다 합쳐 끌어 당겨주었다.

어떠한 경우에 있더라도, 그 어떤 것보다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았다.
배고픔보다, 억눌림보다, 가난보다, 가족을 잃는 것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새 아빠 등에 업힌 사랑하는 우리 동생도, 동생을 업고 묵묵히 목숨을 거신 새 아빠도, 그 누구보다 마음을 조이고 탈북의 길을 걷는 사랑하는 엄마도, 그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았다.
가족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정말 컸었다.

새벽 1시에 출발했는데 4시간이 지난 새벽녘에야 중국 쪽 두만강 변에 도착했다.
그때에야 우리는 서로 쳐다볼 수 있었다.
얼마나 추웠는지 얼굴은 백지처럼 하얗고 입술은 파랗게 얼어 있었다.
여전히 건너 편 탐지기에서는 하얀 불빛이 쏟아져 나왔고, 오토바이 소리도 여전했다.
한명도 다치지 않고, 강을 건넜다는 안도감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뒤늦게 느낀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들어왔다.

두만강을 무사히 건넜지만, 모든 것이 다 끝난 게 아니다.
이미 중국 땅에 발을 들여놨지만, 날 밝기 전에 국경연선을 벗어나는 것과 변방부대(국경을 지키는 중국 측 군인)의 눈을 피하는 것 또한 옥수수 밭을 통과하던 만큼이나 아슬아슬 일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날이 다 밝기 전에 국경연선을 벗어나야만 했다.

물에 다 젖은 바지를 허겁지겁 입는데 얼마나 차갑던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새벽의 푸르스름한 거울에 애써 눈물을 삼키는 아빠 엄마의 얼굴이 비쳤다.
두려움과 지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엄마 아빠는 여전히 안쓰러운 안색이 영력하다. 이대로 얼마나 더 걸어야 할까?

꿈이라면 제발 깨고 싶었다. 꿈이었다면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악몽 이였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어른들이 뒤를 열심히 따라 걸었다.

아직은 길이 아닌 잡초 밭을 걸어야 했다.
날카로운 풀줄기들이 앞으로 나갈 때 마다 발목을 거칠게 긁었다.
북한에서 떠날 때 신은 운동화는 바닥이 하도 얇아서 맨발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다.
뾰족한 돌을 밟을 때에도, 보이지 않아서 돌부리를 찼을 때에도 사실 너무 아팠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한 번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계속 걸었다.
온 몸이 다 젖고 뼈가 저리도록 얼어드는데 볼에 흐르는 눈물은 뜨거웠다.
왜 떠돌아 다녀야만 하는지, 왜 숨어서 걸어야만 하는지, 왜 고향을 떠나야만 했는지,
왜 코끝이 아린 매콤한 추위를 몇 시간째 참아내야만 하는지 가슴이 답답했다.

들을 지나 도시로 접근하기 위해 그 사이에 있는 산을 타기로 했다.
우리는 산속에 도착하여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 했다.
한참 고생 끝에 산기슭에 도착했고, 조금 들어가니 깊고 한적한 숲을 찾을 수 있었다.
가족은 큰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잘 위장한 뒤, 하우스용 비닐보자기를 꺼내 다 같이 쓰고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비닐보자기 밖으로 비집고 나온 발들은 다 얼었고, 새벽서리가 하얗게 봉지를 덮었지만, 그 속에서 오랜만에 평화로움을 느꼈다.





관련기사
· 17세 소녀의 탈북 이야기(1) · 17세 소녀의 탈북 이야기(2)
· 17세 소녀의 탈북이야기(3)




뉴스코리아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코리아(http://www.newskorea.info)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좋아하는 회원 : 4
행복 블루베리 수전노 에리카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아하니 2010-02-27 15:34:03
    황석영 선생 바리데기, 정도산의 찔레꿏... 참 부끄럽군요
    이런것이 탈북 수기 입니다
    남한의 작가들은 이상한 상상으로 이상한 탈북자들 만들어 놓지 말고 이런 탈북수기들을 읽고 부끄러워 할줄 알아야 할것입니다.
    소녀가 탈북인들의 심정을 너무 잘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소녀에게 한마디
    너는 어린나이에 해서는 안될 참혹한 체험을 했지만 그래도 행운아 이다.
    어머니 아빠를 잘 만났을가 ? 하늘이 도왔을가요?
    아직 오지 못하고 감옥에서 고생하는 가족단체가 너무 많습니다
    식구들이 다 잡혀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새아빠(조선족인지 모르나) 에게도 참 감사를 드립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애국심 2010-05-25 14:22:19
    새터민쉼터에 전부 기재되고 있습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단풍나무 2010-02-27 17:27:31
    집에 돌아오니 아무도 없고 미친듯 아들,딸을 찾아 헤메일 친아빠가 너무 가엾다.그나마 자식들 땜에 살아있는 듯한데,소녀의 가슴에 친아빠에 대한 아픔이 평생 남을 것같다. 지금은 소식이라도 듣고 있는지,,,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아제발 2010-02-27 22:57:28
    이거쓰신분? 제발좀 끝까지좀 써주삼 아 기다리는거 정말 안습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표현자유 2010-02-28 00:23:03
    아......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지 모르겠네요....별로 길지도 않은 글을 이렇게 가슴 떨며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제발 좀 끝까지 써주시기를 간절히 애원합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아아 2010-02-28 06:53:54
    북에 홀로 남겨진 아빠의 인생이 불쌍하다. 체제 내에서 다른 세상조차 볼 수 없었던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잃고 굶주림 속에서 죽어갔겠지. 비통함. 쓰라림. 죽음의 그림자가 그에게만 비추고 있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아내 자식을 지킬 마음이 있었건만 중국이란 세상을 몰랐다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것. 애정과 정마저 빼앗기고 동토의 땅에 처참하게 놓여진 자. 그들이 바로 북한의 평백성의 아버지들이구나~~~~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아버지가 2010-02-28 06:57:25
    불쌍하군요. 가족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겠지요. 현재의 행복에 젖어.....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아버지는 2010-02-28 13:19:04
    큰일에 판단을 내릴줄 알아야 합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이건 2010-02-28 13:25:17
    판단도 아니고.... 인정사정 없네~

    그렇게 생각하나 보지요. 북한에선?

    저런 상황에선 어느 누구도 판단 못 내림. 다 저런 식으로 남자는 버리고 왔나보네요. 모조리~ 하긴 새 남자가 생겼으니깐...

    다행인건 새 남편이 다행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는 것....

    그래도 아버지 인생이 정말 비극이구나~~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북한아바이 2010-02-28 13:36:29
    새 남편이 새부인의 자식들을 목숨걸고 데려 가는것을 보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것이 작용하는것 같군요.

    북한 아버지가 엄마에게 잘 해주었다면... 술 독에 빠지지 않았다면
    북한의 사상 속에서 살아온 아버지가 새로운것을 본 어머니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이고 .. 어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다..
    술먹는 사람은 안된다는 것을..ㅎ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보면 2010-02-28 13:41:30
    북괴에선 여자들이 더 깨여있는 것 같다. 옷차림만 봐도... 하긴 남자들은 직장에 가두고 여자들은 좀더 자유로우니 그럴 수도 있겠지. 여자들은 돕는 자가 나타난다. 세계 어디서든. 치마가 보물단지니... 하지만 남자들은??? 북괴 남자들도 비참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뿐... 어서 개정일에게 저항하지 않는한 그런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북한남자 2010-02-28 13:53:53
    북한남자들이 자존심이 셈니다. 센정도가 자존심 하난로 목숨도 버릴수 있을 정도지요.. 자존심 하나로 사니..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그렇군요 2010-02-28 13:56:23
    그 자존심을 자신을 위해, 주체적인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개정일에게 바치는 것이 문제로군요. 주체적 결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개정일에게 바치는 자존심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북한남자 2010-02-28 14:04:06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요. 모두 그렇다고는 볼수 없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로 가지요. 그것도 10년이상.. 그러니 발목잡혀 있는 경우도 많고.. 중국에 넘어와도 돈벌 궁리를 합니다. 한국에 올생각은 나중일 입니다. 중국에서 나쁜짓(?)하다 총살 당하는 탈북 남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저정도 2010-02-28 14:00:11
    북괴 상황이라면 새남편도, 남한의 모든 남편들도 거의 다 술독에 빠짐. 친아빠만 불쌍한 것임. 체제 자체가 보장해 주지 않는데 아무리 노력한다고 무슨 수가 생기나????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평양소주 2010-02-28 14:07:28
    그래도 술은 있나 보네요/// 술이라도 충분히 공급해 주니 다행??
    지금 마약이 큰 문제라고 하던데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대동강맥 2010-02-28 14:11:32
    주.

    얻어먹었겠지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평양소주 2010-02-28 14:13:25
    얻어먹을 술이라도 있으니 다행입니다.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 블루베리 2010-03-01 00:41:25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17세 소녀의 탈북이야기(3)
다음글
노원구 중량구 성북구 동대문구 집세주실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