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20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는 천안함, 연평도 사태에 관해 북한이 사과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길 원하고 있지만 북한이 여기에 타협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애틀랜타 소재 조지아주립대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 전망과 관련, “북한이 말하는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라는 것은 사과도, 핵 포기도 안 하겠다는 뜻”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의 6자회담은 완전한 실패였다”고 규정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갖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6자회담이 성공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서 보여준 미국과 한국의 태도로부터 잠수함을 폭침하고 민간인을 죽여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나쁜 교훈을 얻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정신상태(mentality)에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도 기존 협상의 실패 전력 때문에 북한 문제에 대해 무척 망설이고 있다”며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대북 협상에서 과거의 안 좋은 역사를 반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는 북한이 태도를 바꿨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이상 북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서는 “어디든 굶주리는 사람이 있다면 식량을 지원한다는 게 미국의 방침”이라고 전제하면서 “북한의 식량 배분 시스템에는 큰 문제가 있으나 미국 정부가 일단 북측의 식량난이 심각하며 식량이 실제로 굶주린 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다면 식량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정책에 특별한 변화가 있다고는 보지 않지만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한 평가는 약간 바뀐 것 같고, 식량 배분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역할론에 대해선 “천안함 이전에 중국은 북한의 ‘정직한 브로커’였다면 그 이후에는 북한이라는 범죄자의 변호사 같은 태도를 보여왔다”며 “한국과 일본, 미국이 왜 아직도 중국에 ‘중재자’ 역할을 요구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그는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한번 열린다면 이번에는 서울에서 개최되는 게 모양새가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1차 6·15 남북정상회담은 엄청난 돈을 주고 산 ‘범죄행위’로, 실제로 그것 때문에 여럿이 감옥에 갔다”면서 “이번에 북한이 뒷돈도 안 받고 투명하고 열린 자세로 서울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임한다면 그건 매우 긍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대북 강경책을 주문했던 미국 내 대표적인 보수 매파로, 2004년 11월 미국 대선 직후 “청와대(노무현 정부)의 누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지 않았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해 외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발언 배경에 대해 그는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해서 대답한 것이었다”면서 “그런 말을 하긴 했는데 한 명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더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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