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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대국? 니네 나라?
Korea, Republic o 비둘기야 0 531 2011-01-08 02:30:35
새해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보신각 타종소리가 아직도 귀가에 쟁쟁한듯 한데,
소한추위라고 추위에 대비하라는 멘트를 날리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점 점 옅어지는 새해의 감격을 애써 되찾아보고 싶다.

그럴려면 2010년의 마지막 기억으로 거슬러올라가 보아야 할듯 싶다.


나는 여기 와서 운좋게 고향 친구를 넷이나 만났다.
우리가 고향을 등질 때 한국에서 만나자고 작당한 것도 아니요, 약속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찌어찌 알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속에 어렵사리 인연들이 닿게 되었다.

그래서...정착하느라 너 나없이 바쁜 와중이지만...한 해에 두어번 정도는
얼굴이라도 보고 지내자고 암묵적이나마 합의를 보았다.
그래야 경조사 가끔 내지는 이렇게 송년회 핑계로 보는거다.

그렇게 보름전부터 날자와 장소를 고른다며 야단법석이더니
겨우겨우 크리스마스로 잡아놓았다.
아기예수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지만 겸사 우리들의 송년회도 함께 즐겁게 보내며는
아마 예수님도 기뻐하시지 않을까 싶다.
회사에 다니는 한 친구가 그날이 휴일이다보니 나머지는 반강제적으로 맞춰야 했다.
그 친구가 사는 곳이 경기도 화성이니 모이기로 한 인천까지는 한참 걸려야 하는 거리다.
그래서 우리는 맘 넓게 양보했다. 우리도 사실 그렇게 한가하지는 않지만...
화성에서 수원까지, 수원에서 구로까지, 구로에서 부천까지
또 부천에서 인천 소래포구까지 뻐스와 지하철을 번갈아타면서 친구들 얼굴 보겠다고
 근 세시간 가까이 허덕허덕 찾아오는 정성이 갸륵해서...

제일 늦게 도착한 그 친구의 양볼은 북청사과가 울고 갈 정도로 빠알갛게 얼어있었다.
악수나 포옹대신 우리는 돌아가며 얼굴을 잘 비벼주었다.

이윽고 우리 넷은 웃고 떠들며 정답게 소래포구로 갔다.
물좋은 우럭 5마리를 골라서 회를 떠놓으니 큰 접시로 푸짐하다.
이 좋은 안주에 술이 없으면 안된다며 한병 가지고 온다.
마실 사람 없다면서 사양하는데 명색이 송년회인데...
소주가 없으면 안된다며...한잔씩 받아라고 친구 하나가 윽박지른다.

저런...고향의 친구 부모님이  보셨다며는
기함하시고 당장에 머리채를 잡아 패대기쳤음직한 광경이다.

"어딜, 에미나이들이 술을 퍼마신단 말이야!"

하지만 슬프게도 우릴 보고 그렇게 야단치실 부모님은 우리들 곁에 안계신다.

그런 생각도 잠시
우리는 소주 한잔씩을 받아서 조금씩 들이키며 서로의 그동안
살아온 일들을 돌아가며 털어놓는다.

A는 요새 폴리텍대학에 다니며 낮에는 인쇄기술을 배우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단다.
김밥집에서 알바를 하는데 하루는 전 교대타임의 아줌마가 부르더란다.
주섬주섬 준비하면서 가보니까 웬 나물을 꺼내놓고 이거 뭔지 맞춰보라고 하더란다.
보니 말린 고사리같기도 하고 해서 이거 고사리 아니냐고 물었단다.

그런데 이 아줌마가 능글거리며 한다는 소리가 "이거 니네 나라꺼야, 북한고사리야"라고 했단다.
순간 이친구 꼭지가 홱 돌았나보다.

"니네 나라라니? 내 나라가 어딘데요?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데요?"
이 친구가 눈에 불을 키니까, 순간 아줌마는 말실수를 한것이 뻘쭘해졌나보다.
"응 나는 중국산인줄 뭐 어쩌고, 저쩌고,웅얼 웅얼..."
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젠 더이상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지 오래다.

말하는 A의 눈에 눈물이 글썽하다. 아니 벌써 취기가 오르나보다.
"얘들아, 우리 나라가 어디니?"
우리는 다들 잠잠해있다. 내 나라가 한국 아닌가?
그런데 그건 우리들만의 착각인가보다.
이 얘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소주병에 손이 간다.
못마시는 소주지만 또 들이킨다.


다음 B가 또 그동안의 사정들을 털어놓는다.
재작년에 어렵게 북한에 연락을 보내 형제들을 찾았단다.
어머니는 행방불명되신지 십년째 되어가고 아빠는 삼년전에 돌아가셨단다.
그나마 오빠와 동생은 군대에 있다보니 목숨은 부지하고 있었나보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형제들을 찾았는데 그 다음부터 줄줄이 돈을 보내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친단다.

집을 사야 된다느니, 결혼을 한다느니, 화폐교환을 해서 장사밑천 다 날려먹었다니,
핑계도 가지가지, 이 친구 전부 계산을 해보니까 천4백만원을 보내주었단다.

그래서 견디다 못해 마지막 카드를 꺼내어 들었다고,
내가 브로커 선을 놔줄테니까 니네 둘이 제발 여기로 와서 노가다를 하던
중국집 배달을 하던 먹고 살라고 그랬단다.

그랬더니 B의 오빠가 그러더라나?
"내가 왜 남조선에 가겟니? 우리나라도 이삼 년만 참으면 강성대국이 되는데..."

뭐라고? 강성대국이라고?
우린 듣다가 다들 기가 막혀서 까무라칠뻔 했다.
하이고...강성대국이 된단다. 강성대국....참...

친구는 어느새 잘 못 마신다던 소주 한병을 다 비운채 "여기 한병이요!" 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우리는 그날 결국 쓴 소주를 세병씩이나 비워버리고 비틀거렸다.
아니 각자의 사연들을 듣다보니 소주를 마실수밖에 없었다고 보아야 하겠다.
술권하는 사연들이였다고 보는 것이 옳은것 인지도...

그리고 노래방엘 갔다. 1차에서 끝낼수 있나 하면서...
그러고 보니 우리 이제는 제법 적응을 잘 해가나보다.
그런데도 여전히 <니네 나라>사람이니...슬프기만 하다.


여기선 신곡을 모른다고, 트로트만 부른다고 흉을 보는 사람도, 핀잔주는 사람도 없다.
조용필의 "허공", 안재욱의 "친구", 당근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서울 평양 반나절"이다.
노찾사의 "광야에서", 허영란의 "날개", 강산에의 "라구요" 등등
마지막으로 다 함께 김광석의 "일어나"를 불렀다.

...
일어나 일어나 다시한번 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


머릿속에 빙글빙글 두 마디가 엉켜서 돌아간다.
강성대국? 니네나라? 강성대국? 니네나라? 착잡하다.

목이 타는듯 해서 냉수 한병을 단숨에 반나마 마셔버렸다.
답을 찾는 다는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올 해는 부디 쓴 소주를 권하지 않는 사연들을 가지고 모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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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우산 ip1 2011-01-09 00:25:43
    일단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고향친구 만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아줌마.

    죄없는 서방 도로 홀애비로 만들어 놓고,서울에 공부하러 갔으면 통돌이 돌보면서 열라리 공부하는 사연을 올릴 생각을 해라. ㅡ,.ㅡ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서 이 글만 읽으면,영락없이 몰려다니면서 술이나 마시는 생각없는 아줌마라 생각하긋다.

    사람에게 일단 주입됀 편견을 하루 아침에 바뀌어지지 않고,탈북동포와 내가 태어난곳의 가련한 중생들 사이에도 편견이라는 현실의 벽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껴.

    오늘 나도 이곳 부산에서 열심히 사는 탈북동포 한분을 만났어.

    그분말씀중에 지금도 맴도는 말이 "같이 일하고 있는 고향동생에게 탈북동포들 모이는 곳에 가지말라"고 충고 했단다."고향사람 만나서 회포를 푸는것 까지는 좋은데,결국 이런 모임은 신세한탄이나,남쪽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편견때문에 마음아팠던 사례,아니면 이곳 남쪽에서 편하게? 돈버는 방법 등에 대해서 이러쿵 저렇쿵 이야기하는 것으로 됀다"시면서 "한국에 왔으면 좋던,싫던 남쪽사람들이랑 부딧쳐서 해쳐나갈 생각을 해야하는데...자꾸모여서 남쪽사람들 뒷다마만 깐다고 무슨 인생에 도움이 돼냐?"시더군...

    한편으로,남쪽에서 태어난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가 요모냥 요꼴인 것에대해,아줌마와 같은 탈북동포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아줌마가 그 김밥집 아줌마와 같이 대한민국을 '너네나라'가 아니라...나와같이 '우리나라'라고 생각한다면...고향친구랑 모여서 한탄만 한다고 그게 해결이 됀다고 생각하나?

    비겁하게 숨어서 남탓하지말고,당당하게 고향친구에게 통돌이에게 아줌마가 그리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선물할 궁리를 해라.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아줌마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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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럽코리아 ip2 2011-01-09 03:24:15
    너무 서글퍼 마세요!!! 세상은 어딜가나 사람들과 부딪쳐살아야 하기때문에 때론 상처도 받고 슬프기도 하지만요,,나와는 너무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잖아요. 어떤사람은 탈북자에게 이질감을 느끼기도하도 어떤사람은 싫어할수도 있구요 저처럼 같은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거에요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건 다르지만 부정할수없는 사실은 탈북하셔서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사시는 분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거에요..어렸을때부터 북한사투리?를 듣고 자라서인지..저는 비슷한 사투리쓰시는분들 가끔 길가다가도 뵙곤하는데 전혀 낯설지가 않더라구요 글구 "잘 살았음 좋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힘내시고 열심히 노력해서 남부럽지않게 사시길 바랍니다. 모든사람들이 그렇게 살려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앞만보고 달려가고 있잖아요...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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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요 ip3 2011-01-09 11:37:12
    글 잘보았습니다...
    재미있게 글 잘보았네요...
    근데 강성대국이라는 말에 아직도 북한주민들은 그렇게 믿고 산다고 생각을하니..
    참 머라고 얘기를 해야할지...
    자꾸 통일은 어렵다고 생각만 되어지네요...
    그한사람만의 생각이 아니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런생각을 가지고 살고있을거라 생각을하니 참 어떻게 통일을해야할지도 문제지만 통일이 되도 한참동안 혼란이 올거란 생각이 드네요...
    정말로 그렇게 믿는 주민들이 많다면 말이죠....
    겉으로만 그렇게 얘기한다면 모를까 정말 가슴속깊이 저런생각을 가지고 산다면 몇년이 아니라 몇십년이 흘러도 통일은 멀다고 생각이 되어집니다...
    아무리 쇠뇌되었다고는 하지만 ㅠㅠ....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이 좋은나라. 강성대국 .세계에서 제일로 좋은나라..
    그렇게 생각하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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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견쟁이 ip4 2011-01-09 12:22:42
    나는 이 곳 탈동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글자를 발견한다.
    "세뇌"를 잘 못 쓰는 사람들이 많다. 영어로는 Brainwash. 같은 말이다.
    뇌를 세탁한다는 말.
    한자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세뇌"를 잘 못 쓴다. 단순 오타는 아닌 듯하여 참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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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주민 ip5 2011-01-10 00:31:05
    송연회든 머든 친구 만나서 술한잔 제끼는거 참 좋은 일입니다.
    근데 신세타령 금물 ㅋㅋ
    대한민국에 왔으면 내나라 대한민국국민으로 떳떳하게 살아야 합니다.
    주변에서 머라캐도 당신은 대한민국국민입니다.
    더이상 개정일의 똘만이가 아닌줄 믿습니다.
    열시미 어려운 역격을 헤치실줄 믿습니다.
    그래서 북한주민모두가 하나됨을 믿습니다.
    김정일통치 끝짱날때가 멀지 않았음을 믿습니다.
    대한민국 영원하라. 김정일정권 붕괴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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