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들이 가진 기질은 복종의식과 무지에서 출발한 잔인함이다.

복종의식은 받은 대가에 대한 충성 서약이며 잔인함은 설사 고급 지식을 소유했을지라도 직업적 습관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소규모 전투나, 게릴라성 전투, 혹은 반체제 정복이나 진압에 알 맞춤하게 재생산된 <군인>들인 것이다. 그러나 용병으로 살아간다 해도 괜찮은 소득을 올리거나 존경받는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언제 죽을지, 또 버림 받을지 모르며 요즘과 같은 시대에 오래 쓰고자 하는 주인(?)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한층 강화된 복종의식과 잔인함으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리비아에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천 명의 용병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뉴스만 봐도 돈을 받고 살육을 할 수 있다는 주문에 하이에나같이 달려드는 그들에게서 용병이라는 본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탈북자 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바람직한 경향이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단체들 중 단체장의 리더십이나 활동 실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단체가 탈북자들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탈북자는 2만 명 밖에 안 되는 데 많은 단체가 생겨난다고 비판하는 것을 보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탈북자들만이 아닌 한국인들의 기질이 그렇다. 한국 사람들만 보아도 작은 한동네에 같은 고장 출신만 있어도 모임하나를 뚝딱 만들고 개인의 취향과 조직의 성향에 맞게 동아리나 단체를 만드는 것은 일상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여려 단체들 중 도태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단체가 생기면 그만큼 인정받는 단체도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어찌 보면 경쟁사회의 논리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탈북자들도 이제는 여러 단체를 통한 경험과 활동으로 책임감과 리더의 자질을 배우고 나아가서 북한 민주화와 통일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들을 배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몇몇 탈북자 단체는 보스(주인)의 용병으로 전락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탈북자들을 대변하고 탈북자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대표적인 두 개의 단체가 각 각 정보기관과 공안기관인 경찰청에 의해 탄생되고 예산을 받아 지금까지 활동한다는 사실은 아마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흔치 않는 일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왜 하필 두 탈북자 단체에 예산을 주는 기관이 정보기관과 공안기관에서 이루어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가기관이 예산을 지급한다면 굳이 정보기관을 통해서가 아닌 행안부나, 통일부, 아니면 여러 유관부처도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탈북자들이나 북한을 위한 활동을 하려고 해도 예산이 집행되는 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며 활동에 의한 단체 존립보다는 단체와 그 구성원들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용병적 역할로 전이되고 만 것이다. 많은 탈북자 단체가 생겨난 이유 중 하나도 두 단체의 역할이 그만큼 많은 탈북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제 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관이, 경찰청이 지원하는 단체의 존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다익선이라고 많은 단체가 활동하고 지원받으면 그만큼 북한을 알리고 탈북자들을 알리는 더 많은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탈북자 단체에 국가 기관(정보기관과 공안기관)이 개입하면 탈북자에 대한 시각은 정치적이고 음향적일 수밖에 없다. 단체 구성원들의 월급과, 활동비, 그리고 사무실 임대료를 비롯한 전체 예산을 지원해주는 정보기관의 지침에 자유로울 수가 있겠는가? 싫더라도 그들이 요구하는 활동을 할 수 밖에 없으며 그러다 보면 북한 민주화 활동이나 국내, 국외 탈북자들의 문제에 정치적으로 혹은 눈치를 보며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단체의 구성원들 역시 민주주의 절차가 아닌 윗 기관의 입맛에 맞게 들어앉히고 자기들끼리 자리싸움이나 보존으로 나누어 먹기 식의 직업관으로 현상유지 된다면 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경쟁력마저 잃게 될 것이다.

그러한 조짐이 오래전부터 보여 왔다. 그래서 예전에는 탈북자들의 입방아에 많이 오르내렸고 최근 들어 두 단체의 활동을 자세하게 아는 탈북자들이 별로 없을 정도로 기대조차 하지 않는 현실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정보기관이나 국가기관이 지원이 없었지만 자립적 활동으로 기반을 갖추고 이제는 공신력 있는 단체로 성장한 여러 탈북자 단체들을 볼 때, 그동안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탈북자들의 활동에 대하여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며 스스로 용병으로 자처해 가는 여러 탈북자단체들에 대해서도 비판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두 단체에서 이루어 온 업적이나 많은 활동들을 부정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국사회에 생소했던 탈북자의 인식을 보편화 했고 외롭고 절박한 탈북자들의 친목을 도모한 많은 활동들을 했었다.

하지만, 변화되는 시대에 맞추어 두 단체 역시 변화되길 바라는 심정이다. 한국사회도 다양한 민주주의 정착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북한 역시 종말을 고하는 중대한 시점에 서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보기관이나 일부 우익세력들의 예산에만 매여 현상유지에 급급하거나 또 북한민주화 투쟁에 동참한다면 탈북자나 단체에 대한 시각은 색다를 수밖에 없으며 용병이라는 비난밖에 달리 들을 말이 없을 것이다. 탈북자만의 저력, 탈북자단체만의 힘이 분명히 있으며 그것을 잘 활용한다면 굳이 눈치와 방해를 받으며 활동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주인만을 바라보며 길들여진 채로 액션을 취하는 개는 아무리 충성스러운 섬김의 개라도 해도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