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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와 민족의 내일을 설계하는 광복절을
조선닷컴독자 6 327 2005-08-21 01:10:01
이 사설은 조선일보-조선닷컴 http://www.chosun.com 에 (8월15일)있는 것임


[사설] 국가와 민족의 내일을 설계하는 광복절을

입력 : 2005.08.15 22:31 38'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제6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 정치 과정에서 생긴 분열의 구조,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로부터 생길지도 모르는 분열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와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 時效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또 “과거사정리기본법을 통해 역사적인 정리를 할 수 있게 돼 참으로 잘된 일”이라면서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명예 회복을 위해 再審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융통성 있게 법을 고치자고 했다.

노 대통령 자신도 경축사에서 밝혔듯이, 군사독재자 출신이나 민주화 지도자 출신이나 과거 모든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희망과 계획을 말하고 다짐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작년의 광복절 경축사를 국회 내 과거사진상규명 특위 설치 문제 등 과거사 얘기로 채운 데 이어 올해 다시 우리 민족이 外族외족의 지배에서 벗어나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의 의미를 과거사 논의로만 새기고 있다.


노 대통령은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제 와서 반민족 친일파를 처벌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박탈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런 대통령의 이 말은 올해 경축사에선 “국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이 통과되면 친일 행위자들이 치부한 재산을 후손들이 누리는 부조리도 해소될 것”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또 “국가기관의 과거사에 대한 진실을 밝힌 뒤 용서하고 화해할 때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던 대통령의 작년 말은 올해엔 “시효를 없애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처벌하자”는 주장으로 내용이 달라졌다.


대통령 새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통령의 생각이 한 해 만에 이렇게 바뀌어서야 내년 8·15 경축사에선 또 무슨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지, 그리고 그땐 또 대통령의 달라진 생각에 맞춰 이 나라 전체가 또 무슨 판을 벌여야 할지도 내다보기 힘들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行爲時행위시의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訴追소추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이처럼 刑罰不遡及형벌불소급의 원칙을 정한 이유는 모든 사람은 그때의 법률에 자신의 행동을 맞춰 살아가는 것인데 그때 있지도 않은 법을 훗날 새로 만들어 과거의 일을 처벌하려 할 경우 행동의 基準기준이 사라져버리는 법적 무정부상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모든 범죄에 대해서 그것을 처벌할 수 있는 時限시한을 일정 기간 안으로 限定한정한 公訴時效공소시효 역시 같은 정신에서 출발한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주장은 모든 민주국가 헌법의 기본 토대인 형벌불소급의 원칙 등 법의 기본 정신을 허무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의 再審재심을 쉽게 할 수 있게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제안 역시 법의 안정성을 뒤흔들어 법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주장이긴 마찬가지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이 지금 가려는 과거사 정리의 길이 과연 이 나라의 장래와 미래를 위해 옳은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통령은 지금 우리 모두에게 다 같이 과거의 시간 속으로 뛰어들어가 그 과거사 속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가려보자고 한다. 그러나 역사란 대통령이 생각하듯 黑白畵面흑백화면이나 黑白論理흑백논리처럼 가해자와 피해자로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가해자와 피해자의 舞臺무대’로만 바라보는 것은 역사를 ‘지배와 피지배’ ‘착취계급과 被피착취계급’ ‘無産者무산자와 有産者유산자’ 간의 대결과 투쟁의 역사로 보는 것만큼 單線的단선적이고 非비현실적이다. 우리가 이런 단선적 역사인식 위에 토대했던 이데올로기와 체제가 전면 붕괴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 불과 15년 전이다.


우리가 오늘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은 민족과 국가의 오늘이고 민족과 국가의 내일이다. 그리고 과거는 우리가 그 과거로 되돌아가서 새 기둥을 받친다고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오늘을 바로 세우고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이 터잡고 살 미래의 길을 바로 뚫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과거의 고난 속에 깃든 참다운 역사의 의미와 명령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의 모든 문명 국가들은 독립기념일 등 국가적 명절을 기념하면서 당당한 오늘을 살기 위한 정부와 국민의 사명을 재다짐하고 세계를 先導선도할 내일의 국가적 국민적 운명을 일깨우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우리 민족이 새 하늘 새 천지를 되찾은 光復광복의 날의 의미를 국가와 민족의 내일을 설계하는 쪽으로 새기지 못하고 온통 과거로만 도배질하면서 보내야 하는 것인지 착잡한 느낌을 떨치기 힘든 광복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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