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김일성 사망 17돌이었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자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묘향산 특각에 심장 전문의를 보내지 않아 김일성이 급사(急死)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소문의 확산을 막기 위해 김정일은 김일성이 썼던 금수산의사당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개조하는 대대적인 건설을 시작했다. 연건평 350만㎡에 이르는 거대한 대리석 궁전을 지었다. 김일성의 시신을 레닌처럼 미라로 만들기 위해 러시아 전문가 7명이 동원됐고 시신 처리에 100만달러가 들었다.
주민 2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어 나가던 '고난의 행군' 때 김정일은 김일성 시신을 처리하고 보관하는 데 8억9100만달러를 탕진했다. 이 돈은 당시 곡물 시세로 600만t의 옥수수를 살 수 있는 거액으로, 북한 주민 전체가 3년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김일성 시신 1구가 산 사람 200만명 이상을 죽인 것이다.
사람들이 굶어 죽으면 체제가 위험해지는데 김정일은 왜 9000억원의 돈을 김일성 시신에 썼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김정일에게는 김일성이라는 우상(偶像)이 필요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체제는 김일성 시신 덕분에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체제는 날이 갈수록 더 영악해지고 있다. 3대 세습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공개된 김정은의 모습을 본 북한 주민들은 그가 할아버지를 닮은 데 충격을 받았다. 죽은 김일성이 환생했다고 믿을 정도였다. 김정일은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는 김정은에게 김일성의 이미지를 입혀서 후계자로 데뷔시키는 이미지 조작에 성공했다. 지금 북한에서는 3대 세습에 걸림돌이 되는 간부들을 숙청하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당·정·군(軍)의 엘리트들은 숨을 죽이고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여 있다.
살판을 만난 것은 김정은 추종자들뿐이다. 이들은 김정일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고위 간부들의 자녀로 일류 대학을 나오고 고위직에서 일하는 일명 '봉화조' 멤버들이다. 봉화조는 '혁명의 봉화'를 든다는 뜻도 있고, 김일성의 부친 김형직이 태어난 평양시 강동군 봉화리를 따서 부른다는 의미도 있다.
봉화조는 김정일이 세습을 시작할 때 친위대로 만들었던 '3대 혁명 소조'와 유사하다. 당시 김정일은 장성택을 3대 혁명 소조 운동의 책임자로 임명하여 세습을 정착했다. 지금은 봉화조가 김정은의 사조직으로 김정은 세습 체제를 떠받들고 있다. 북한에서 지하자원·마약·위폐·무기 등 외화(外貨)가 될 만한 것들의 뒤에는 봉화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평양에 김정은의 호화 주택을 짓고 있다. 영국 텔레그라프지는 이 호화주택을 짓는 데 1700여억원이 들어갔다고 폭로했다. 이 돈이면 옥수수 75만t을 사서 북한 주민 1인당 식량 30여㎏을 배급할 수 있다. 김정일은 아버지 시신을 보관하는 데 9000억원을 썼고, 그의 아들 김정은은 자기 집을 짓는 데 1700억을 사용했다.
과거 10년의 햇볕정책은 뇌사 상태에 빠졌던 김정일 정권을 회생시켜주었다. 지금 북한을 돕는 것은 김정은 후계 구도를 공고화시키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 과거 수백만 인민을 굶겨 죽이며 아버지 무덤을 만든 김정일이나 권력에 오른 후 자기 별장부터 짓는 김정은은 인민의 안녕보다 자신의 권력을 우선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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