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아내와의 3년-일곱 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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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지방출장이 있어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새벽에 서울에 도착했는데 고속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몰려드는 엄청난 추위와 바람에 숨쉬기조차 힘들더군요.
95년인가 훈춘에 출장가서 벌판의 칼바람을 맞으며 걷던 기억이 났습니다.
바람과 추위는 정신을 못 차리게 혹독했지만 밤하늘만큼은 별들이 초롱초롱했던 생각에 문득 하늘을 보았습니다.
서울의 하늘에서는 별을 볼 수 없었습니다.
아내는 자주 한 겨울 눈 덮인 산자락위로 시리도록 푸르고 높은 하늘과 온 몸이 얼어붙도록 춥지만 코끝이 “쨍” 한 고향 회령의 상쾌한 겨울느낌을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청정고향의 겨울과 오염된 서울의 겨울이 많이 차이가 나겠지요.
며칠 전에 "구글어스"로 아내와 눈 덮이고 강이 얼어붙은 함경북도 회령을 다녀왔습니다.
강 옆의 둘째 언니 댁에도 가보고, 강 건너 길옆 나무들이 늘어선 신작로를 따라 아내가 다니던 학교도 가보고 지금은 큰 언니께서 사시는 어릴 때 살던 집 문 앞에까지 가보았지요.
강 옆의 커다란 운동장도가 보았습니다.
아내가 기차를 타고 다니던 기찻길을 따라 가보기도 했지요.
어릴 때 뛰어 놀 던 곳과 성장하면서 다니던 이곳 저곳을 설명하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탄성과 한숨 그리고 힘이 더해갔습니다.
고향의 곳곳을 다녀보면서 더 힘차게 기운을 내고 적극적으로 살아야 할 이유를 다짐하고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친김에 두만강 건너 몸을 숨겼던 중국의 연변지역도 둘러보았습니다.
고난과 고통의 순간들이 다시 떠올려지며 깊은 아픔이 되살아나 힘들어 하였습니다.
하지만 곧 결연한 표정으로 씩씩한 웃음을 웃었습니다.
삶과 죽음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던 힘든 시절이 구조적으로 복잡한 남한에서 강건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단련해 주었다며 단단하고 건강한 의지를 조용히 내 보였습니다.
오늘은 성탄절 입니다.
글은 성탄절 전야에 시작했는데 마침은 성탄절에 하는군요.
사선을 수없이 넘어 인고의 길과 세월을 묵묵히 걸어 먼 길을 오신 모든 분들께 풍성한 축복과 행복이 차고 넘쳐 그득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0년 12월 25일
성탄절 새벽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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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으로 고향도 다녀올수 있고...
늦은 시간 글을 마치고 성탄절이라고 몇시간 안남은 아내의 잠을 방해하고 거룩한
새벽을 축하하신건 아니겠지요? ^^^ ㅋㅋㅋ
농담이구요.
메리크리스마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동무의 아내는 참 좋겠습니다
다감한 나그네를 만나서 얼마나 행복할가요?
남한에 모자자가 한분 더 계시면 내게 주시우
잘 감춰두고 받들어 모실테니까.~~~ ㅋㅋㅋㅋ
싼타 메리클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