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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렬과 맞선 사나이 김성민
독자 4 361 2005-11-04 13:00:43
“30분이면 갈 수 있는 여의도 국회를 두고, 15시간 동안 날아서 워싱턴에 가야 했다”

지난 달 21일부터 30일까지 9박 10일간의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하고 돌아온 김성민 대표는 한 눈에도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지난 27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한성렬을 향해 "김정일 타도"를 외쳐 화제가 된 김 대표는 이번 방미 기간 중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왔다.

김 대표는 와 이란 두 개의 굵직한 탈북자 단체 대표직을 맡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운동가이다.

미국 정계의 중심 워싱턴 한복판에서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전하고 돌아온 그를, 귀국 다음날 만나봤다.

- 9박 10일간의 방미 일정을 소개 해달라.

먼저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 이 주최한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횃불기도회에 참석했다. 천여 명이 참가한 기도회에는 캐나다의 보수당, 신민당, 자유당 등 각 당 의원들도 참석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워싱턴으로 이동,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가 북한인권법 1주년을 맞아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탈북자 마순희, 차경숙 씨와 함께 증인으로 나섰다. 북한인권특사인 제이 레프코위츠와 1시간 20분동안 면담을 갖기도 했다.

한성렬, 명함 건네자 던져버려

- 미 하원회관에서 벌인 기습시위가 최근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원회관에 도착할 때까지도 한성렬 차석대사가 그 자리에 온 줄 몰랐다. 청문회 장소 맞은 편 문에 기자들이 북적거리기에 이유를 물어보니 한성렬이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회의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마디로 웃기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김정일이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 뜻을 전하기 위해 탈북경로를 적어놓은 피켓 뒷면에 급하게 구호를 적고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한성렬씨, 여기 좀 보세요"하고 외쳐봤지만, 들릴 턱이 있겠는가. 기자들이 방 안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틈을 타 방안에 들어갔다. 마침 한성렬이 뷔페 식사를 위해 혼자 떨어져 있더라. 조용히 다가가 명함을 건너며 내 소개를 했다. 그러자 내 명함을 내던졌다.

나는 그 명함을 다시 줍고 “털어놓고 말해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김정일이 없어져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성렬이 “너 이 xx 죽을래. xxx 말하는 거 봐라”하면서 대응하더라. 그 뒤 경찰에 붙잡혀 밖으로 끌려나왔다. 1분 남짓한 만남이었다.

- 솔직히 두려운 마음도 있었을 것 같은데.

겁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내가 행동을 벌이면 저쪽에서도 행패를 부리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아마 미국땅이라 자기(한성렬)도 함부로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전에도 강철환 씨나 박상학 씨 등 많은 탈북자들이 용기있게 나선 적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행동이 발판이 되어 나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지만, 이러한 말 한마디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내 이후로도 많은 탈북자들이 이렇게 용기있는 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믿는다.

- 이후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미 의원 중 하나가 “북한 관리가 미 의회에 와서 그런 막말을 할 수 있느냐”며 끝까지 책임 추궁을 하겠다고 말했다. 주위 탈북자들로부터 격려도 많이 받았지만, 28일 날짜로 라는 곳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간추물과 같은 파렴치한 범죄적 책동을 일으킨 것에 대해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그렇게도 북한정권을 따라 똑같이 행동하는지……. 그들이 애처롭다.

- 미 의회에서 개최됐던 청문회 분위기를 전해 달라.

이제까지 청문회에서 탈북자 증언이 4차례 있었는데, 모두 참석했었다. 북한인권법 초안 작성에 참여했던 한 의원의 말에 따르면 청문회 과정을 통해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 그만큼 탈북자들의 증언이 미국 의회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美 북한인권법 제대로 실행되길

- 아쉬운 점이라면.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막상 실행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에서는 탈북자들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미국이 (인권에 대한) 두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공격의 빌미를 만들 뿐이다. 이런 내용을 청문회 마지막에 전달하기도 했다.
- 이번 방미에서 미국 북한인권특사도 만났는데.

미국에서 북한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탈북자들을 만날때 감상적으로 대할 때가 많은데 레프코위츠 특사는 실무적이고 냉철하게 대하는 것 같더라. 그런 태도에 오히려 더 믿음이 갔다. 자신의 말을 아끼고 우리에게 많은 것을 들으려 했다.

나는 방송국에 대해 소개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방송이 왜 중요한 지 설명했다. 그는 북한인권문제는 양자, 다자간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부시 대통령도 민주주의와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북한 주민들이 정보를 공유 할 수 있는 방송의 필요성에 대해 나와 같은 입장을 보였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더 많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30분 거리 국회, 언제라도 증언할 수 있다

- 이번 방미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청문회 도중 한 의원이 "미국 청문회에 와서 증언하면 한국 정부로부터 불이익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그런 것은 없다고 답했지만, 한국 정부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국 의회도 움직이는 탈북자들의 이런 활동이 한국에서는 정작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한국 언론들은 탈북자들의 활동을 너무 다뤄주지 않고 있다. 이번 기습시위처럼 뭔가 재미꺼리가 있어야만 겨우 보도해준다. 이런 것에서부터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우리 사무실에서 여의도 국회까지 30분 걸린다. 거기에서는 하지 못한 말을 15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남의 땅에서 하고 왔다.

데일리엔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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