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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딸 박근혜' 비난 21세기에도 연좌제?
United States 곽대중 0 321 2012-05-15 08:58:41
'박정희의 딸 박근혜' 비난 21세기에도 연좌제?
<곽대중의 加油 KOREA!-storyK 칼럼>모든 2세 정치인들이 세습이라고?
공인에 대한 평가는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이 톨레랑스의 기본
곽대중 칼럼니스트 (2012.05.14 09: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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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전대통령과 딸 박근혜. ⓒ국가기록원.
총선이 끝난 직후 <한겨레신문>에 중국 특파원의 칼럼이 실렸다. ‘혁명가요 부르기 운동’ 등으로 제2의 마오쩌둥 바람을 불러일으킨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의 실각을 거론하면서 “중국이 한창 ‘마오의 유령’과 씨름하고 있다면, 한국은 ‘박정희의 유령’과 다시 만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대체로 수긍할만한 내용의 칼럼이었데, ‘박정희의 유령’이 부활하는 사례의 하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 총선의 ‘승자’로 화려하게 등극한 것을 새삼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새삼 얘기할 필요가 없는’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싶다.

박근혜의 ‘자기 능력’

일부에서 흔히 ‘박정희 딸 박근혜’, 혹은 ‘독재자 딸 박근혜’라고 표현한다.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이,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연좌제라도 하겠다는 건가?

우리가 공인을 평가할 때는 그 사람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2세 정치인을 평가할 때는, 그가 오늘의 위치에 오기까지 과정에 자신의 힘이 컸는지, 선대(先代)의 후광이 더욱 컸는지 하는 점도 되짚어 볼 대목 가운데 하나다. 오늘의 박근혜가 있기까지 박정희의 후광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의 경우에는 몇 가지 중요하게 ‘주목되는’ 지점이 있다.

박근혜가 정치에 입문한 것은 1998년의 일이다.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내리 4차례 대구를 지역배경으로 하여 당선되어 왔는데, 이것을 단순하게 ‘박정희의 후광’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있을까? 박근혜를 박정희와 결부시켜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은 대체로 박정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누구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15년 동안이나 하나의 지역구에서 그 딸이 당선되고 있다면, 오히려 그것은 박정희의 대단함(?)을 인정해주는 모순이 아닐까? 비판론자들이 스스로의 덫에 걸린 것이다.

박정희의 정치적 맞수였던 김대중과 김영삼의 아들들도 정치를 했다. 알다시피 둘 다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김대중의 차남 김홍업은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징역살이를 했고, 2007년 아버지의 지역구를 기반으로 잠깐 국회의원 생활을 하였으나 이듬해 공천에서 탈락하였다. 김영삼의 차남 김현철도 김홍업과 비슷한 죄목으로 구속된 경력이 있고, 이번 공천에서 탈락하였다.

김홍업, 김현철 모두 아버지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쇠고랑을 차고 의원직 하나 못 따냈는데, 그럼 박근혜는? 아버지는 진작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정적들이 대통령이 되어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험한 정치인의 길을 헤쳐나왔다. 이것 또한 그저 ‘박정희의 후광’이라 해버린다면, 죽은 박정희는 자기 딸의 앞길을 그렇게 밝혀주고 있는데, 살아있는 동안에도 자기 자식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지 못한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번 총선에서 고(故) 김근태 의원의 미망인 인재근 여사가 남편의 지역구를 기반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정대철 의원의 아들 정호준 씨도 서울 중구에서 당선되었다. 우리가 그들을 보고 ‘남편의 후광’, ‘아버지의 후광’이라 쉬이 말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정말로 후광의 덕을 본 것인지, 자신의 능력이 있었는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세습에는 입도 벙긋 안하는 사람들이 박근혜를 ‘독재자의 딸’이라 폄훼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아버지의 후광이든 어떻든 그는 지역구민들의 ‘표’를 통해 오늘의 자리에 올랐고, 4년마다 한번씩 지위를 심판받았다. 인재근도 그렇고, 정호준도 그렇고, 박근혜 또한 그렇다.

박근혜가 대권 잡으면 세습인가

내친김에 말하자면 나는 김정은이 단지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김정일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어디 자신의 선택이란 말인가. 누구든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만나 태어났고, 내 아비 어미를 내 맘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김정은이 선정을 베풀고 아비의 악행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가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든, 나는 두 손을 들어 김정은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죽기 전 3~4년 동안 공동정권을 이끌어왔고, 홀로 정권을 이끌어 가는 지금도 백성을 먹여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수억 달러짜리 미사일이나 쏘아대는 그 어린놈을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세습’ 그 자체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 정상적인 ‘통로’만 갖추었다면! 자라면서 곁에서 보고 배운 것이 있으니, 아무래도 해당 분야와 무관한 가문의 자녀들보다는 감각이나 책임감이 남다를 것이다. 한국에도 미국의 케네디, 루즈벨트, 부시 가문처럼 정치명문가가 생겨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오히려 자랑할만한 정치적 자산이다.

화제를 돌려보자.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 삼성전자가 22위를 차지했다. 이 소식을 알리는 인터넷 뉴스에 달린 댓글 가운데 ‘부모 잘 만나서’ 어쩌고 하는 비판이 눈에 띄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 이건희 회장은 부모를 잘 만났다. 우리 주위에 부모 잘 만난 사람들 많다. 그런데 왜 모두가 이건희처럼 되지는 못하는 걸까?

자수성가형 기업가도 칭찬받아야 하지만, 물려받은 기업을 성대하게 일으켜 세운 2세 경영인 또한 그에 못지않게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그저 호의호식하면서, 대충대충 회장 자리나 유지하면서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수도 있는데 죽기 살기로 기업을 키워나가고 있지 않은가? 물려받은 기업을 모두 청산해서 은행에 입금해놓고, 평생 이자만 받으면서도 남태평양 어느 섬에 별장 지어놓고 해안가에서 미녀들과 노닥거리며...이건희는 그렇게 살 줄 몰라서 그랬던 것일까?

지나친 비약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세종대왕은 ‘아비 잘 만나’ 한글을 창제했던 것일까? 이건희가 제 아비를 선택할 수 없었듯, 세종도 제 아비를 선택할 수 없었고, 그렇게 태어난 자신의 운명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 칭찬받을만 하지 않은가? 박근혜도 그랬고, 김홍업, 김현철도 그랬고, 인재근, 정호준도 그러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운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문재인이 쓴 책 제목처럼 말이다.

박근혜는 박근혜일 뿐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시절, 한국의 민주화운동가들은 연좌제의 쓴 맛을 경험했다. 집안의 누군가가 공안사건으로 구속된 경력이 있으면, 특히 법조계나 대공(對共)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에 진출하는데 그 친족들이 피해를 입었다. 단지 누구의 아들, 누구의 형제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너 때문에 네 형이 진급을 못한다”, “네 놈이 집안을 말아먹을 셈이냐!”고 식구들이 울고불고 매달리는 바람에 눈물 뿌리며 학생운동을 포기했던 사람들도 적잖았다. 그런 구태를 경험한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칼로 두부 자르듯 박근혜를 평가한다면, 정말로 그것은 또 하나의 연좌제에 다름 아니다. 그놈의 연좌제, 지긋지긋하지도 않은가.

‘박근혜 만세’를 외치려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글을 마치며 또 하나만 지적하도록 하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근혜가 비난받을 수 없듯이,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근혜가 박정희식 부국강병을 일으켜 세울 것이라는 생각도 환상에 불과하다. 그저, 박근혜는 박근혜일 뿐이다.

글/곽대중 중국거주 칼럼니스트(http://www.story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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