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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있었던 일
남신우 20 519 2004-12-20 08:55:19
뉴욕에서 있었던 일


미국에는 외교위원회, Council on Foreign Affairs란 단체가 있다. 잘은 모르지만 미국의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막강한 단체라 한다. 지난 12월 13일, 외교위원회의 뉴욕 지부에서는 탈북자 다큐멘터리 영화, “서울 기차”를 상영하고, 오찬에 이어서 “서울 기차”를 제작한 짐 버터위스, 리사 슬리스 씨와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현재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회장인 도널드 그레그 前 주한 미대사의 북한문제에 관한 토론이 있었다.

필자는 그동안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의 친북 친김대중 행적을 주시해왔기 때문에 그 전날 일련의 질문을 준비하여 외교위원회에 이-메일로 보냈다. 질문이 너무 많기 때문에, CFR주최 측에서 그레그 대사에게 미리 그 질문을 준 다음, 토론 끝 질문응답 시간에 대답을 해주든지, 아니면 나중에라도 서면으로 대답을 해줬으면 고맙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이었다. CFR은 내 질문들을 그레그 대사에게 전했다.

지난 번 서울에서 열린 [북한 홀로코스트 전시회] 때에도 사흘간 매일 두 세번씩 상영한 “서울 기차”는 뉴욕에서도 기대했던 것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토론에 들어갔는데, 토론 내용이란 대충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미국회의 북한인권 참피언이자 “서울 기차” 인터뷰 主役 중의 한 사람인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북한을 돕는 것도 좋고 협상하는 것도 좋지만, 김정일이 인권을 유린하고 사람들 굶겨죽이는 것은 따져야 하고 고쳐야 하고, 이제까지로 한 행적을 보면 김정일은 가망없는 폭군 독재자이니 정권교체나 정권붕괴를 환영해야지, 남한정권처럼 무조건 화해, 협상, 지원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도널드 그레그는 지난 7년간 김대중-노무현을 따라서 앵무새같이 되푸리해오던 햇볕詐欺 지론을 다시 꺼냈다. 부시 정권의 대북 강경정책만이 장땡이 아니라, 한반도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김정일과 협상해야 하고, 그동안 북한에는 눈에 띄울 정도로 개혁 개방이 일어나고 있으며, 김정일을 만나본 외국 지도자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김정일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상대할만한 상식있는 지도자로 본다는 것이다. 김정일에게 계속 퍼주자는 어거지 지론이다.

울화통이 터져서, 토론이 끝나며 질문시간이 시작되자 마자, 다짜고짜로 대들었다. 본인은 일개 소시민 인권운동가이다. 나는 브라운백 상원의원이나 “서울 기차”의 제작팀들과는 그동안 대화를 많이 나눴기 때문에 그 분들의 생각은 이미 알고있다. 본인은 그래서 그레그 대사에게만 질문이 있고, 너무 질문이 많아서 어제 이-메일로 보냈는데, 거기에 대해서 그레그 대사의 답변을 들었으면 고맙겠다.

다음에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하고 싶은 질문은, 토론시간에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서는 많이 토론들 하셨으니까, 나는 남한에 대해서 질문 좀 하겠다. 지금 본인이 알기로는 남한의 노무현 정권은 김정일을 포용하고 협상하는 정도를 넘어서, 이제는 완전히 내놓고 반미친북 정책으로 김정일과 공조하고 있으며, 남한의 모든 실세는 완전히 “주사파”란 반미친북, 친김정일 세력에게 넘어갔다. 내가 보기에는 한미동맹은 이미 물건너 간지 오래이다. 여러분들은 이러한 남한의 친북정책에 대해서 미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도널드 그레그가 일개 소시민 남아무개에게 대답할 리가 없었다. 질문응답 시간이 끝난 다음에 그레그를 찾으니까, 그는 나에게, 그 따위 내용의 서면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해버렸다. 아무튼 하고싶은 질문을 그레그의 코앞에 갖다 드리댄 것만으로도 조금은 속이 풀린다. 내가 그레그에게 던진 질문은 너무 많고 길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김대중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바로 전에 김정일에게 비밀리에 5억 내지 10억불을 갖다 바쳤다고 나중에 드러났고, 김대중 자신도 그 사실을 인정했는데, 만일에 미국에서 미국 대통령이 이런 짓을 했다면 미국민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2) 핵문제로 사단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미국 남한 일본에서 북한에 돈, 기름, 식량을 엄청 보내줬다. 그런데 김정일은 이 원조식량을 굶어죽는 백성들에게는 안 주고, 군대나 자신에게 충성하는 엘리트들에게만 나눠줬고, 받은 돈으로는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 무조건 북한에 지원물자와 돈을 보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3) 지난 주 남한에서는, 현 국회의원 이철수란 자가 예전에 북한노동당에 가입해서 김일성에게 충성서약까지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노정권은 지금 남한의 국보법을 폐지하고 반대하는 신문들을 억압하려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당신은 남한 노정권의 이런 정책에 찬성하는가?
4) 본인은 당신이 2003년 11월 코리아 소사이터티 계간지에 쓴 글을 읽었다. 그 글에서 당신은, 황장엽 씨가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인권문제라고 주장한데 대하여, “터무니 없을 정도로 부정확한 표현, wildly inaccurate”이라고 매도했는데, 당신은 무슨 근거로 황장엽 씨의 주장을 그렇게 매도했는가? 당신은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북한에 인권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가?
5) 당신은 그 글에서, 러시아의 푸틴이 김정일을 가리켜, “철저히 현대적인 인물, absolutely modern person”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을 인용했는데, 당신도 김정일을 "철저히 현대적인 인물"이라고 믿는가?
6) 당신은 당신의 국가, 부시 정권이 북경 6자회담에서 너무 강경하기 때문에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는데, 회담에 나오지 않겠다는 쪽이 김정일인가? 아니면, 부시인가? 당신은 김정일이 회담에 나오기도 전에 체재보장과 경제원조를 약속하라고 내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7) 최근 일본에서는, 북한에 납치되었다가 병사했다는 요코타 메구미 양의 유골을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았는데, 그 유골이 메구미 것이 아니라 딴 사람 것이란 소식을 들었는가?
8) 최근 북한외교관이 불가리아에서 터키로 7백만불 어치 마약을 밀반출하려다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는가?
9) 최근 소식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대량살상무기로 쓰일 독가스를 살아있는 정치범들에게 실험했다는데, 당신은 그 소식을 들었는가?


질문 시간에 어느 연세드신 여자분이 브라운백 의원에게 물었다. 영화를 보고나니, 북한 문제가 정말 심각하긴 한데,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때문에 바쁘고 경제 때문에 바쁘고, 핵문제 때문에 바쁜 이 와중에, 북한의 인권이나 탈북자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있겠는가?

샘 브라운백 의원의 답변이 시원했다. 저는 얼마 전에 백악관에 들어가서 부시 대통령, 콘디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와 바로 이 문제에 관해서 의논을 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인권법안”이 통과된 지금, 앞으로도 계속 북한의 인권문제를 더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이 얼마나 통쾌한 답변인가!

노무현이 김정일 몰아세우지 말라고 아무리 짖어대도, 부시 대통령은 움쩍 않는다. 그레그가 아무리 김정일에게 양보하라고 해도, 부시는 움쩍 않는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지만, 만일에 김정일이 내일 아침 갑자기 헤까닥해서, 핵무기도 철저한 검증 하에 몽땅 폐기하고, 미국 남한 일본에서 갖다주는 식량 의약품 기름들도 철저한 검증 하에 북한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겠다면, 부시는 김정일을 살려주고 산떼미같은 원조물자로 더 도와줄 지 모른다. 그러나 김정일과 노무현이 한 통속이 되어서, 북쪽에 있는 악마는 자위수단으로 계속 핵무기 만들겠다고 공갈치고, 또 남쪽에 있는 역적은 그런 국제깡패를 지지하고 옹호하면서, 부시에게 건드리지 말라고 짖어대다간, 언젠가는 두 국제깡패들이 한꺼번에 크게 당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 두 깡패들이 당하는 것은 아무 상관 없지만, 왜 죄없는 북한 사람들, 남한 국민들, 7천만 한민족이 이 삼인조 조폭깡패들,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 때문에 당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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